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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지난 20년 동안 PC방과 함께한 게임, 그리고 게임사

月刊 아이러브PC방 12월호(통권 325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17년 12월 31일 일요일 문승현 기자 press@ilovepcbang.com

대한민국 PC방의 원년을 특정하는 일은 의외로 어려운 일이다. 현재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PC방의 원형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PC방 원년이 90년대 중반과 후반으로 갈리기 때문이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생겨났던 PC통신을 이용할 수 있는 카페를 PC방의 원형으로 볼 경우 1994년이, 머그게임이라고 불렸던 <바람의나라>와 <리니지>, 그리고 <스타크래프트>를 핵심 콘텐츠로 운영했던 PC게임방을 PC방의 원형으로 볼 경우 1998년이 원년이 된다.

이번에는 후자에 입각해 지난 20년간 PC방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주요 게임과 게임사를 간략히 다뤄보고자 한다.

태초에 별과 피가 있었다
<스타크래프트>와 <리니지>는 지난 1998년 출시돼 2017년 현재도 PC방 인기 순위 TOP 10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현역 게임이다. <스타크래프트>와 <리니지>는 PC방 리서치 게임트릭스와 더로그에서 11월 기준 각각 6위와 9위에 올라있다.

<스타크래프트>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PC 전략 게임’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만 특히 한국의 ‘스타 사랑’은 유별나고 각별했다. 국내 판매량만 500만 장에 육박한다고 하니 한국인 열 명 중 한 명은 CD를 구입한 셈이다. 친구들과 함께 편을 나눠 PC방에서 한판 대결을 벌이는 포맷은 이 시대 남학생들 놀이문화에서 일종의 공용어 위상을 차지했다.

<리니지>는 출시 당시 화려한 그래픽과 사운드로 무장한 대용량의 최신 온라인게임이었고, 좋은 아이템을 갖추고 레벨이 높으면 강자라는 단순한 논리를 제시했다. PK와 공성전 등 매력적인 콘텐츠를 ‘클릭질’이라는 컨트롤로 구현했다. 또한 온라인게임과 관련한 온갖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 주범이라는 비판과 한국 온라인게임의 지평을 열었다는 찬사를 동시에 받고 있다. 물론 PC방 발흥에 큰 공을 세웠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편, 1년 후 PC방에 데뷔한 <포트리스2(1999)>도 이 둘에 버금가는 인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인기와 별개로 마땅한 수익모델을 찾지 못해 회사 사정은 날로 어려워지고 있었는데, PC방에서 많이들 플레이한다는 이유로 아무런 정책도 없이 PC방에 갑작스레 요금을 부과하는 황당한 행동을 강행한다. PC방 업계 차원에서 불매운동을 했지만 게임사는 가맹점 숫자에는 변함이 없다는 성명을 내는 작태로 대응하기도 했다.

온갖 온라인게임들이 모인 용광로
<스타크래프트>와 <리니지> 이후 몇 년간 신작 게임들이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오며 PC방의 문을 두드렸다. ‘토종 스타크래프트’나 ‘포스트 리니지’를 꿈꿨던 미투게임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PC방 전성기의 시작을 알렸던 이 시기에는 독특한 개성과 참신한 게임성으로 무장한 작품 다수가 나왔던 것도 특징이다.

특기할 만한 타이틀로는 블리자드의 <디아블로2(2000)>와 <워크래프트3(2002)>가 PC방 패키지게임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했고, 풀3D 그래픽으로 웹젠의 기둥이 된 <뮤(2001)>와 오덕 아재들이 애증의 인생겜으로 꼽는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2002)>도 시대를 풍미했다. 엔씨소프트가 언리얼엔진으로 눈부신 그래픽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던 <리니지2(2003)>도 이 시기에 나왔다.

밀레니엄 초입까지만 해도 FPS 장르는 <레인보우식스>나 <카운터스트라이크> 등 외산 게임의 전유물이었지만 <스페셜포스(2004)>가 혜성처럼 등장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반면, 개발사 드래곤플라이와 퍼블리셔 네오위즈, 그리고 PC방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PC방 업계에 게임사가 적이 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 게임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오디션(2004)>은 PC방 업계에 여성 고객이라는 화두를 던졌고, 키보드 타자소리가 타인에게 소음일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대두시키는 등 독특한 캐릭터성으로 뚜렷한 인상을 남겼다.

