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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스타: 리마스터> 논란의 본질, 블리자드의 과욕이 끄집어낸 오래된 우상(偶像)

月刊 아이러브PC방 9월호(통권 322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17년 09월 10일 일요일 문승현 기자 press@ilovepcbang.com

지성사에서 중세와 근대를 가르는 칼날의 이름은 과학혁명으로, 영국의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은 명검(名劍) 귀납법을 휘둘러 과학혁명의 선봉에 섰다고 알려져 있다. 베이컨에게 추풍낙엽처럼 나가떨어진 적들은 도그마(Dogma)로 무장한 스콜라 철학자들이었다.

교회에서 신앙의 이름으로 정해놓은 불변의 진리인 도그마는 회의적인 시선으로 비판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다. 지금이야 중세의 망령 정도로 취급되지만 당시만 해도 막강한 권위와 전통 앞에서는 추종만이 허용되었다.

베이컨은 이성적이어야 할 과학의 영역에 버젓이 자리를 잡고 앉아있는 도그마들을 도려냈다. 덕분에 이치에 맞춰 기존의 편견에 맞서 싸울 것을 요구한 과학/철학계의 전설적 소드마스터라고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이런 베이컨 이야기는 할아버지의 무용담을 듣는 어린이의 심정마냥 심금을 울리는 구석이 있다. 특히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사태를 둘러싼 도그마를 온몸으로 체험하고 있는 PC방 업주에게는 말이다.

PC방이 친구 하나 없는 이유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스크래프트: 리마스터>를 발표했을 당시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다. 아재들은 추억이 되살아나 좋고, 게임사야 패키지 판매하니까 좋고, PC방은 신규 고객을 기대할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을 수가 없었다.

문제는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의 실체가 드러난 이후부터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실시한 정책의 불합리함이야 두 말하면 입 아픈데, 이는 오롯이 PC방 업주들만의 고통일 뿐이었다. 블리자드의 정책에 PC방과 함께 눈살을 찌푸려주는 이가 없다.

기껏해야 정식 서비스가 시작되기도 전에 PC방 오과금이 발생했다는 것 외에는 ‘PC방 vs 블리자드’라는 전체적인 대립 구도에서 PC방이 겪어야 하는 문제의 본질을 들여다보려는 여론은 없었다.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출시와 함께 진행된 구 버전 <스타크래프트>의 무료화, 지난 1998년 패키지 방식으로 판매된 <스타크래프트>를 구매했던 PC방 업주들의 신세,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PC방 프리미엄 혜택의 효용성 등 PC방의 이해가 달린 부분은 차치하고서라도 블리자드에게 선택권마저 박탈당한 채 이중과금을 당하게 생긴 게임 유저들조차 PC방 입장에 호의적이지 않다.

이 원인은 제법 자명하다. 게임 유저들은 자신이 이중과금의 피해자인 것을 인지하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를 둘러싼 ‘이중과금’ 이슈가 PC방 업주들이 스스로의 이속을 더 챙기기 위한 주장 정도로 치부하는 게 대부분이다.

PC방 이용요금에 유료게임 비용이 포함된다는 사실은 PC방 업주들 사이에서는 상식인 반면, 게임 유저들은 이런 방식을 들어본 적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부분유료화(F2P) 방식의 온라인게임이 시장의 주류로 부상하면서 엉뚱한 현상이 생겼다. 이런 게임 유저들 생각에 게임하면서 돈 쓰는 일은 아이템을 구입할 때뿐인 것이지 접속 자체에 비용이 발생하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하는 것이다.

또한 유저 입장에서 PC방 요금을 결제하고 이용하는 경험을 곰곰이 살펴볼 필요도 있다. 선불제 PC방 이용요금이 1시간에 천 원이라고 가정하면, 유저가 유료 게임을 플레이했을 때 48분 후에 PC 전원이 꺼진다.

앞서 언급한 유료게임이라는 개념이 유저에게 자리잡혀 있지 않다보니 PC방에서 시간을 조작한다는 인상을 받는 게 당연지사다. 이에 대해 항의하는 고객을 상대로 설명하느라 진땀을 뺀 PC방 업주와 알바생이 적지 않다.

이렇게 250원 남짓한 푼돈을 사이에 두고 PC방 업주와 유저가 복잡다단한 시비를 가리는 과정에서 게임사는 쏙 빠진 채 누구의 것인지 확실하지 않은 동전을 게걸스럽게 챙겨왔다. PC방 업주는 모르고 있었지만 250원 돈을 계산하는 동안 고객인 유저는 빈정이 상해버린 모양이다.

왜 하필 블리자드냐고 묻는다면…
그렇다면 시간당 250원 정도 하는 유료게임비가 대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어떤 재화를 구입한 비용인지, 왜 있어야 하는 것인지, 문제는 없는지, 더 나아가 꼭 있어야 하는 것인지 하는 의문이 말이다.

