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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빨대 없는 스팀, PC방이 주목할 고순도 매출원

月刊 아이러브PC방 2월호(통권 327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18년 02월 11일 일요일 문승현 기자 press@ilovepcbang.com

<배틀그라운드>가 PC방 점유율 30%를 넘는 흥행의 질풍가도를 내달리고 있는 가운데, PC방은 때 아닌 매출순풍을 맞았다. 스팀과 카카오를 막론하고 <배틀그라운드>는 PC방에 과금이 없는 상태라 지난해 11월부터 현재까지 PC방은 그 어느 때 보다 게임비 부담에서 자유롭다.

그러나 PC방 업주라면 언제나 역풍을 준비해야 하는 법. 카카오게임즈가 PC방 무료 프로모션을 종료하고 정식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은 시간문제고, 만약 카카오게임즈가 신들린 운영과 마케팅을 선보여 ‘카카오배그’가 ‘스팀배그’ 점유율을 넘어선다면? 최저임금 폭등의 후속타로 불어오는 게임비 광풍에 멘탈이 날아가지 않을 PC방 업주는 없을 것이다.

게임에 관심이 많은 PC방 업주들 사이에서 스팀 바람이 불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스팀 게이머를 매장의 고객으로 포용하려는 시도는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지만 PC방의 게임비 부담을 줄여보고자 하는 노력의 발로임은 분명하다.

이런 시도는 후대에 ‘배그’ 라는 풍마가 할퀴고 간 상처로 평가 받을지 아니면 ‘스팀’ 으로 환기된 신선한 공기라고 평가받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배틀그라운드>의 선풍적인 인기도 언젠가는 잦아들기 마련이며, 또 이 회오리가 지나간 이후에도 PC방 서버에 스팀 클라이언트라는 흔적이 남는다는 것이다. 게임비 지출을 줄일 수 있는 마법지팡이로 떠오른 스팀을 어떻게 다루고 활용할지 고민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배그 열풍이 뜨거운 바로 지금이다.

천하의 스팀도 사실은 빨대 전력이 있다, 아니 이용된 적이 있다
<배틀그라운드>가 PC방에서 폭발적인 상승세를 기록할 무렵인 지난해 가을. 게임 업계 전문가들은 <배틀그라운드>가 유통되는 스팀에 주목하면서 향후에는 PC방도 스팀을 비켜갈 수 없을 것이라 전망했다. 넥슨, 엔씨, 블리자드가 PC방을 호령하던 과거에는 스팀이 진성 게이머들만 이용하는 보물창고 같은 이미지였지만 이제는 PC방 고객의 상당수가 이용하는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는 이유에서다.

배그가 출시되기 전까지만 해도 PC방 업계의 반응은 다소 냉담했다. PC방 업주에게 중요한 것은 고객 창출에 일조할 참신한 신작과 저렴한 요금이었지 게임사는 중요하지 않았다. 스팀이라는 외국 플랫폼이 점유율이 크다고 해서 좋아질 부분은 없기 때문이다. 유사 이래 PC방 업주들은 게임의 최종 소비자인 PC방 고객에게 게임비를 지불하도록 하는 상식적 게임사를 경험한 적이 없다.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카카오게임즈가 PC방에서 수익을 내면 스팀도 과금을 시작하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PC방 업주들도 제법 많다. 젊은 PC방 업주라면 잘 모를 수도 있지만 지난 2004년, 스타일네트워크라는 업체가 밸브코퍼레이션과 계약을 맺고 <카운터스트라이크>에 대해 PC방 IP당 월 15,000원을 과금하려고 시도한 적이 있다.

