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3월호(통권 328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카드보드로 시작된 VR이 어느덧 대중 앞에 성큼 다가왔다. VR에 대한 상업적 시도, 그중에서도 VR방에 대한 시도는 지난 2016년 이후 벌써 2년차에 접어들었다. VR 진흥을 위해 PC방 칸막이 높이 제한 완화라는 규제 완화까지 등장한 지금, PC방과의 접점을 찾고 있는 VR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이제 막 걸음마 뗀 상황, 한동안 과도기 이어질 듯
냉정하게 말해 VR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상황으로, 당분간 과도기를 지날 것이다. 단적으로 기술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는 상태고, 심지어는 무선화 기술조차도 표준 지원을 시작하는 단계일 정도니 말 그대로 ‘개발도상 중’이다.

 

실제 현재 상용화라는 허들을 넘어선 제품으로 오큘러스, Vive, FOVE(포브) 등이 있지만 명확한 기술 표준도, 상업용으로의 기준이 명확히 구분되는 제품도 없다. 물론 현재 시점에서 보자면 HTC Vive가 가장 많이 보급되고 있지만, 그러한 Vive 조차도 기술 표준이나 상업용 기준이 명확히 정립되지 않았다는 것이 분명한 현실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OS의 절대 강자이자 플랫폼홀더이기도 한 마이크로소프트가 주도한 MR이 새로운 축으로 부상하고 있어 혼돈의 시기는 좀 더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MR은 마이크로소프트가 OS단에서 원초적인 지원을 하고 삼성전자, LG전자, ASUS 등 주요 글로벌 IT 업체들이 파트너로 합류해 MS와 제조사 간의 철저히 역할 분담이 이뤄지고 있어 기존 VR 체계보다 훨씬 빠르고 정교하게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는 사실은 눈여겨볼 부분이다.

VR, 인지도 대비 검증되지 않은 상업성 문제
VR이 미래 콘텐츠 시장의 한 축을 맡을 거라는 데 이견은 없지만, 도대체 언제 대중화될 것이냐는 데는 누구도 쉽사리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중에 VR이 널리 알려진 것과는 정반대로 기술적으로 통일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특정 하드웨어와 플랫폼이 메인스트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주류가 될 수 있는 플랫폼인지, 비주류로 밀려날 플랫폼인지 장담할 수 없기에 사업 지속성은 물론 영업 전략을 수립할 수 없다는 원초적인 문제와 마주하게 된다.

현재 VR로 통칭되는 분야는 지극히 개인 시장을 겨냥한 (카드보드 기반)모바일 디바이스 플랫폼, HMD에 의한 PC 기반 플랫폼, 그리고 어트랙션으로 나눌 수 있다.

 

모바일 디바이스 플랫폼은 논외로 치고, 어트랙션 디바이스는 높은 체감성이 장점이지만 설치 공간과 높은 가격으로 인해 수익성을 담보하기 힘들다.

무엇보다 특정 콘텐츠에 특화되어 설계되기 때문에 체감성은 높지만 반대로 고가인 해당 디바이스는 단일 콘텐츠 하나만으로 끝난다. 발칸포 어트랙션으로 노를 저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유동인구가 많은 로데오거리와 테마파크, 그리고 멀티플렉스 등에서 많은 사람에게 한두 번씩 즐기도록 유도하는 영업 전략은 그나마 유효하지만, 고정된 유저풀의 지속 방문에 의존해야 하는 동네 상권에서는 영업 지속이 요원하다.

실제로 어트랙션으로 구성된 VR방은 로데오거리, 테마파크, 멀티플렉스 외에는 알려진 바 없다.

현재 그나마 널리 확산되고 있는 것은 바로 HMD에 의한 PC 기반 플랫폼이다. 어트랙션에 비해 상대적으로 도입 단가가 낮고 콘텐츠 확대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소량을 도입해 시범운영을 해보고 확대를 할지, 반대로 철수를 할지 검토할 수 있는 등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은 소상공인의 현실에 매우 합리적이다.

 

HMD와 PC만 갖춰져 있다면 신규 콘텐츠는 플랫폼홀더를 통해 지속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고정된 유저풀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곳에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현재 VR만으로 구성된 VR방은 Vive를, VR을 도입한 PC방의 경우는 Vive와 버추얼게이트 포브를 채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 Vive와 포브는 풍부하지는 않지만 꾸준히 신규 콘텐츠가 추가되고 있다. Vive는 스팀을 통해 접할 수 있는 VR게임 신작이 꾸준히 하나 둘 늘어나고 있으며, 포브 역시 VR 게임은 물론 VR 웹툰까지 확대하고 있다. Vive를 도입한 VRiz의 경우 영업용 라이선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외국 VR 개발사를 섭외하기도 한다.

규제 완화가 신호탄?
VR이 산업의 한 축으로, 그리고 게임산업의 새로운 아젠다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VR이 대중화와 상업화의 안착에 있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PC방과의 접목이 거론되어 왔다. 다행히 2016년 당시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도로 PC방 칸막이 높이를 제한하는 규제가 완화됐다.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가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을 개정해 HMD 등 VR 장비를 설치할 경우 PC방 칸막이 높이 제한을 완화해 내부가 보이는 선에서 사실상 별도의 구획된 방을 만드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후 VR 게임물의 정의 및 기술개발 사업의 추진 근거를 담은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돼 VR 게임물의 등급분류 등 안전기준의 법적 토대 마련도 고려되고 있다.

