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다. 이맘때가 되면 밤마다 PC방 업주와 고3 학생들의 실랑이가 벌어지는데 올해도 어김없었다. 자신은 성인이니 오후 10시부터 오전 9시까지 PC방에 출입할 수 있다고 생각한 고3 학생들을 돌려세우느라 PC방 업주와 알바는 매일 진땀을 뺀다.

12월 31일에서 1월 1일로 넘어가는 순간부터 PC방 업주들은 19세 학생들 때문에 피곤해 죽겠다고 호소한다.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게임법)’이 야간에 PC방에 출입할 수 없는 청소년을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을 포함한 만 18세 미만인 자’로 정의하고 있어 벌어지는 촌극이다.

구력이 쌓인 PC방 업주는 이런 촌극을 게임법의 전신인 ‘음반,비디오및게임물에관한법률(음비게법)’ 때부터 매년 겪었고, 이제는 일종의 연례행사처럼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알바생은 고3 학생과의 푸닥거리가 도통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서울시 관악구의 PC방에서 근무하는 알바생 A씨(22세)는 “신분증 검사야 늘상하는 일이라 익숙한데, 1월 1일 이후부터 새벽 만취한 상태로 들어오는 고3 학생 손님들 때문에 고역이다”라며 “그들은 술, 담배도 가능하고 모텔 출입도 가능한데 왜 PC방만 출입이 안되느냐고 나한테 막무가내로 따지는데 환장하겠다”라고 말했다.

또한 올해는 두 가지 이슈가 더해져 PC방을 더 힘들게 하고 있다. 바로 <배틀그라운드>와 학교재량권이다.

<배틀그라운드>는 희대의 흥행작인 동시에 청소년이용불가 이용등급의 게임물이다. 때문에 PC방 업주는 게임법에 따라 이들의 게임 이용을 제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럴 경우 또 한바탕 난리를 감수해야 한다.

‘나도 이제는 <배그> 할 수 있어!’라며 꿈에 부풀어 있는 청소년의 기대를 무산시키면 노발대발하는 것이 보통이다. 가입도 되고 구매도 되는데 실행은 불법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다.

일선 학교들이 학사일정을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재량권은 고등학교 졸업식 시기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일부 학교에서는 성탄절 직후 졸업식을 진행하기도 했는데, 이게 또 PC방에서는 말썽을 일으킨다.

‘고등학교 졸업하기 전까지는 10시 이후 출입이 안 된다’라는 사실을 숙지한 알바생이 배운대로 졸업식을 치른 99년생이 출입시켰는데, 때마침 캠페인을 벌이던 단속반에게 시정조치를 받은 사례도 있다. 형식상의 졸업식은 먼저 진행하지만 졸업장에 적힌 날짜는 2월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해가 바뀌면서 PC방 관리프로그램 설정이 자동으로 경신되면서 불만이 제기되는 사례도 있다. 일부 매장들은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선의로 학생요금제를 별도로 적용하곤 하는데, 1월 1일부터 관리프로그램이 성인으로 인식하도록 설정하면 졸업 전인 고3 학생에게 성인요금이 적용되나 <배그> 등에는 접속이 차단된다. 결국 요금은 성인 요금제로 전환됐는데 성인 콘텐츠는 여전히 이용할 수 없다는 사실에 트집을 잡는 것이다.

한 PC방 사장은 “이 시기는 알바생 구하기도 힘든데 야간 알바생들이 1주일도 못 버티고 그만 둔다. 행정처분에 벌벌 떨면서 고3 청소년들과 전쟁을 치르느니 그냥 PC방 접고 19살 상대로 술담배나 팔고 싶다. 언제까지 이런 일을 반복해서 겪어야 하나”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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