지금이야 한국 PC방을 전혀 모르던 미국 회사 밸브코퍼레이션이 스타일네트워크라는 막장 업체한테 반쯤 속아서 이용당하고, PC방에서 잘 나갔던 <카운터스트라이크>도 말아먹으며 국내 FPS 시장의 주도권을 <스페셜포스>에게 고스란히 헌납한 흑역사로 기록되고 있지만, PC방 경력 15년 이상 된 PC방 업주들의 뇌리에는 어렵사리 구입한 CD가 순식간에 무용지물이 될 뻔한 아찔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이런 평지풍파 속에서 PC방 업계도 실책을 범했다. 탄탄한 단결력으로 억지스런 빨대를 거부한 것까지는 성과를 거뒀으나 <스페셜포스>는 건빵 요금제로 PC방 유료화의 길에 접어들었다. 결국 대세 FPS게임이 <카운터스트라이크>에서 <스페셜포스>로 변했을 뿐 게임사의 빨대에 꼽혔다.

게임의 바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이후 밸브코퍼레이션은 PC게임을 유통하는 글로벌 플랫폼 회사로 정체성을 굳혔고, 개발사나 서비스사와는 거리가 한참 멀어졌다. 또 스팀은 세계 최대의 PC게임 글로벌 유통 시스템의 자리에 올라섰다. 현재로선 밸브가 한국에 지사를 설립하고 스팀에 등록된 게임을 PC방에 과금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인터넷이 정보의 바다라면 스팀은 게임의 바다다.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장르의 방대한 게임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해외 시장과 한국 시장을 통틀어 매년 기록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PC방이 특정 온라인게임의 흥행에 의존하며 시장 규모가 축소되는 현실과 대조적이다. PC방도 스팀처럼 다양한 유형의 게이머와 게임을 포용할 수 있다면 <리그오브레전드>나 <배틀그라운드> 같은 메가히트작에 매출을 기대지 않을 수 있다.

지금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지만 훗날 <배틀그라운드>가 지존의 자리에서 내려온다고 했을 때 스팀을 통해 <배틀그라운드>를 즐겼던 수많은 PC방 고객들은 어디서 어떤 게임을 하게 될까? 스팀의 세례를 받은 PC방 게이머층이 <서든어택>이나 <리니지>로 흘러 들어갈 것이라는 예상은 비현실적이다. 아마도 스팀에서 느꼈던 배그맛을 찾아 게임의 바다를 표류할 것이다.

PC방 업주가 원하든 원치 않든 지금 확보하고 있는 고객 중 일부는 예비 표류자다. 지금 매출이라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게임의 바다에서 떠돌아다닐 이런 게이머들을 붙잡을 수 있어야 한다. 스팀이라는 낯선 이름에 익숙해지려는 참인데 어느새 PC방 환경이 스팀 게이머들에게 친화적인지 검토해볼 시점에 도달한 셈이다.

극도로 효율적인 PC방 게임 소비의 맹점
PC방 업주는 매일 일상 속에서 게임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일견 너무도 당연하고 지루한 이 모습은 사실 오랜 세월과 많은 노력이 만들어낸 효율성 그 자체다. PC방에서 온라인게임이 소비되는 과정을 따라가 보자.

평범한 고등학생이 PC방에 왔다. 이 학생고객은 <리그오브레전드>를 하고 싶다. PC방은 법적으로 엄밀히 따지면 PC를 이용할 수 있는 곳이지 게임 이용과 관련된 편의와는 무관하다. 그러므로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해 클라이언트를 내려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미 <리그오브레전드> 클라이언트는 설치되어 있다. 또 PC 이용료만 지불할 참인데도 경험치 증가 및 모든 챔피언 선택이 가능한 특별 혜택도 누릴 수 있다. PC방 업주가 고객의 편의를 위해 사전에 모든 준비를 마친 덕이다.

즉 PC방이 특정 게임사의 인기 게임만을 서비스한다면 현 PC방 시스템은 끝판왕인 셈이다. <배틀그라운드>, <리그오브레전드>, <오버워치> 3개 게임이 점유율 대다수를 차지하는 현실에 잘 적응한 결과물이다. 특정 게임사에 가맹하고 하드디스크에 미리 게임을 설치해 바탕화면에 아이콘을 만들면 된다. 팀 단위 대전게임 한두 개에 특화된 지금의 PC방은 이런 게임을 선호하는 10대 중반 ~ 20대 초반 고객층만을 위한 공간이 됐다.

