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3월호(통권 328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기어코 봄 비수기가 오고야 말았다. 아이러브PC방이니까 비수기 걱정으로 으레 앓는 소리를 하겠거니 예상한다면 아니올시다다. 이번 사설의 주제는 울적함이기 때문이다.

물론 비수기 매출이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다. 고사양 게임들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PC 부품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중이고, 이런 과열 양상은 도무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또 머지않아 카카오게임즈의 <배틀그라운드>가 PC방 과금을 시작할 것이다. 점유율 40%가 넘는 1위 게임이 무료라는 사실은 그동안 PC방의 금전적 부담을 적잖이 덜어줬던 차다.

그러나 올봄 걱정거리는 따로 있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련의 노동 및 경제 정책에서 영세 소상공인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공약 실천 의지는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반발 여론을 보듬고 설득하려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최저임금 인상안만 봐도 그렇다. 지난 1월 1일부로 최저임금이 시간당 7,530원이 적용됐는데, 이는 지난해 대비 16.4%에 달하는 인상폭이다. 가파른 인상률을 두고 찬성측과 반대측으로 나뉘었지만 양쪽 입장 모두 일리는 있다. 여기서부터는 옳고 그름을 가리는 단계가 아니라 양측의 의견을 섬세하게 조율하는 미덕이 필요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후속조치를 논의하고 시행하는 과정에서 영세 자영업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한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노동자들의 삶을 안정화하겠다는 당초 목표도 제대로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자들의 지갑을 두툼하게 만들기는커녕 고용불안을 야기했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지난달 28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월 사업체노동력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7년 1월의 임시·일용직 증가는 1.3%에 그쳤지만 상용직 증가는 약 2배인 2.4%를 기록했다. 그러나2018년 1월의 임시·일용직 근로자는 지난해보다 5.3% 증가한 반면 상용직은 1.1% 증가에 머물렀다.

이런 대조적인 결과는 최저임금 폭등과 무관치 않다. 사용자들은 인건비 부담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고 상용직보다는 임시·일용직을 선호하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임시·일용직 근로자는 상용직 근로자들보다 노동환경이 열악하고 근무의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최저임금 인상의 어두운 그림자라고 할 수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런 그림자를 이유로 반대측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지만 이를 반영하려는 움직임이나 노력의 흔적은 찾을 수 없다. 아울러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한 후속대책으로 ‘일자리 안정자금’을 내세웠지만 이 역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고, 영세 자영업자들의 낮은 신청률을 근본적으로 검토하려는 재고의 움직임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자영업자들의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인상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지난달 28일, 주당 근로시간을 기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는데, 사용자들의 인건비 부담을 덜어준다는 차원에서 적용특례 업종으로 병원 및 운송 등 5개 업종을 지정했다.

PC방은 24시간 동안 쉴 새 없이 돌아가는 대표 업종이고, 동시에 영세한 규모의 자영업자들이 몰려있는 업종이다. 최저임금 인상률을 최종적으로 결정할 당시 업종별로 차등 적용해달라는 소상공인들의 요구를 거부했다면 이번에라도 장시간 영업하는 소상공인 업종에 보상적 특례를 적용해줄 법도 했지만 역시나 아니었다.

PC방 업계에서는 지난 1월 1부터 인건비를 줄여보고자 알바생들을 해고하고 가족경영 체재로 운영하는 매장이 크게 늘었다. 양질의 직장은 아니지만 구직의 보루 역할을 해오던 PC방마저 채용을 줄이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실업률 감소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일자리의 양과 질이 모두 저하된다면 최저임금 인상으로 기대했던 효과는 공염불에 불과한 것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반대편의 주장과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를 경청해 실효성 있는 정책을 수립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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