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12월호(통권 325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5년 만에 PC와 온라인으로 가득 찬 지스타
PC방이 주목할 것과 건져야 할 것들


올해로 13회를 맞은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 2017이 부산 벡스코에서 지난 11월 16일부터 19일까지 총 4일간 성황리에 진행됐다. 전 세계 35개국, 676개사가 참가해 2,857부스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첫날인 16일 오전은 전날 포항 지역 지진을 비롯해 일반 티켓 판매가 제한됨에도 불구하고 이른 아침부터 수백 명이 초청권을 들고 티켓 부스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등 이미 집객에서도 흥행에 성공했다.

매년 개최되는 지스타는 게임산업의 흐름이 투영되는 지표로서 해외 수출입의 트렌드는 물론 국내 게임시장의 변화를 기민하게 표출해왔다.

그런데 올해는 온라인게임의 급격한 확대와 이에 기반한 온라인 콘텐츠 플랫폼의 확대가 도드라지게 나타났고, 수년 전부터 미래 게임산업의 한축이 될 것으로 예견되며 주목받아온 VR의 정제된 모습도 엿보였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보다 나은 체험 원하는 유저 트렌드 방증
게임산업이 높은 체험성을 강조하는 온라인게임과 낮은 진입장벽과 뛰어난 접근성을 강조하는 모바일게임으로 양분돼 저변이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 통계 지표를 통해 증명되어 왔다. 이번 지스타 2017은 특히 보다 나은 체험을 원하는 유저 트렌드가 투영됐다.

 

넥슨과 블루홀을 비롯해 그라비티와 KOG 등 4개 게임사가 온라인게임을 들고 나타났는데, 넥슨이 <피파온라인4>, <니드포스피드 엣지>, <타이탄폴온라인>, <천애명월도>, <배틀라이트>를, 블루홀이 <배틀그라운드>와 <에어>를, 그라비티와 KOG가 각각 <라그나로크: 제로>와 <커츠펠>을 준비해 총 9종의 신작이 체험존으로 꾸며졌다.

 

온라인게임을 출품한 게임사가, 또 그 수가 이렇게 많은 것은 2012년 이후 처음이다. 5년 만에 온라인게임 시대의 재래를 알리는 서막이 열린 셈이다.

결국 유저는 플랫폼이 아닌 보다 나은 체험을 원한다는 것이 명확하게 강조된 것이며, 이에 따라 모바일게임 시장도 예외 없어 고퀄리티를 추구하는 게임들로 재편된 상태다.

유저가 높은 체험성을 원한다는 사실은 지스타 2017에 참가한 하드웨어 업체들의 전시 제품만 봐도 알 수 있다. 21:9 144Hz 커브드 모니터와 게이밍 키보드/마우스를 비롯해 아예 게이밍 노트북까지 전면에 등장해 하드웨어 업체들이 유저의 체험성에 얼마나 기민하게 반응하고 있는지 확연하게 드러났다.

 

통상 게이밍 노트북은 고성능에 소량 생산 형태기 때문에 대중성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제조사 입장에서는 하이엔드 유저를 잡는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시장 중 하나이며, 역설적으로 업무용을 월등히 상회하는 성능이 필요할 만큼 고사양화된, 즉 높은 체험성을 제공하는 게임들이 인기를 얻는 시대가 되었다는 방증이다. 결국 ‘노트북으로도 잘 돌아가는 게임이 안돌아가는 PC방 PC’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가 담겨진 셈이다.

실제 이러한 흐름은 지난해 <오버워치>에 이어 올해 <배틀그라운드>가 PC 사양이 시설임대업으로서의 PC방 영업에 직접적이고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결과로 이어졌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게임사들이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눈을 뜨고, 그 방법론으로 인터넷개인방송을 꺼내들었다는 것이다. 인터넷방송플랫폼 트위치는 꾸준히 메인 파트너로 지스타의 한 부분을 맡았고, 넥슨은 본격적으로 인터넷개인방송을 지원하는 시설과 공간을 마련했다. 액토즈소프트 역시 WEGL의 인터넷방송을 비롯해 개인방송이 수월하도록 부스 자체에 단상과 넓은 공간을 적절히 배치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인터넷개인방송의 급격한 부상은 그만큼 소비 유저가 있다는 의미로, 이는 PC방이 프리미엄 좌석의 일환으로 인터넷방송 좌석을 구축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과 궤를 함께 하는 것이다. 인터넷개인방송과 그 소비 유저는 한동안 늘어날 것으로 보아 PC방도 상권에 따라서는 인터넷개인방송에 대한 지원방안을 고민해보는 것도 차별화된 경쟁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게임사보다 더 지스타스러운 게이밍 기어 전문 업체
올해는 온라인게임이 부쩍 늘었기 때문일까? 지난해보다 더 많은 게이밍기어 전문 업체가 참가했고, 그 규모와 외형도 사뭇 달라졌다.

