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점 투성이 청소년보호법으로 영세 자영업자가 신음하는 사례가 또 나와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지난 2015년 11월, 인천 남동구의 한 편의점에 키는 190㎝에 육박하고 몸무게는 100㎏이 넘는 거구의 남자가 들어와 담배 하나를 구입했다. 인상은 얼핏 봐도 40대를 목전에 둔 30대 후반의 남자였다.

담배와 영수증을 건낸 편의점 업주는 30분 후 출동한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게 된다. 알고보니 좀 전에 담배를 사간 그 남자가 고등학생 신분의 미성년자였고, 이 사실을 경찰에 신고한 당사자였다.

경찰 조사결과 더욱 황당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노안의 미성년자는 편의점 업주 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고등학생 A군(18세)의 친구로, A군이 돈 문제로 편의점 업주에게 앙심을 품고 담배를 구입해줄 것을 사주한 것.

이 모든 일을 꾸민 A군은 편의점 아르바이트 경험으로 술·담배와 관련해 허술한 청소년보호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자신과 친구는 처벌을 피해가면서 편의점 업주를 얼마든지 괴롭힐 수 있는 수단으로 신고 자작극을 벌인 것이다.

경찰은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자초지종을 보니 편의점 업주의 억울함에 공감했다. 때문에 해당 사건을 청소년보호법에 근거해 원칙대로 하기에는 문제가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형사사건으로 처리하지 않았다. 하지만 구청의 영업정지 1개월 행정처분을 피할 수는 없었다.

편의점 업주는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가며 불복 소송에 나섰다.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두 자녀를 키우는 신세였던 편의점 업주는 수천만 원의 빚을 져가며 시작한 생계 수단을 잃을 수 없었다.

법정 공방은 ‘담배를 산 학생은 외관상 성인의 외모였고, 이는 신분증 확인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라고 주장하는 편의점 업주와 ‘사정이 어떻든 청소년에게 담배를 판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므로 처분은 정당하다’는 구청의 대립구도였다.

그리고 지난 5월 19일, 서울고등법원 행정2부(양현주 부장판사)는 1심과 같이 편의점 업주에 대한 남동구청의 1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담배를 산 학생의 외모가 성인처럼 보이는 데다 계획적으로 성인 행세를 해 청소년임을 알기는 어려웠다는 편의점 업주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학생을 직접 조사한 검찰이 ‘학생의 외모가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점이 인정된다’며 편의점 업주의 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를 기소유예한 점도 참작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남동구청은 상고를 포기해 이번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의 당사자인 편의점 업주와 A군 그리고 사주를 받은 친구 B군은 어떻게 됐을까?

편의점 업주는 이번 사건 이후에도 다른 청소년들의 유사한 신고에 시달리다 결국 눈물을 머금고 편의점 문을 닫았다. 이번 사건을 꾸민 A군과 B군은 현행법상 별다른 처벌 조항이 없는 관계로 법적 제재를 받지 않아 양벌제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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