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8월호(통권 321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7월 30일 이스포츠 꿈의 무대 광안리에서 GG투게더의 선언과 함께 세계 최초로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의 서비스가 시작됐다. 그것도 한국의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가맹 PC방에서만 보름 동안 먼저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전 세계가 인정하는 이스포츠의 성지이자 <스타크래프트> 절대 강국인 한국에는 우수한 게이머가 수도 없이 많으니 사전 오픈하기 더없이 좋은 국가가 아닌가. 적어도 내부 테스트에 한국 프로게이머들이 참여했었으니 말이다.

기자라는 직업에 몸을 담은 지 20년도 더 된 지금, 19년 된 <스타크래프트>와 그 확장팩 <스타크래프트: 브루드워>를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라는 이름으로 다시 조작하니 한 시간 동안 20년 전의 추억 속을 걷고 있는 듯했다. 새삼 추억의 힘은 위대하다는 것을 느꼈다.

찬란하던 20대 때를 함께 하던 친구들은 여전하고, 동료 기자들도 여전하다. 이스포츠와 게임산업을 열정적으로 후원하고 PC방의 생존을 걱정하던 사람은 지금 청와대에 들어갔다.

한결같아야 하는 것은 세월을 피해 그대로고, 나아져야 할 것은 놀랍도록 발전했다.

그런데 <스타크래프트>만은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가 되면서 이중과금 및 선택권 박탈 등 일방적인 PC방 정책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가 ‘워크래프트’ 프랜차이즈 <워크래프트(1994년)> <워크래프트2(1995년)> - <워크래프트3(2002년)> - <월드오브워크래프트(2005년)>처럼 서로 완전히 다른 게임으로 만들어졌더라면 이런 구설수에 휘말리지 않았을 것이다.

온라인게임이 <바람의나라>, <울티마온라인>, <리니지> 등 이제 막 프론티어들만 세력을 키우고 있던, 그것도 한국 외에서는 오직 <울티마온라인>만이 성장하던 시점에 PC 패키지 게임으로 발매된 <스타크래프트>에 대해 평생 무료 매치 서버 지원 정책을 발표하지 않았더라면 이 또한 구설수에서 자유로웠으리라. 아예 <울티마온라인>처럼 선구적으로 온라인 전용으로 만들었더라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신규 유저 유입을 거의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오래된 게임이라는 이유로 무료화를 선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유료 구매 제품을 구매한 PC방의 권리를 사실상 소멸시키고 영구적 유료 과금을 지속키로 하지 않았더라면 공정성을 질책 받지도 않았을 것이다. 한국 사회가 최근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며 척결 1순위로 꼽는 ‘갑질’ 논란의 중심에 서는 불명예도 겪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 6월부터 우려와 건의를 통해 지속적으로 피력해 온, 제품 라이선스를 구매한 유저가 PC방에서 플레이하더라도 PC방 과금이 우선 적용되는 시스템을 고집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이중과금’ 논란에 이르지도 않았을 것이다. 적어도 그때부터 대화와 설득의 시간을 가져왔다면 공정위 제소 등 지금 만큼의 저항에 마주하지는 않았으리라.

유저가 무료화된 클래식 버전 즉 SD 버전으로 플레이해도 HD 버전과 동일하게 과금이 되는 시스템은 온라인게임 역사를 태초부터 겪으면서 듣도 보도 못했다. SD는 분명 무료화되었는데 어찌하여 PC방 과금이 이뤄져야 하는 걸까? 유저들조차도 SD 버전으로 플레이하고도 과금, 즉 PC방 유료게임 추가요금을 내야 한다면 “왜요? 난 SD로 했는데요?”라며 상식 밖의 상황에 욕설을 날릴 수 있는 지경이니 누구에게 하소연해야 하나.

이 모든 사단의 원인이 PC방 프리미엄 혜택 때문일까?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는 RTS의 특성상 뭔가 이점을 주면 밸런스가 무너져서 그럴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래서 나온 결론이 초상화 획득에 필요한 경험치를 조금 더 빨리 모을 수 있는 효과와 PC방 리더보드다. 유저들조차 필요 없다는 것을 지출 당사자인 PC방에서 필요로 할지 의문이다. 내 기억 속 35년 전쯤 버스에서 껄렁거리는 아저씨가 비싸게 강매하던 볼펜조차도 비싸서 문제지 쓸 수 있는 물건이기는 했다.

그냥 차라리 이미 효과가 검증된 챔피언스 - 챌린저스 - 클럽 - PC방 토너먼트로 이어지는 상호보완적 리그에 투자해 유저의 참여와 PC방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것이 더 현실적으로 보인다.

20년 전 추억이, 19년 전 추억이 반가운데도, 한편으로는 서글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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