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1월호(통권 326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IT 업계의 큰 손인 마이크로소프트가 추진한다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됐던 ‘윈도우 MR’은 VR로 통칭되는 가상현실(Virtual Reality)과 AR로 불리는 현실 기반의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의 개념을 모두 아우르는 혼합현실(Mixed Reality) 기기를 표방하고 나선 제품으로, 비싼 가격으로 논란이 됐던 1세대 VR기기 오큘러스리프트(Oculus Rift)나 Vive(HTC Vive)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소개돼 많은 이들의 관심과 기대를 모았다.

 

윈도우 MR은 마이크로소프트가 표준이 되는 기본 설계 제원을 정의하고 삼성전자, ACER, HP, LENOVO, DELL, ASUS 등 글로벌 하드웨어 제조사들이 각자의 개성을 부여해 만드는 독특한 제조방식을 제시했다. 이는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고 다양한 제조사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효율적인 방식이기도 하지만, 사실 갈라파고스화가 시작된 VR 시장에 표준을 주도하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속내가 담긴 것으로 추정된다.

오큘러스리프트와 Vive가 다투는 사이 인텔을 필두로 한 일부 기업들이 표준화를 추구하는 OSVR(Open-Source Virtual Reality for Gaming)을 만들면서 VR 표준 주도권이 잠시 OSVR로 기우는 듯했지만, 컴퓨터 게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DirectX API로 윈도우 운영체제를 대세로 만든 마이크로소프트가 또다시 운영체제 단에서 지원하는 최신 하드웨어 기준을 내놓은 이상, 앞으로 VR 표준에 대한 주도권을 마이크로소프트가 쥐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최신 운영체제 윈도우 10과 함께 보급되는 윈도우 MR이 마이크로소프트가 꿈꾸는 새로운 세상을 열어 줄 수 있을지, 또 VR 상용화를 꿈꾸는 PC방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지금부터 알아보자.

1세대 VR보다 스펙 향상된 윈도우MR
일반적으로 사람은 양쪽 두 눈으로 사물의 원근감을 갖는다. 이런 원리에 착안한 VR은 양쪽 눈에 각기 다른 화면을 보여주는 두 개의 화면을 삽입해 착용한 사람들에게 마치 가상현실 속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

 

눈앞에 놓인 두 개의 화면과 시야각 확장을 위한 복합적 곡률의 렌즈로 구성된 VR HMD는 디스플레이의 품질에 따라 체감 차이가 매우 크다. 때문에 이런 가상현실 경험에 있어 화면을 보여주는 디스플레이의 비중은 매우 중요하다.

양쪽 눈에 각각 1440×1440 해상도의 디스플레이로 대응하는 윈도우 MR은 1280×1080 해상도의 디스플레이 두 개로 구성된 기존 1세대 제품보다 나은 성능을 발휘한다. TV를 돋보기로 들여다 볼 때 해상도가 촘촘할수록 도트의 크기가 작아지므로 높은 해상도의 HMD가 일명 모기장 현상(액정 격자가 확대되어 모기장처럼 보이는 현상)이 훨씬 덜하다. 특히 이런 차이는 자막이 들어있는 영상이나 게임을 플레이할 때 가독성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별도의 외부 센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HMD나 컨트롤러의 트래킹 성능에서 충분한 모습을 보여준다. 다만 전용 센서가 없다 보니 컨트롤러의 위치 추적을 HMD 헤드셋이 대신해야 한다. 때문에 헤드셋 범위를 벗어나면 컨트롤러 위치를 제대로 못 잡는 상황이 발생한다. 하지만 VR 게임 대부분이 전방을 바라보고 플레이하는 게임이 많아 큰 단점은 되지 않는다.

기존 VR의 단점인 착용감과 편의성 개선
윈도우 MR은 1세대 제품의 단점을 상당 부분 개선한 모습으로 출시됐다. 기존 제품들이 HMD와 센서로 구성돼 일정 공간을 미리 확보하고 센서와 HMD에 전원 및 영상 등을 전달할 복수의 케이블을 번거롭게 설치해야 했던 것과 달리, 윈도우 MR은 HDMI와 USB(3.0) 케이블이면 연결이 끝난다. 심지어 윈도우 10 최신 크리에이터스 업데이트까지 적용됐다면 별도의 프로그램 설치 없이도 기기를 연결해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앱이 구동된다. 편의성이 확실히 좋아진 것이다.