이름값 높은데 의외로 뒤늦게 성공?
넥슨은 PC방 퍼블리셔의 맏형 같은 이미지지만 PC방에서는 뒤늦게 빛을 본 게임사다. <바람의나라(1996)>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그래픽 MMORPG의 시초로, 한국 게임사(Game史)의 한 페이지를 차지하는 작품이다. 하지만 PC방에서는 괄목할 성적을 내진 못했고, 이는 <어둠의전설(1998)>, <일랜시아(1999)>, <아스가르드(2002)>, <테일즈위버(2003)>로 이어지는 넥슨의 클래식 RPG 라인업 역시 마찬가지다.

무겁고 어두운 MMORPG 부분에서는 엔씨소프트가 워낙 강성한 위세를 떨치고 있었기 때문인지 넥슨은 이 시기부터 아예 MMORPG가 아닌 장르, 전혀 다른 유저층을 타겟팅하기로 작정한 듯 보인다.

밝고 코믹한 분위기를 앞세운 <크레이지아케이드(2001)>가 저연령 유저들을 상대로 인기를 끌었고, 다시 동일한 문법으로 쓰인 <메이플스토리(2003)>를 선보이며 상업적으로 대성공을 거두게 된다. 2000년대 초반은 넥슨이 초등생 전문 게임사의 이미지를 구축한 시기다.

PC방 전성기를 이끈 사대천왕
IMF에서 비롯된 절망에서 벗어나 거침없이 성장가도를 내달리던, 2004년부터 2009년에 이르는 6년의 세월은 PC방의 전성기라고 할 법한 시기다. 전국의 PC방 숫자는 현재로써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수준인 2만 곳을 넘어섰다. 봄/가을 비수기 평일 가동률이 25%를 돌파하고, 주말 가동률이 35%에 육박했다. 심지어 심야 시간대에도 매출이 나쁘지 않아 야간영업 중단은 이슈가 되지도 않았다.

4개의 게임이 이런 PC방 전성기를 이끌었다고 평가되는 데 바로 <월드오브워크래프트(2004)>, <카트라이더(2004)>와 <서든어택(2005)> 그리고 <던전앤파이터(2005)>다. 이들 모두 전성기 시절에는 PC방 인기순위 선두권에 포진했고, 시간이 흐른 현재까지도 PC방 인기순위 TOP 20 내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현역이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는 방대한 세계관과 친절한 시스템, 세련된 탱/딜/힐 전투를 앞세워 완성형 MMORPG 반열에 올랐다. 지금도 확장팩이 나올 때마다 전 세계 온라인게임을 통틀어 가장 핫한 이슈를 제공하고 있다. <카트라이더>는 간편한 조작만 요구하는 캐주얼 레이싱게임이 성공할 수 있는 최대치를 현실로 보여준 타이틀이다. PC방 업계에는 남녀노소를 불문한 고객층의 다각화를 상기시킨 기념비적 작품이다.

<서든어택>은 이제 PC방 인기순위나 장르순위 1위가 아니지만 PC방 대표 FPS를 논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임이다. 그만큼 전성기가 길었고 위세도 대단했다. <던전앤파이터>는 시대를 역행하는 2D 그래픽으로 문제작에 거론되고는 했다. PC방은 물론, 한국과 중국을 막론한 폭발적인 흥행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공교롭게도 <서든어택>과 <던전앤파이터> 모두 넥슨이 아닌 곳에서 태어났지만 지금은 넥슨을 대표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MMORPG 전성기의 끝을 잡고
2004년부터 2009년까지를 PC방과 온라인게임의 빛나던 시절이라고 기술하고 있지만 그만큼 그림자도 짙게 드리웠다. 이 5년의 전성기(2005~2010)기간 출시된 온라인게임 중에서 현재 PC방 인기순위 TOP 20 안에서 버티고 있는 게임이 단 1개뿐이다. 그만큼 많은 신작 게임들이 고배를 마셨고, 신구 세대교체가 경직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는 반증이다.

그래서 예외적이고, 유일무이한 한 작품이 더욱 특별하게 보인다. 바로 <아이온(2008)>이다. <아이온>이 출시된 시점을 기준으로 전후 2년은 신작 온라인게임들이 줄줄이 고꾸라지던 기간으로, 2012년 2월 말까지 계속된 160주 연속 PC방 인기순위 1위라는 기록에서 <아이온>이 PC방의 신작 갈증에 얼마나 청량감을 선사했는지 짐작케 한다.