올해 게임사보다 더 지스타에 어울리는 부스를 설치했다는 평가를 받는 LG전자는 21:9 144Hz 커브드 게이밍 모니터와 게이밍 노트북 등으로 영상미가 뛰어난 게임들을 시연했고, 나아가 최근 가장 핫한 <배틀그라운드> 대회를 진행해 여느 게임사들보다 더 뛰어난 집객과 호평을 이끌어냈다.

그만큼 유저들의 게이밍 기어 등 하드웨어에 대한 관심과 니즈가 커졌다는 의미다. 반대로 <니드포스피드 엣지>, <배틀그라운드> 등을 게이밍 노트북으로 체험할 수 있게 꾸미는 등 고사양과 온라인게임의 만남이 자연스럽게 연출되고 있었다.

물론 ASUS, 기가바이트, 맥스틸, 제닉스 등 PC 하드웨어 전문업체들도 대거 참가해 참관객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아 게이밍 PC와 주변기기에 대한 유저의 높아진 눈높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인텔-엔비디아-AMD
올해는 재미있게도 PC 콤퍼넌트의 핵심 3사 인텔, 엔비디아, AMD가 모두 등장했다. 물론 엔비디아만 직접 참가한 것이고, 인텔과 AMD는 파트너사인 기가바이트 어로스와 HTC Vive를 각각 지원하며 함께 선보인 형태지만 3사가 동시에 지스타에 CI를 간판에 내건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PC 콤퍼넌트 시장이 예상과 달리 그 규모가 유지되고 있고, 성능과 기능성에 대한 경쟁이 더욱 가속화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VR, 우후죽순? 솎아내기!
올해도 VR은 많이 등장했다. 다만 지난해와 달라진 점은 크게 고성능, 표준화, 멀티플레이라는 키워드에 집중됐다는 것이다.

 

외형상 HMD와 어트랙션 모두 유지되고 있지만 HMD의 성능과 콘텐츠의 완성도는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당장 B2C는 물론 B2B 역시 HMD가 고성능으로 상향평준화됐고, 어트랙션은 더욱 기민하고 큰 동작이 가능했다.

 

더욱이 <프론트디펜스>, <스페셜포스VR>, <얼라이스스페이스> 등 4종의 VR게임이 멀티플레이 체험이 가능해 향후 PC방에 도입될 VR의 방향성을 보여줬다. 어트랙션 계열은 아직 고가인데다가 공간과 관리 인력이라는 넘어야할 산이 있어 확산이 더디겠지만, HMD 계열은 사용이 편하고 멀티플레이를 지원하는 콘텐츠가 속속 등장하고 있어 2018년도에는 보급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선택과 집중
올해의 지스타 분위기는 선택과 집중으로, 가지 수는 줄었으나 집중도는 높아졌다. 당장 매년 다작을 선보여온 넥슨은 올해도 다작이긴 하지만 작년보다 그 수가 줄어들었고, 네코제와의 결합도 과감하게 포기하고 오롯이 체험존에 집중했다. <배틀그라운드>와 <에어>의 체험과 대회에 집중한 블루홀, 신작 없이 오직 이스포츠만 내세운 액토즈소프트, 게이밍 모니터와 그램 노트부에 집중한 LG전자 등 대부분 시그니처급 두어 가지만 강조할 뿐 시선을 분산시키지 않도록 노력했다. 그라비티 역시 <라그나로크: 제로>와 <라그나로크M> 등 ‘라그나로그’ IP에 역량을 집중했다.

이처럼 올해 지스타에 참가한 게임사들은 단순히 다작을 소개하기 보다는 목적한 한두 가지에 집중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콘셉트를 고수했다. 결국 내년에는 게임사들이 이번 지스타에서 집중했던 타이틀 위주로 능동적인 마케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PC방, 지스타를 통해 게임업계와 유저 트렌드 참고해야
이번 지스타 참가사들의 행보를 보자면 그간 PC방이 걸어온 방향과 비슷한 면도 보이고, 향후 PC방이 추구해야할 방향을 미리 볼 수 있기도 했다. 2012년부터 고공행진하던 모바일게임 시장의 정체는 지난해 지스타에 이어 올해도 제자리걸음 중이다. 컨퍼런스도 더 이상 모바일게임 시장에 대해 블루오션이 아닌 생존 방안 고찰을 논하고 있다.

 

당장 B2B도 모바일게임 시장의 빈익빈부익부가 심화됐고, 지난해까지는 넘쳐나던 VR 시연은 부쩍 줄어든 대신 한결 정교해지고 고급스러워졌다,

반대로 온라인게임 제2 전성시대의 도래를 비롯해 PC 고사양화와 인터넷방송에 대한 니즈는 더욱 또렷해졌다. 애써 외면하기 보다는 이를 어떻게 활용하면 집객에 도움이 될지 고민하는 긍정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시장을 찾아야만 하는 모바일게임들을 PC방에서 포용해 부가 콘텐츠로 활용할 방법도 고민해야하는 단계가 됐다.

또한, 여전히 이슈를 몰고 다니는 VR도 밸류 크리에이션의 끝자락에 도달한 것이 확인된 만큼 도입 시기와 도입할 콘셉트에 대한 고민을 더는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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