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과 좋은 궁합이 예상됐던 VR 사업이 PC방 정착에 난항을 겪고 있다.

몰입감 높은 가상현실을 구현하는 VR은 신개념 놀이문화로 큰 주목을 받았다. 높은 시스템 사양을 요구하는 까닭에 PC방과 좋은 시너지를 낼 것으로 예상됐으나, 현실의 높은 벽에 부딪히면서 대중화에 성공한 사례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가장 먼저 PC방 업계에 VR 사업을 발표했던 피지맨게임즈는 기기 보급과 공간 확보의 어려움이 있는 PC방 현실을 넘지 못해 성인 콘텐츠 중심의 모텔 업계로 눈을 돌렸고, 성인 VR방인 ‘멜팅VR시네마’를 오픈해 프랜차이즈 사업에 나섰다.

주연테크의 자회사 주연글로시스가 주도하는 VRIZ는 기존의 PC방과 VR방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직영점 사업을 진행 중이다. 초기에는 VR 게임 상용화에 앞장서는 YJM게임즈와의 제휴를 통해 지점 확장에 나서는 등 새로운 PC방 VR 사업의 롤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탄탄한 자본을 바탕으로 콘텐츠 차별화 등을 예고한 만큼 막강한 영향력이 예상됐으나,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으며, 현재는 YJM게임즈와도 콘텐츠공급 관계만 유지되고 있다.

일반 PC방을 대상으로 무상 VR 기기 공급에 나서며 업계로부터 큰 관심을 모았던 테크노블러드코리아도 시장에서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시연회에서는 100여 명이 넘는 업주들이 몰릴 정도로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지만, 정작 상용화가 이뤄진 뒤에는 부진한 고객 반응에 기기 반납을 신청하는 PC방이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누구 하나 PC방 VR 사업을 제대로 안착시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주된 이유로는 확실한 킬러 콘텐츠가 없는 문제와 적합하지 못한 요금 체계, 그리고 운영과 관리의 어려움 등이 꼽히고 있다. 낮은 기기 사용률로 매출은 없는데 고객 응대에 일손까지 투입해야 하니 수익성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는 콘텐츠와 요금체계 등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 앞서 언급한 업체들 가운데 그나마 PC방 VR 사업을 가장 체계적으로 진행했다고 볼 만한 테크노블러드코리아의 ‘버추얼게이트’의 사례를 들여다보면 왜 VR 사업이 PC방에서 고전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HMD를 PC방에 무상 공급한다는 버추얼게이트는 수익을 위해 PC방 이용요금과 별개로 VR기기인 HMD 이용 요금을 1시간에 2천 원가량 따로 받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쓸 만한 유료 콘텐츠까지 즐기려면 여기에 추가로 요금을 더 지불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호기심에 찾았던 고객들도 점차 외면하는 추세다.

또 콘텐츠 면에서는 주로 앉아서 즐기는 형태다 보니 어트랙션형 VR에 비해 재미 면에서 뒤지고, VR 전용 컨트롤러를 이용하는 게임에도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아울러 플레이 타임이 짧은 단순 체험형 콘텐츠가 많아 신규 콘텐츠를 꾸준히 추가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업데이트 주기가 길게는 수개월씩 걸리면서 고객들의 꾸준한 관심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결국 PC방 VR 사업의 부진은 PC방이라는 환경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은 상황에서 알맞은 콘텐츠를 확보하지 못한 채 무리하게 상용화를 추진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다양한 콘텐츠가 쏟아지며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VR 사업을 PC방이 포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PC방 환경의 특수성과 고객 니즈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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