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4월호(통권 329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PC방의 주력 콘텐츠가 온라인게임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없지만, PC방에서 제공하는 콘텐츠가 온라인게임 만으로 충분하다고 할 수 있는 사람 또한 없을 것이다.

 

PC방 업계는 수년간 온라인게임 외에도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를 물색해왔다. 다양한 콘텐츠가 PC방의 경쟁력을 제고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이런 시도들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러는 사이 PC방의 주력인 온라인게임의 기세가 한풀 꺾였고, PC방 업계도 덩달아 약세를 띠는 판국이다. 반대로 모바일게임과 콘솔게임은 요즘 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PC방 업주에게 모바일과 콘솔은 제대로 소화할 수 없는 그림의 떡처럼 느껴지는 측면이 있다.

PC방이 이미 갖추고 있는 PC라는 자원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게임은 없을까? 어쩌면 HTML5 게임이 PC방의 이런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가능성이 가장 큰 분야다.

HTML? 이거 웹브라우저 이야기?
HTML5 게임을 말하려면 일단 HTML5를 알아야 한다. HTML5는 ‘하이퍼 텍스트 마크업 언어(Hyper Text Mark-up Language)’의 다섯 번째 버전으로 지난 2014년 10월 28일 확정된 최신 표준이다.

 

HTML은 웹 구동에 필요한 일종의 공용어로, 1991년 ‘월드 와이드 웹’이 세상에 등장한 이후 발전을 거듭해왔다. 인터넷 사용자가 인터넷익스플로러, 크롬, 파이어폭스 등 어떤 웹브라우저를 사용하는지 관계없이 웹서핑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HTML5는 HTML4에서 더욱 발전해 문법 면에서 간결하고 명확해 졌고, API 스펙도 한층 개선된 것이 특징이다. HTML5의 API는 비디오나 오디오와 같은 미디어 엘리먼트에 대한 API는 물론, 오프라인 웹 앱 구현, 문서 편집 등과 같은 다양한 기능에 대한 API가 추가됐다.

또한 지리적 위치 정보, 웹 SQL, 파일 API 등이 권고 사항에 추가됐다. 덕분에 플래시, 실버라이트 등 거추장스러운 외부 플러그인을 통해서만 지원할 수 있던 클라이언트 측의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위한 기능들의 상당수가 브라우저 자체적으로 구현할 수 있게 됐다.

웹브라우저 이야기가 게임과 무슨 관련이 있냐는 의구심이 들 수 있지만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왜냐하면 HTML5 게임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웹게임이 발전할 수 있는 최대치에 근접한 결과이자 가장 광범위한 크로스플랫폼 기반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사 이목이 집중되는 HTML5
HTML5가 표준 규격으로 확정되면서 게임사들은 HTML5 기반 게임에 관심이 뜨겁다. HTML5로 인해 웹게임들은 다양한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고, 최신 기술을 적용해 높은 퀄리티의 게임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이머들 또한 웹게임이 조악한 이미지를 탈피할 수 있을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더욱이 웹브라우저는 이제 데스크톱 PC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태블릿PC, 스마트TV 등 인터넷이 연결되는 모든 기기에 탑재되고 있고, HTML5 기반 게임은 이런 웹브라우저를 통해 비교를 불허하는 접근성을 자랑한다.

HTML5 게임 분야는 북미 유럽과 중국에서 급속히 성장하고 있으며 유료화도 빨랐다. 페이스북에서만 매달 26억 명이 11억 5,000시간 동안 게임을 플레이한다는 통계도 나왔다. 국내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게임즈가 HTML5를 기반으로 한 게임 서비스를 현재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특히 구글-애플에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기에 침체된 캐주얼 게임의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게임사들은 앞다퉈 HTML5 게임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웹게임 명가 123게임즈는 HTML5 게임 전문 포털인 심플5를 오픈했고, 모비게임도 HTML5 게임 전문 포털 5분게임을 열었다.

이들 외에도 위메이드와 웹젠 역시 HTML5 게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두 게임사는 중국 게임사와 손을 잡고 <미르의전설>과 <뮤>를 활용한 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두 게임이 중국에서 강력한 IP 파워를 과시하고 있고, 웹게임 분야의 강국인 중국이 HTML5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드래곤플라이는 <스페셜포스2>의 웹게임 버전인 <프로젝트 H5(가제)>의 플레이 영상을 공개했으며, 해당 영상은 높은 그래픽 품질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넥스트플로어 역시 ‘넥스트플로어 카페’를 통해 HTML5 게임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HTML5는 접근성이 전부인 스낵게임뿐?
HTML5 게임은 다양한 매력으로 커다란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HTML5 게임을 바라보는 비판적인 시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HTML5 게임들이 높은 접근성을 과신한 나머지 낮은 퀄리티의 스낵게임만 양산되고 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런 비판에 대한 비판도 있다. 스케일이 크고 깊이가 있는 게임이 스낵게임보다 우월하지 않다는 것이다. 극도로 캐주얼한 게임을 원하는 소비자가 있는 이상 게임사의 이런 대응이 당연하다는 논리다.

