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9월호(통권 322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종래의 신작 게임들이 PC방 게이머를 더 많이 차지하려고 혈투를 벌였다면,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는 뚜렷한 개성을 어필하면서 새로운 유저를 발굴했다. 이에 PC방 업계에서는 기존의 고객층을 건드리지 않고, PC방에 새로운 고객을 만들어준 결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배틀그라운드>라고 해서 PC방 업주에게 100%의 만족감을 선사하는 것은 아니다. 우선 정통 온라인게임이 아닌지라 PC방 퍼블리셔가 없다. 이 때문에 업주가 고객에게 서비스하려고 할 때도 낯선 문제들과 마주하게 된다. 아울러 고사양 PC를 요구하기 때문에 PC 업그레이드라는 경제적 부담도 따른다.

즉 <배틀그라운드>는 맛은 보장되지만 손질이 까다로운 복어처럼 매출에 도움이 되지만 여간해서는 매장에 안착시키기 어려운 별미 중의 별미다. 이런 <배틀그라운드>를 통해 별다른 조치 없이 야간 가동률을 크게 끌어올린 파주 시네마 PC방이 흥미를 끌었다.

“<배틀그라운드>는 이례적인 녀석일 뿐. 특별취급 필요 없어”
시네마 PC방은 신도시 아파트촌 상가에 위치한 매장으로, 일견 모든 것이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PC방이다. 또한 상가에는 학원이 밀집해 있어 청소년들의 선호도가 높은 <리그오브레전드>, <오버워치>의 호성적을 예상하기 쉽다.

그러나 이 매장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섣부른 판단이었음을 알 수 있다. 가을 비수기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높은 일평균 가동률을 자랑한다. 이런 가동률의 토대에는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도는 야간 가동률이 있고, 다시 야간 가동률의 중심에는 <배틀그라운드>가 있다.

▲ 학생 고객이 없는 정오에도 성인석에는 고객이 있다

높은 가동률을 언급하자 머쓱했는지 김유성 사장은 야간 고객의 절반 가까이가 <배틀그라운드> 유저라서 그런 것 같다고 답했다. 하지만 말투에서 왠지 모를 냉담한 인상을 풍겼다. 그리고 다음 이야기에서 그 이유를 유추할 수 있었다.

그는 <배틀그라운드>를 두고, 수년째 PC방을 운영해오고 있지만 처음 만나는 유형의 게임이며,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속담이 이런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배틀그라운드>의 흥행은 정말 희귀한 케이스로, PC방이 기대하거나 의존해서는 절대 안 된다”라고 잘라 말했다.

“<LOL>과 <오버워치>에서 매출 대부분이 나오는 건 마찬가지”
학원이 밀집한 곳에 입주한 모든 PC방이 그러하듯 가장 큰 고민은 피크타임인 오후 7~10시까지를 제외한 시간을 어떻게든 채우냐는 것이다, 이는 시네마 PC방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실제로 시네마 PC방의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고객층은 10대 청소년들로, 피크타임 동안 <리그오브레전드>와 <오버워치>에 편중된다.

▲ 일반석과 성인석의 PC 사양, 인테리어, 주변기기에 차별을 두진 않았다

흥행작 <배틀그라운드>에 만반의 준비를 갖춰 창업한 고사양 PC방도 아니고, 그렇다고 유동인구가 폭발하는 상권도 아닌 곳에 자리를 잡은 150대 규모의 매장이 시네마 PC방이다. 무엇이 이 매장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일까? 특히 새벽 시간대에 매장을 찾은 고객들은 금촌, 월롱, 운정 등 다양한 곳에서 왔는데, 이들이 먼 길을 불사하고 찾아오게끔 만든 원동력이 궁금했다.

김유성 사장은 “우리나라 PC방들은 저마다 특징이 있고, 운영 방식도 다 다르니 내가 말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밝히며 “밤에는 어른들만 출입하니 성인들이 우리 매장에 바라는 바를 듣고, 요구사항을 반영하려고 애쓴 것이 전부다”라고 덧붙였다.

<배틀그라운드>에 대한 시네마 PC방의 방침은 ‘성인들이 즐겨 찾는 게임 중 하나지만 눈에 불을 켜가며 대응할 가치는 딱히 없는 그런 게임’ 정도라는 것이다. 다만 매장 운영의 중요한 성인 고객을 관리한다는 차원에서 다루고 있는 것 뿐이다.

“난 하던 일을 했을 뿐인데 <배틀그라운드>가 알아서 오더라”
올해 3월 초에 확장공사를 실시한 시네마 PC방은 기존 90대에서 150대 규모가 되었다.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에 괜히 가동률만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도 많았지만 성인 고객을 잃을 수 없다는 생각에 용단을 내렸다.

▲ 매장에 들어서면 창고 입구가 일반석과 성인석을 알리는 표지판 역할을 한다

확장 공사의 핵심은 새롭게 마련한 60석을 성인들을 위한 불가침 영역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카운터는 일반구역과 성인구역 사이에서 양자를 잇는 가교인 동시에 가르는 작두 역할을 한다. 성인 고객들이 흡연실에서 업주에게 하소연했던 청소년들의 고성 관련 불만을 어떻게든 해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공사로 인해 수개월 동안 영업을 못했지만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호응이 이어지자 힘이 생겼고 성인구역 게임 점유율에 맞춰 그래픽카드는 GTX1060, CPU는 i5, 모니터는 144Hz로 업그레이드를 단행할 수 있었다.

선불결제기에 ‘성인석’ 표시를 했지만 청소년 고객들은 저글링처럼 성역에 침입해왔다. 그러나 본래의 취지를 살리고 싶었기 때문에 할 일을 했다. 일일이 일반구역으로 내쫒는 일은 업주와 근무자 모두에게 성가시고 귀찮은 일이었지만 성인 고객들의 호응은 다시 힘이 됐다.

이 모든 일들은 <배틀그라운드>가 스팀에 이름이 올리기 이전의 이야기다.

마치며…
이런 고심과 노력의 결과인지 시네마 PC방은 <블레이드앤소울>, <테라>, <리니지> 같은 성인들 취향의 MMORPG의 점유율이 유독 높다. 심지어 <월드오브탱크>처럼 아재들의 선호도는 높지만 국내 서비스가 중단된 게임이 TOP10에 이름을 올리는 기현상도 목격할 수 있었다.

관리해야 할 공간 자체가 넓어지고 고객이 많아져 알바생의 업무강도가 높아지기도 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조리에 손이 많이 가는 라면을 없앴다. 의외로 고객들의 반응도 큰 저항이 없었고 아예 간편한 냉동식품만 취급하고 있다. 라면이 사라지자 키보드에 국물을 쏟는 사고가 사라져 만족한다고 한다.

또한 확장으로 인해 카운터에서 근무자가 시야를 확보할 수 없게 됐다. 이런 H형 구조를 극복하기 위해 CCTV를 활용했다. CCTV를 보안뿐만 아니라 근무자의 매장관리를 위한 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김유성 사장은 역사적으로 수많은 기대작들이 망해왔으니 거대작, 인기작, 흥행작, 화제작 등 신규 게임에 기대하지 말자는 지론을 갖고 있다. 게임 유저는  신작이 없으면 하던 게임을 할 뿐이라는 것이다. 대박이 없는 기간에 할 일을 하면 <배틀그라운드> 같은 게 얻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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