하지만 패키지 게임을 좋아하는 고객이라면 PC방의 게이밍 환경은 그리 효율적이지 않다. 게임 라이선스를 직접 구매한 게이머라 할지라도 일단 게임 클라이언트를 설치하는데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혹시나 컴퓨터를 부팅하면 다시 설치해야 한다. 트래픽을 제한하는 경우도 많아 속도도 느리다. 또한 PC방 프리미엄 혜택이 없는 것도 당연하다. PC방 업주는 이 게임의 PC방 퍼블리셔의 존재 유무 이전에 게임의 존재도 몰랐으니까.

얄미운 빨대도 의외로 편리한 구석이 있다?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게임사와 PC방의 종속적 관계에 익숙해진 PC방 업주라면 스팀은 불편할 정도로 이질적인 부분도 있다. 애초에 스팀이 PC방이라는 시스템을 염두에 둔 플랫폼도 아니다. 하지만 게이머가 라이선스를 구입하기 때문에 PC방이 게임제공업이 아니라 시설대여업이라는 사실 하나만은 분명히 해준다.

게임비 과금이 없는 것은 매력적이지만 이 때문에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불편함과 수고로움도 뒤따를 수밖에 없다. 스팀의 약관을 살펴보면 게임 라이선스는 구매자에 한정되며, 패밀리 라이브러리 공유 기능을 제외한 그 어떤 상업적 제공도 금지하고 있다. PC방에 게임 클라이언트를 설치하지 못해서 안달인 국산 부분유료화 온라인게임과는 전혀 다른 문법이다.

이 같은 논리로 PC방 업주가 게임 클라이언트를 공용 PC인 PC방에 설치하면 약관에 저촉될 수 있다. 실제로 해당 사례가 원저작권자로부터 저작권 침해로 해석된 사례도 있다. 만약 스팀을 주요 콘텐츠로 삼으려는 PC방 업주가 있다면 고객의 게임 클라이언트 설치를 도울 수는 있어도 미리 설치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PC방 업주가 밸브 측에 PC방의 특수성을 감안한 공유용 계정을 요구하거나 다운로드 트래픽 대역폭 조정을 주문할 수도 없다. 엄밀한 의미에서 스팀에게 고객은 게이머지 PC방 업주가 아닌 탓이다.

이처럼 스팀은 게임사의 빨대가 없어지면 PC방은 돈 빨려나갈 일이 사라져 속이 후련하겠지만 동시에 편리한 구석도 있었던 게임사와의 연결고리가 사라진다는 것도 보여준다. 스팀 게이머 고객을 위해 PC방 업주가 행동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은 고사양 PC와 게이밍 기어, 쾌적한 인테리어와 조명 분위기, 청결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뿐이다.

PC방의 현실적 선택지는 스팀표 F2P 게임
부분유료화(F2P, Free to Play) 수익모델은 게임사가 처음부터 클라이언트를 무료로 배포함으로써 접속자를 확보하고 아이템 판매 등 다른 부분에서 수익을 올리는 모델이다. 게이머에게 패키지(라이선스)를 판매함으로써 수익을 올리는 일시불이나 매달 일정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 월 정액제 같은 Buy to Play와 구분된다.

스팀의 약관은 다분히 Buy to Play를 의식한 내용이므로 PC방은 F2P 게임만 주목하면 패키지 판매 방식의 게임에서 제기되는 클라이언트 설치에 따른 저작권 침해 문제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적어도 아직까지 F2P 방식 게임을 서비스하는 게임사가 대중에 대한 클라이언트 설치·배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사례가 전무하다.

<팀포트리스2>, <워프레임>, <팔라딘스>, <언턴드>, <워썬더>, <스마이트> 등은 스팀에서 인기 상위권에 포진한 작품들이다. 동시에 캠페인 중심의 싱글플레이 게임이 아니라 멀티 중심의 게임이다. 동시에 또한 F2P 게임들이라 PC방의 기존 인기게임과 교집합도 크다. 다시 말해 PC방 하드디스크에 설치해도 문제될 이유가 없는 타이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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