月刊 아이러브PC방 7월호(통권 332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오버워치>가 등장한 2016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신작 FPS게임에 관심을 가질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FPS=서든’ 이라는 등식이 통용될 정도로 <서든어택>의 집권이 10년 넘게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버워치>가 집권한지 1년 만에 <배틀그라운드>라는 신예가 대세 FPS 자리를 차지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제 FPS 장르는 PC방에서 가장 큰 점유율을 차지하면서도 가장 빠르게 유행이 변하는, PC방 업주가 가장 주목해야 하는 가동률 변수가 되고 있다.

이에 역대 PC방을 점령했던 대세 FPS게임들을 정리해봤다.

<레인보우 식스> 첫 페이지를 장식하다
<레인보우 식스>는 밀레니엄 시대를 앞두고 태동했던 PC방을 처음 찾아온 작품이다. 시작을 함께한 것도 의미 있지만 FPS의 대중화라는 측면에서도 큰 의의가 있다. 이 당시 FPS게임은 게임 마니아 중에서도 마니아들만 즐기는 장르라는 시각이 팽배했다. 또한 고가의 PC를 구입해야 접할 수 있는 허들도 있었다.

이 시기에 PC방의 주력 게임은 <스타크래프트>였다. PC방 업주들은 RTS가 너무 학습을 요구한다는 판단 하에 뜨내기 손님을 붙잡을 수 있는 카드로 FPS를 물색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레인보우 식스>였다.

사실 <레인보우 식스>는 FPS 중에서도 심도 깊은 택티컬 슈터 장르라 뜨내기 손님을 붙잡기 위한 카드로는 적합지 않으나 ‘캐쥬얼 슈터’라고 할 타이틀이 시장에 전무했다. 어쨌든 PC방이 밀어준 덕분에 <레인보우 식스>와 확장팩 ‘로그스피어’는 한국에서 이례적인 대성공을 거두게 된다.

<카운터스트라이크> PC방에서는 ‘비운의 작품’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가면서 PC방 FPS게임도 일대 변혁이 일어난다. 단순히 상대를 사살하는 사격술 게임이 아니라 정교한 전술을 전면에 내세운 FPS게임이 등장한 것이다. 바로 <카운터스트라이크>다.

<카운터스트라이크>는 폭탄을 설치하려는 테러리스트 진영과 이를 해체하려는 대테러 진영으로 나뉘는 포맷을 선보여 전 세계 게이머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이는 PC방도 예외가 아니었는데 특히 경쾌하면서도 호쾌한 샷감은 PC방 업주들이 <레인보우 식스>에 기대했던 그것이었다.

불행히도 <카운터스트라이크>는 PC방에서 오래 집권하지 못했다. 밸브와 스타일네트워크가 게임 패키지를 구입한 PC방 업주들을 무시한 정액제를 밀어붙여 반감을 샀기 때문이다. PC방 업주들은 이런 정책에 반발해 <카운터스트라이크>를 PC에서 삭제해버렸고, PC방을 찾아온 게이머들은 금세 새로운 게임을 찾아 나섰다.

<스페셜포스>와 <서든어택>의 불꽃 튀는 대결
<스페셜포스>는 이런 분위기를 제 때 공략하며 제대로 성공한 게임이다. 지난 2004년 출시된 <스페셜포스>는 네오위즈와 손잡고 PC방 대상 ‘건빵’ 프로모션을 진행해 PC방 대세 FPS 자리에 올랐다.

밀리터리라는 소재도 PC방 주요 고객층인 20대 남성에게 어필할 수 있었고, 국산이라는 특성도 호감을 살 수 있었다. 특히 속도감이라는 측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기에 국내 게이머들의 구미에도 잘 맞았다.

한편, 1년 후 <서든어택>이라는 또 다른 국산 FPS게임이 등장한다. 이 게임은 당시만 해도 훌륭한 그래픽에 <카운터스트라이크>를 연상시키는 호쾌한 샷감을 보여줘 <스페셜포스>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른다.