 

또한 스마트폰의 대중화 이후 모바일게임도 초기에는 <애니팡> 같은 퍼즐에서부터 단순한 러닝게임이 대세를 이루다가 액션 RPG로 대권이 넘어가는가 싶더니 현재는 정통파 대형 MMORPG가 주류에 올라섰듯이 HTML5 게임도 점차 변해갈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HTML5 게임 전문 포털 심플5의 123게임즈 신동준 대표는 “HTML5도 결국 게임입니다. 게임의 가장 중요한 미덕은 재미입니다. HTML5가 아무리 접근성이 높아도 접근성은 수단에 불과합니다. 재미없는 게임은 접근할 필요가 없습니다. 승부는 재미로 봐야합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HTML5의 접근성이 분명 강점이기는 하지만 게임의 재미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며,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타이틀을 추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논지다.

또한 HTML5는 캐주얼 게임과 미들코어 게임 모두를 아우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 HTML5 게임들이 플래시게임의 컨버팅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지만 우리는 처음부터 HTML5로 개발한 작품을 선보입니다. 캐주얼게임은 한 달에 1개, MO나 MMO 게임도 2~3달에 1개 정도 서비스를 진행할 계획입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123게임즈는 3매치 퍼즐게임인 <캔디레인>, 타이쿤 형태의 경영시뮬레이션 게임 <커피숍>, 턴제 전략형 RPG <배틀삼국> 등 다양한 서비스하고 있다.

HTML5 게임 시장 어떻게 흐를까?
현재 HTML5 게임 시장은 초기 웹게임 시장과 비슷한 상황이다. 웹게임 시장 초기에는 클라이언트 기반 온라인게임에 비해 퀄리티가 한참 떨어졌지만, 최근 등장하는 웹게임을 보면 정통 온라인게임과 견줄 만한 게임들이 적지 않다.

또한 기술의 발전을 통해 기존 웹게임과 격을 달리하는 수준 높은 게임이 대거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웹게임에 대한 편견을 깨부수는 HTML5 게임의 등장도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와 동시에 HTML5 게임은 웹브라우저라는 높은 접근성을 활용하기 위해 PC보다는 스마트폰을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임사 입장에서는 스낵게임이 빛을 발하는 모바일게임부터 시작하는 것이 부담도 적기 때문이다.

실제로 HTML5 게임을 서비스하는 게임사 다수가 포털을 시작으로 오픈 마켓을 통한 앱 기반 모바일게임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 현재 모바일게임 시장의 경쟁이 너무 치열하기 때문에 비교적 진입 장벽이 낮은 HTML5 게임으로 이용자층을 확보하고 모바일 플랫폼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중국에서는 월 매출 100억 원에 육박하는 HTML5 게임도 등장했고, 85~90%에 달하는 게이머들이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즐기고 있어 HTML5를 통한 모바일게임 시장 진출은 전망이 밝다.

HTML5 게임 시장에서는 오랜 기간 웹게임을 서비스해오면서 웹브라우저를 기반으로 서비스되는 게임에 노하우를 쌓았고, 웹게임 선진국인 중국 게임사들과의 관계가 탄탄한 게임사들이 두각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마치며…
과거 PC방의 전성기라고 할 2000년대를 떠올려보면 PC방은 캐주얼게임과 하드코어게임 모두가 공존했다. 예컨대 <카트라이더>와 <월드오브워크래프트>가 각각 서로 다른 유저층을 PC방으로 이끌어 준 것이다.

모바일 버전이 나오기 이전 <모두의마블>이 캐주얼한 게임성을 무기로 라이트 유저에게 어필해 PC방 점유율 순위 TOP10에 진입해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이끌어냈던 적도 있다.

HTML5는 접근성이 웹게임스러운 동시에, 캐주얼한 모바일게임 같기도 하고, 또 온라인게임처럼 발전할 가능성을 갖추고 있다. “PC방에서 웹게임을 누가 하냐”는 비아냥에도 웹게임은 살아남았고, 모바일게임은 앱플레이어를 통해 PC방에서 경이적인 구동률을 보이고 있다.

HTML5가 PC방과의 궁합에 의심을 받는 지금이 HTML5에 주목할 시기다.

저작권자 © 아이러브PC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