물론 <아이온>도 엔씨표 게임의 고질적인 문제를 비껴가진 못했다. 유저들을 대상으로 한 과금유도 수준이 높다보니 유저풀은 하드코어 유저들로 채워졌고, 현재는 PC방 인기순위 20위권에 간신히 자리를 잡고 있다.

과거로의 회귀? 새 시대의 여명?
PC방 전성기가 황혼을 맞이하고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었던 시기는 2010년대 초입이다.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2(2010)>와 이듬해 라이엇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2011)>는 PC방 업계에 서로 상반된 방향으로 커다란 파문을 남겼다. 블리자드와 라이엇게임즈는 외국계 회사라는, 또 <스타2>와 <LOL> 전략게임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지만 PC방 관련 정책이나 게임의 내용은 완전히 궤를 달리 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스타2>는 전작에 비하면 흥행에 참패했고 <LOL>은 온갖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유래를 찾기 힘든 성공을 거뒀다. 블리자드는 이때부터 패키지게임에 PC방 프리미엄 혜택도 없이 F2P 온라인게임의 과금 모델을 적용하기 시작한 반면, 라이엇게임즈는 튼실한 프리미엄 혜택과 함께 비가맹점 IP를 차단하지 않는 친(親)PC방 정책으로 환심을 샀다.

게임만 놓고 봐도 차이점은 보인다. <스타2>는 전작의 그래픽과 UI 등을 일신하기는 했지만 참신한 경험은 선사하지 못했다. 반대로 <LOL>은 RTS의 전략과 RPG의 육성을 버무린 AOS(MOBA) 장르의 게임성을 간파하고 MOD가 아닌 정식 타이틀로 내놓아 글로벌 이스포츠 시장을 재편했다.

PC방 업주들의 신청을 받아 ‘전국 PC방 토너먼트’라는 자체 대회를 지원하는 라이엇게임즈와 그렇지 않은 블리자드의 PC방 정책은 세세한 면면에서도 차이가 매우 크다.

빛을 보고 싶다면 그늘을 피해라
지금으로부터 5년 전 <디아블로3(2012)>, <블레이드앤소울(2012)>, <피파온라인3(2012)>가 PC방에 데뷔했다. <LOL>이라는 절대강자와 교집합이 없는 이들은 지금까지도 PC방 인기순위 TOP 10에서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디아3>는 핵앤슬래쉬 전투와 아이템 파밍에 따른 세팅의 재미를 내세워 다시금 전작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디아3> 또한 PC방 프리미엄 혜택이 없지만 시즌 업데이트를 필두로 한 온라인게임스러운 운영으로 PC방 유저풀을 유지하고 있다.

<블소>는 당대 최강의 그래픽으로 아찔한 경공 연출, 호쾌한 전투 시스템 및 조작감으로 엔씨소프트의 차세대 MMORPG를 세상에 알렸다. 간헐적으로 진행하는 PC방 출석체크 이벤트와 보상으로 제공되는 의상 아이템은 PC방 업주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피온3>는 2012년 연말을 장식한 게임으로, 이듬해부터 <아이온> 및 <LOL>과 함께 PC방 왕좌를 두고 잠시 3강 구도를 형성할 정도의 인기를 끌었다. 인기 신작의 연이은 등장으로 지금은 순위가 4위로 내려앉았지만 파격적인 PC방 이벤트는 언제나 이슈가 된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지난해 5월 출시된 <오버워치>는 반년 동안 센세이셔널한 흥행을 이어갔고, 마침내 PC방 절대강자로 군림하던 <LOL>의 왕좌를 찬탈하는데 성공했다. 동물적 감각을 요구하는 전투는 짜릿한 재미를 선사했고, 하이퍼FPS라는 장르는 빠른 속도감과 화끈한 액션을 제공했다. 여기에 AOS게임스러운 스킬과 역할까지 더했고, 마지막으로 매력 넘치는 캐릭터들을 한보따리로 묶어놨으니 흥행가도는 거칠 것이 없었다.

시간이 흘러 새해를 맞은 <오버워치>는 오픈 초기의 폭발적 인기를 점차 잃어갔고 PC방 인기순위 1위를 다시 <LOL>에 반납하게 된다. 그러나 게임의 핵심적 재미를 반감시키는 엉뚱한 업데이트와 단기적인 이벤트만 남발하다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가 떠오른 이후 현재는 PC방 점유율 10% 이하(더로그 기준)로 곤두박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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