유저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신장개업 PC방을 찾아간다고 해도 그 매장에서는 온라인게임에 접속조차 못할 수 있다. PC방은 집이 아니기 때문이다. F2P 게임이면 세상 그 어떤 온라인게임이라도 클라이언트를 설치해 접속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니다. PC방에서는 접속이 안 된다.

다시 말하지만 이유는 그저 PC방이기 때문이다. PC방 업주가 게임사의 가맹 요구에 동의하고, 효용가치를 환산해보기 어려운 프리미엄 혜택을 받아들고, 시간당 250원을 결제해야 PC방에 찾아온 유저는 게임에 접속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서도 프리미엄 혜택이 유저에게 만족스러운지 여부를 알 수가 없다.

게임사가 프리미엄 혜택을 이유로 유료게임비라는 정량상품을 판매하고 싶다면 매력적인 내용과 가격으로 어필해야지 강매해서는 안 되는 것이 시장경제의 상식이다. 게임사의 상품을 PC방 업주가 사고, 이를 PC방을 찾은 유저가 향유하는 현재의 PC방 구조를 고려한 시장경제의 상식을 한 번 상상해보자.

한 유저가 F2P 방식의 A라는 게임을 하려고 PC방을 찾아왔다면 이 매장의 가맹 여부와 상관없이 A에 접속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매장이 가맹점이라고 가정할 때, 이 유저는 A가 제공하는 프리미엄 혜택의 효용성을 판단해 혜택을 받을지 말지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PC방 프리미엄 혜택은 블리자드의 몰이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이 선택에 따라 PC방 이용요금이 달라지는 것도 당연하다. 1,000원으로 1시간을 이용할지 48분을 이용할지 유저가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된다면 PC방 업주는 고객들의 반응을 보고 어떤 게임과 게임사가 가맹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단번에 판단하고 합리적 소비자로써 역할을 하게 된다.

정리하자면 기존의 방식은 접속은 무료로 할 수 있는 F2P 게임이 PC방 고객인 유저들을 볼모로 잡아 접속 권한을 강매하고, 달래기식으로 애매한 상품을 던져준 것이다.

그런데 전 세계 유저들의 사랑을 받는다는 블리자드는 한 발짝 더 나아갔다.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는 F2P 온라인게임이 아니라 소유형 라이선스를 구매하는 패키지게임이기 때문이다. 또한 PC방 유료게임 중 가장 작은 혜택, 가장 비싼 비용, PC방 과금 우선 적용 등 탐욕을 드러내는 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16,500원을 지불하고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를 구매해 보유 중인 유저가 PC방에서 게임을 구동하면 PC방에 과금이 되고, 이는 다시 유저의 PC방 이용요금에 더해지게 된다. 앞서 언급한 F2P 온라인게임과 마찬가지로 유저가 PC방 프리미엄 혜택의 적용 여부를 선택할 권한은 애초에 주어지지 않는다.

소드마스터의 검술은 우상파괴검법
다시 소드마스터 베이컨의 무용담으로 돌아가 보자. 베이컨은 도그마를 피해가며 결과를 끼워 맞추는 당대의 학문 논의 경향을 타파해야 할 우상이라고 부르면서 맹공을 멈추지 않았다. 베이컨의 성명절기는 우상론인데,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를 맞닥뜨린 PC방 업주들은 우상의 하나인 ‘극장의 우상’에 주목할 만하다.

베이컨에 따르면 ‘극장의 우상’은 학자들이 만들어 놓은 기존의 체계를 맹신하면서 발생한다. 현재 폭넓게 통용되고 있는 체계는 많은 이들에 의해서, 그리고 긴 시간이 흐르며 형성되고 인정된 것이기 때문에 타당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기존의 체계를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며 수용한다면 이는 우상에 불과하다. 베이컨이 ‘극장의 우상’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핵심은 기존의 체계가 문제는 없는지 따져보는 태도, 기존의 체계를 따르더라도 충분한 검토와 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PC방 프리미엄 혜택이 분명 PC방 업종을 구성하는 오래된 부분이고 긍정적인 부분도 상당히 있다. 하지만 PC방 혜택과 과금, 그리고 불합리한 부분이 예전부터 이 자리에 있어왔다고 해서 비판 및 개선 불가능한, 절대적인 그 무언가라는 인식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PC방 프리미엄 혜택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과정에서 소비자로서 PC방의 권익이 침해된다면, 또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PC방 프리미엄 혜택을 소비하는 유저의 PC방 혜택 ON/OFF 선택권 묵살이 자행되고 있다면 이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칼을 뽑는 첫 번째 단계는 오래된 우상을 파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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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의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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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기억 2017-09-13 15:50:55    
좋은 글 고맙습니다.
특히 결론 부분이 인상적이네요.
그렇지요, 이제는 근본적인 문제 제기를 할 때인 듯 싶습니다.

다시금 좋은 기사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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