 

 

머리에 착용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기존 HMD는 머리의 정수리를 가로지르는 고무 밴드 방식을 채택해 착용 시 머리 중심부에 무게가 쏠리고 뒤에서 당기는 고무의 장력이 안면에 적지 않은 압력을 가하는 불편한 방식이었지만, 새로운 윈도우 MR은 이마와 후두부에 걸쳐지는 원형 헤드밴드를 제공해 안면이나 정수리에 가해지는 피로나 불편을 크게 해소했다. 또 사이즈 조절이 간편하도록 다이얼을 제공, 누구나 쉽게 썼다 벗었다 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국내 기업 참가로 접근성 좋아진 VR 시장
이런 윈도우 MR에는 또 하나의 긍정적인 소식이 있다. 글로벌 제조사들 제품이 AS 면에서 번거로운 경우가 많은데 국내 기업인 삼성전자가 참가하면서 이런 불편을 크게 덜게 됐다. 삼성전자가 지난 2017년 11월 윈도우 MR 국내 발표회에서 공개한 ‘오딧세이’는 윈도우 MR 중에서도 하이엔드 사양에 속하는 제품이다.

 

지금까지 나열한 윈도우 MR의 특장점을 그대로 집약한 오딧세이는 국내 출시가 75만 원으로 최근 국내 정식판매 중인 HTC Vive가 99만 원으로 가격을 인하한 것보다도 약 25% 가량 저렴해 PC방 도입도 훨씬 유리해졌다. 이와 더불어 아직 출시되진 않았지만 LG전자에서도 VR HMD 관련 사업을 진행 중인 것이 알려진 바 있다. LG전자가 본격적인 VR HMD 사업에 뛰어들 경우 PC방 입장에서 얻을 것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여 이 역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윈도우 10 운영체제 기반의 막강한 지원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10 기반의 원 플랫폼, 원 스토어, 원 익스피어리언스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다양한 기기를 아우르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언제 어디서나 같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마이크로소프트는 PC는 물론 콘솔기기인 XBOX에까지 윈도우 10을 탑재하며 점유율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런 마이크로소프트에게 윈도우 10과 연동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윈도우 MR은 비즈니스 측면에서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MR 생태계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플랫폼의 롱런을 이끌 콘텐츠로 70개 이상의 윈도우MR 전용 콘텐츠를 비롯해 총 22,000개 이상의 어플리케이션을 제공하고 있으며, 2년 전 홀로렌즈 개발 때부터 축적된 노하우와 협력사들과의 연계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더욱 확장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차세대 게임 플랫폼인 스팀 VR도 대응
최근 <배틀그라운드>와 함께 널리 알려진 스팀은 VR 게임 플랫폼에서도 단연 선두주자다. HTC Vive와 함께 스팀VR(Steam VR) 서비스를 시작한 스팀은 최근 윈도우 MR에 대한 지원 표기를 추가하고 각 개발사들이 대응 HMD 기기를 표시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스팀을 통해 선택할 수 있는 윈도우 MR 공식 지원 게임은 약 200여 종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1,600여 개에 달하는 오큘러스리프트 및 Vive용 게임들을 전혀 실행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또한 많은 게임 개발사들이 윈도우 MR을 정식 채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으므로 2018년에는 그 어느 때보다 양질의 게임 콘텐츠가 윈도우 MR 플랫폼으로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PC방에서의 도입 가능성 열려있어
복잡한 사용과 설치 방법, 높은 가격, 부족한 콘텐츠 등이 그동안 PC방 VR 도입의 걸림돌이 있다면, 이런 문제를 크게 해소한 윈도우 MR은 PC방 도입 가능성을 좀 더 높여주는 새로운 HMD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안에 어떤 신규 HMD가 출시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써는 윈도우 MR이 가장 좋은 선택지인 것이 분명하다.

VR 게임 산업은 2년이 넘는 숙성기를 거쳐 이제 막 본격적인 상용화로의 첫발을 내딛은 상태다. 멀티플레이 게임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으며,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 주요 대도시들에 VR방이 새롭게 생겨나고 있다. 트렌드 흐름상 지난해가 VR 대중화를 위한 원년이었다면, 올해는 본격적인 VR 상용화의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PC방이 늦지 않게 VR을 미래 먹거리로 삼기 위해서는 VR 위주의 다른 산업이 완전한 흥행 궤도에 올라서기 전에 VR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새로운 하드웨어나 최신 VR 게임 트렌드의 흐름 등을 주의 깊게 살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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