그리고 다시 1년이 흘러 2006년부터는 <서든어택>이 PC방 인기순위 1위(게임트릭스)에 등극한다. 이후 <서든어택>은 <아이온>이 나오기 전까지 100주 넘게 연속 PC방 인기순위 1위를 유지하고, <오버워치>가 출시된 2016년까지 FPS 장르 선두를 놓치지 않는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PC방 FPS 왕좌를 지켜온 <서든어택>은 <스페셜포스>를 포함해 무수히 많은 온라인 FPS게임을 상대하면서도 압도적인 점유율 차이로 여유를 잃지 않았다.

<오버워치> 흥행 보증수표 블리자드는 역시 달랐다
영원히 바뀌지 않을 것 같았던 PC방 FPS 순위는 의외로 한순간에 뒤집어졌다. 2016년 5월 출시된 <오버워치>가 FPS 1위인 <서든어택>은 물론이고 PC방 전체를 호령하는 <리그오브레전드>마저 누른 것이다.

<오버워치>는 캐릭터별 개성 있는 스킬, 팀파이트에 중점을 둔 교전, 다채로운 맵과 매력 있는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연상시키는 그래픽 등으로 PC방 데뷔와 동시에 슈퍼스타 자리에 올랐다. 블리자드는 RTS와 MMORPG, 그리고 CCG에 이어 FPS에서도 글로벌 흥행작을 보유한, 장르를 불문하는 히트작 메이커로 등극했다.

<배틀그라운드>와 <포트나이트> ‘배틀로얄’ 이 왔다
처음이 어렵지 다음은 쉽다고 했던가? PC방 FPS 순위도 한 번 바뀌기 시작하더니 변화에 적응이 된 모양이다. 지난해 출시된 <배틀그라운드>는 스팀(Steam)이라는 낯선 플랫폼으로 데뷔했지만 그래도 PC방 점유율 1위를 찍는데 문제는 없었다.

100명의 게이머가 섬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생존을 위해 싸우는 배틀로얄 게임 <배틀그라운드>의 흥행은 PC방 업계에도 충격이었다. <오버워치>의 흥행에 이어 국내 FPS 게이머들의 취향이 글로벌 게이머들의 취향과 비슷해지고 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한편, <배틀그라운드>의 대성공으로 FPS 게임들 사이에서는 배틀로얄 코드가 대두됐고, 배틀로얄을 간판으로 내건 다양한 게임들이 2017년 내내 쏟아져 나왔다. <포트나이트>는 이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타이틀이다.

<포트나이트>는 단순히 미투게임에 그치지 않고 비주얼 및 액션빌딩이라는 차별화 요소를 통해 인기를 모았다. 또한 핵 프로그램에 대한 완강한 대처를 통해 전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배틀로얄 게임 자리를 꿰차며 PC방 데뷔 시점을 조율 중이다.

마치며…
PC방에서 활약한 온라인게임 장르를 간추리면 RTS, AOS, 스포츠, 레이싱, MMORPG, FPS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이 중에서 <스타크래프트>로 대표되는 RTS, <리그오브레전드>로 대표되는 AOS, <카트라이더>로 대표되는 레이싱, ‘피파온라인’ 시리즈로 대표되는 스포츠는 특정 타이틀이 장르와 점유율을 지배한 경우다.

다양한 타이틀이 경쟁했던 장르는 MMORPG와 FPS가 남는다. MMORPG는 여전히 많은 작품이 나오고 있지만 이 장르에 대한 게이머들의 관심은 예전만 못하고 이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FPS는 다양한 작품이 계속해서 출시되고 유의미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또 최근에는 외산 대형 FPS게임들이 국내에서도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끊임없이 장르적 생명력을 증명하고 있는 FPS는 PC방 업주가 가장 주목해야 하는 장르인 것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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