2년간 더딘 행보, 이제 속도 붙나
2016년 오큘러스와 Vive가 대중의 품에 안긴 이후로 2년이 흘렀다. 두 제품이 등장하자마자 몇몇 프렌차이즈 업체가 VR을 앞세워 PC방 시장에 뛰어들기도 했다. 세간의 이목을 끌고자 브랜드는 ‘VR방’을 표방했지만, 실제로는 90%의 PC방과 10%의 VR룸으로 구성된 형태였다. 이마저도 당시 전파인증을 받지 않아 비용을 받는 영업용이 아닌, 집객을 위한 무료 체험존 형태로 운영되는 등 미완의 모습으로 첫 인상을 남겼다.

 

심지어 SCEK와 제휴를 통해 PS VR을 내세워 가맹을 유도한 PC방 프렌차이즈도 있었지만, 이 역시 영리 행위가 제한돼 체험존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각종 게임 박람회에서 VR 디바이스와 콘텐츠가 소개되고 수많은 VR 컨퍼런스가 개최되기도 했지만, 매번 브랜드 소개만 활발했을 뿐 비즈니스 모델은 제대로 제시되지 않았다. 2016년 비즈니스 모델, 그것도 PC방을 무대로 한 정책이 소개된 것은 포브 하나뿐이었다. 하지만 포브는 시대를 앞서간 아이트래킹 기술이 오히려 진입 장벽이 돼 결국 PC방 시장에 둥지를 튼 것은 2017년 하반기에 이르러서였다.

결과적으로 대중이 직접 구매할 수 있는 VR 디바이스는 2016년 상반기였지만, 실질적인 영업용 도입은 2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뒤였다.

물론 비즈니스 모델이 정립되지 못한 데는 기술적 완성, 플랫폼의 정립, 콘텐츠 수급 외에도 ‘영업용으로 적합한 내구성’과 그에 따른 문제 해결도 큰 이유였다.

 

바로 △복잡한 HMD 케이블 구조의 단순화 △불특정다수의 고객이 이용하는 환경에서의 내구도 △컨트롤러의 작동 반경에 따른 공간 확보 △그에 따른 면적 대비 수익 △사후관리 여부 △고객 안전사고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 VR을 도입한 VR방과 PC방에서 겪은 VR의 가장 큰 핸디캡은 HMD의 케이블과 컨트롤러 훼손, 그리고 고객 낙상사고였다. 초기 문제로부터 노하우가 쌓여 적절한 준비가 이뤄지고, 무선 커넥트 등 핸디캡이 개선된 신제품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근래에 와서다.

이러한 복합적인 원인으로 인해 VR이 대중의 손에 쥐어지고도 상용시설로서의 가치를 갖기 시작하는데 무려 2년의 시간이 허비된 것이다.

영업용으로서의 핵심은 콘텐츠
케이블이라는 디바이스의 물리적인 문제점은 무선 커넥트로 해결되고, 운영 노하우가 쌓여 적절한 운영 방식이 수립되기 시작한 터라 이제 남은 숙제는 즐길거리, 즉 콘텐츠다.

VR이 상업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반복적으로 즐길 수 있는 지속성 콘텐츠와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가 고루 확보되어야만 한다. 불특정다수의 고객에 폭넓게 대응할 수 없다면, 한두 번 반짝 즐기고 지나칠 유형의 게임이라면 오픈 초기에 반짝 흥행하고는 이내 집객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

초기 모바일게임의 수명과 최근 모바일게임의 그것의 차이를 생각해보면 답은 이미 나와 있다.

2016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사실상 이러한 상업적으로 적합한 게임은 극히 드물었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VR방 창업은 70여 곳에 불과했고, 이 가운데 상장기업이 뛰어든 직영점을 제외한다면 그 수는 더 줄어든다. 결국 냉정하게 소상공인 창업과는 동떨어진 사업 분야라고 해도 무방한 상황이었다. PC방에 접목시키는 것 역시 간접 집객효과 정도로 매출수단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할 수 없었다.

다행히 2017년 중 콘텐츠 개발이 빠르게 늘어나고 인기 게임도 몇몇 등장하면서 이러한 본질적 문제가 서서히 해소되기 시작했다.

실제 Vive 출시 이후 17개월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난 3분기까지만 해도 70여 곳에 불과하던 VR방은 올해 2월 23일까지 5개월 만에 60여 곳이 늘어난 132곳으로 부쩍 늘어났다. 이 가운데 70곳은 복합유통게임제공업으로, 62곳은 인터넷컴퓨터게임시설제공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비록 아직은 장비 내구도와 영업 지속력이 있는 콘텐츠 공급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분명한 것은 최근 단기간 내에 VR을 도입한 PC방과 VR방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다는 것은 VR 시장이 서서히 대중성을 갖추기 시작했다는 방증이다. 버추얼게이트 포브 가맹 PC방은 어느덧 400곳을 넘어설 만큼 확산됐다.

갑작스레 급격한 시도는 위험할 수 있지만, 시범 도입을 통한 노하우 축적은 직간접적으로 잠재고객을 이끌어낼 수 있는 신의 한수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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