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이스포츠 출전 무산 위기, KeSPA가 자초
KeSPA 대한체육회 가맹 계획, 기존도 PC방 의존, 신규도 PC방 의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95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시범종목으로 채택된 이스포츠 종목에 한국 대표팀 참가가 불투명해지자 국회의원까지 나서서 문화부와 관계자들의 해결을 주문하고 나섰다.

하지만 대한체육회가 수차례에 걸쳐 하향해준 최소 기준 조차 충족시키지 못하는 한국e스포츠협회(KeSPA)의 현재 상태로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이다. 이스포츠의 종주국인 한국이 정작 대규모 국제 이스포츠 대회에는 참가할 수 없는 지위에 스스로 주저앉은 셈이다.

현재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시범종목으로 채택된 이스포츠의 종목은 <리그오브레전드>, <스타크래프트2>, <하스스톤>, <위닝2018>, <클래시로얄>, <펜타스톰(아레나오브발러)> 등 6개다. 이 가운데 <리그오브레전드>와 <스타크래프트2>는 글로벌 대회에서 압도적인 전력으로 최다우승을 기록해왔고, <펜타스톰> 역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6종목 중 2~3개의 금메달을 획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KeSPA는 2007년 광주지회를 시작으로 대한체육회 가맹을 준비한 이래 부산지회, 경북지회 등을 설립했고, 2014년에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중앙회장 김이하 인문협)와 생활이스포츠 협약을 체결해 인문협 서울, 강원 등의 지회를 KeSPA 지회로 합류시켰다. 이를 통해 외형상 11개 지회를 갖춰 준가맹 신청 기준을 갖추게 됐다.

하지만 이후 모든 활동에서, 심지어 PC방 관련 행보에서 조차 인문협 즉, PC방은 배제됐다. 나아가 인문협 서울 지회가 KeSPA 서울지회에서 제외되자 인문협이 재지정을 요청했으나 KeSPA는 이를 거절해 지회 수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이후 대한체육회가 인정단체 기준을 시·도 체육회 가맹 지회 6개에서 3개로 축소해가면서까지 기회를 만들어주려 노력했지만, 결국 인정단체 지위조차 얻지 못했다.

KeSPA는 2016년부터 자체 수익사업인 이스포츠PC클럽을 준비하는데 집중했고, 결국 인정단체 지위마저 잃는 상황을 자초한 셈이다.

KeSPA 측은 이스포츠PC클럽을 통해 지회를 만들어나가고 이를 토대로 인정단체 지위를 획득할 계획이었다고 밝혔지만, 이스포츠PC클럽은 지회 개념이 없다. 설령 만들려고 한다손 쳐도 각각이 개별 사업주인 PC방을 무슨 수로 지회로 옭아맬 수 있겠는가.

무엇보다 이스포츠PC클럽은 2기에 접어든 이제까지 70여 개의 PC방만이 운영되는 상태이며, 이마저도 별다른 행보나 혜택이 없어 조직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1기에 가맹점 중 탈퇴한 PC방이 20곳이 넘는다. 이 속도대로라면 산술적으로 300개의 가맹점을 모으기 위해 10년이 소요된다. 적어도 6개의 가맹 지회를 갖추려면 그 이상의 지회를 확보해야하고 지회마다 일정 이상의 생활이스포츠 활동이 가능해야 하는데 PC방 100~200곳으로는 목표를 달성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이스포츠PC클럽은 그간 조직화를 위한 활동은 없었고 수익을 위한 공인용품사업에 집중해왔다. 계획은 어떠했는지를 떠나 결과만 놓고 본다면 그렇다.

설령 지회를 만든다 해도 PC방에 별다른 지원과 혜택이 없는 현재의 구조에서는 희생만을 강요해 무언가를 이뤄내려는 것은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PC방의 양대 단체인 인문협과 한국인터넷콘텐츠서비스협동조합(이사장 최윤식, 이하 콘텐츠조합)은 KeSPA와 별개로 자체대회 운영에 집중하고 있다. 사실 이스포츠PC클럽은 그보다 3년 앞선 콘텐츠조합의 ‘전국 PC방 상생대회’를 롤 모델로 설계됐다. 심지어 전무후무하게 전국 300여 개 PC방이 참석한 ‘전국 PC방 상생대회’가 2년차에 접어든 시기에 KeSPA는 이 ‘전국 PC방 상생대회’를 통해 대통령배 및 가족이스포츠대회 그리고 이스포츠PC클럽 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KeSPA의 PC방 대회 및 국제대회 행보에 대해 인문협 임원에게 묻자 “우리도 궁금하고 답답하다. 이스포츠PC클럽 등 PC방 관련 행보에조차도 연락이 없는데 국가대표 준비 등 국제활동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알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심지어 생활이스포츠 협약의 후속 조치로 응당 이뤄졌어야 할 시·도 체육회에 가맹을 위한 준비나 계획 등에 대해서도 일체 언급이 없었다고 한다.

지회를 가맹 지회로 만들어가기 위한 상향식 계획은 애시당초 없었고 정치권에 의존해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나오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이전 일은 차지하더라도 문제는 이제부터다. KeSPA의 계획대로 이스포츠PC클럽을 통한 대한체육회 가맹이 이뤄지려면 적어도 몇 년의 시간은 소요된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가 지정한 기간에 맞추기 위해 정치권의 압력으로 대한체육회 기준에 부합되지 않는 단체를 임의로 가맹시켜 국가대표선수를 꾸린다면 이 또한 전례가 없는 일로 미래의 큰 화근을 남기는 꼴이 될 것이다.

또한, <리그오브레전드>는 현재 진행 중인 공식 프로리그의 플레이오프도 파행돼야 하는 피해도 감수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KeSPA의 대책은 마련돼 있지 않다. 전통 스포츠에 비해 선수 규모가 작아 국가대표로 기용하는데 문제가 따르며, 단일팀이 출전할지, 연합팀으로 구성할지에 대한 방안조차도 논의된 바 없다.

결국 이번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한국 프로게이머들이 출전하는 문제는 풀어야할 숙제가 너무 많고 그 난이도와 후유증이 크다. 무엇보다 당사자라 할 수 있는 KeSPA가 초단기적 대응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사실상 이번 아시안게임 출전을 위한 묘수는 요원한 상태다. 결과적으로 한국 이스포츠의 스포츠 지위 확보, 그리고 아시안게임 참가는 예전에도 PC방이 그 해법이었고, 앞으로의 새로운 해법도 PC방인 것만은 확실하게 확인됐다. 결국 이스포츠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PC방에서 태동되어 PC방의 품안에 머무는 PC방의 유산이라 PC방에서 해법을 찾아야만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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