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은 영상과 게임 등의 분야에서 말 그대로 차세대 혁신으로 꼽히며, 그 행보 하나하나가 이슈로 부각될 정도다. 하지만 이런 관심과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VR 산업은 아직 밸류 크리에이션 단계에서 밸류 캡처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 기술 표준도 이제 막 정립하기 위해 뜻이 모이고 있는 단계로, 시장 조사와 그에 따른 맞춤형 상용 디바이스가 양산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장 VR방으로 소문이 났던 몇몇 곳은 시범 서비스에 국한됐고, 일부 어트랙션이 공급되기는 했지만 이 또한 고가의 비용이 성벽보다 높은 걸림돌이 되어 테마파크와 극장가에서나 만나볼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VRIZ가 VR방 비즈니스 모델을 가장 먼저 시도했고, 벌써 3호점을 정식 오픈했다. 사실 VRIZ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장 먼저 시도한 만큼 고민도 많았고 시행착오도 있었다. 현재 VRIZ 운영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주연글로시스 한창영 팀장을 만나 VR방과 PC방에 대한 경험과 미래를 들어보았다.

△ VRIZ를 총괄 관리하고 있는 주연글로시스 한창영 팀장

“가장 먼저 시작해서 가장 많은 노하우 갖춰”
한창영 팀장은 VRIZ를 PC방에 가장 적합한 VR방이라고 소개했다. 이유인 즉, 가장 먼저 VR방 비즈니스 모델을 시작해 가장 많은 노하우를 갖췄기 때문이라고 한다.

Vive 케이블의 번지는 어떻게 관리해야 끊어지지 않는지, 모니터 보호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상권에 따른 매장 구성 방식은 어떻게 할지, 콘텐츠의 선호도와 공급은 어떻게 할지, 부가수익은 어디서 창출할지 등은 이미 겪어본 주연만 알고 있다는 것이 그가 말하는 비법이다.

실제 VRIZ 1호점에서 Vive의 케이블이 몇 차례 단선 위험을 겪은 뒤로 모든 매장의 번지 방식이 바뀌었다. 모니터 역시 액정 파손 사고가 발생해 이후 강화유리가 보강되는 과정을 거쳤다.

비록 서울 주요 상권에 국한되지만, 상권에 따른 VR 선호도와 콘텐츠 선호도에 대한 운영자료도 VRIZ만 가지고 있다. 실제 1호점과 3호점은 유동인구의 성향을 고려해 PC방 80%에 VR방 20% 비율을 접목한 형태이며, 2호점은 오롯이 VR로만 구성되어 있다.

한창영 팀장은 VR이 핫이슈인 것은 맞지만 무턱대고 도입하기 보다는 상권과 매장에 대해 치밀하게 분석한 후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VR은 저변이 넓어지고 있는 단계인 만큼 2호점처럼 전체 VR로 구성해도 되는 상권이 있고 반대로 그렇지 않은 상권이 명확히 나뉜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고려한다면 기존 PC방에는 1, 3호점처럼 일부만 VR을 도입해 저변을 넓혀가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 PC방과 VR을 함께 마련한 VRIZ 3호점(종로점)

△ VRIZ는 서울 주요 상권에 따른 특화된 VR/PC방을 오픈할 예정이라고 한다

가장 신경쓰는 핵심 경쟁력은 ‘콘텐츠 수급’
VRIZ가 가장 신경쓰는 핵심 경쟁력은 바로 ‘콘텐츠 수급’이라고 한다. VR은 그 특성상 온라인게임처럼 장시간 자주 와서 하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 그래서 첫 방문시 만족도가 높아야 재방문이 가능하고, 다양한 콘텐츠가 갖춰져 있어야 방문 횟수가 증가할 수 있다.

이런 까닭에 VRIZ는 YJM과 MOU를 맺고 VR 게임들을 다수 확보했고, 이를 종량제 방식으로 제공해 업주의 부담을 줄였다. 더욱이 스팀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VR 콘텐츠 가운데 인지도가 높거나 유저들이 희망하는 게임들에 대해서는 해당 게임사와 영업용 이용에 대한 라이선스를 획득하는 등 콘텐츠 수급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VR로 사업을 하는 것인데 불법 서비스에는 미래가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된다”며 선을 그었다.

“자동화는 꼭 마련되어야”
VR에 대한 우려 중 하나가 항상 설명과 관리를 도와줄 인력이 배치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인건비 문제와 고객의 진입장벽 및 불편이 운영의 어려움으로 작용된다는 이유다.

VRIZ도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해법은 런처에서 찾았다. 스팀에서 VR 게임을 찾아서 플레이하고, 다시 빠져나와서 다른 게임을 선택하는 일은 스팀을 써보지 않은 고객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제휴가 된 콘텐츠를 런처에서 아이콘을 클릭하는 것만으로 바로 실행할 수 있도록 간편화했다.

여기에 런처에서 실행 전에 게임의 프로모션 영상을 보여줘서 어떤 게임인지 미리 알아볼 수 있게 배려했다. 장비 착용부터 게임 실행까지의 과정도 살펴볼 수 있다.

직원은 처음 런처 사용법을 안내하는 정도면 충분해져 일손을 크게 덜었다.

한창영 팀장은 “런처 덕분에 VR 도입에 추가 인건비를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고객이 VR을 즐기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아 자연스레 이용률이 높아졌다”고 조언했다.

△ VR 콘텐츠를 쉽게 작동시킬 수 있도록 런처로 구성한 것이 눈에 띈다

고성능 PC는 필수 사항
한창영 팀장은 VR방과 PC방의 필수 경쟁력으로 고사양 PC를 빼놓지 않았다. VR로만 구성되든 PC방과 혼재하든 PC는 필수인데, VR은 일반적인 게이밍 PC보다 요구사양이 더 높다. 여기에 더해 최근 프리미엄 좌석 트렌드와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를 위시한 고사양 게임의 흥행으로 고성능 PC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실제 VRIZ의 고사양 좌석은 밤마다 <배틀그라운드>를 즐기는 직장인들로 가득 찬다고 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야간에 많은 성인 고객이 장시간 게임을 즐기는 장면’을 본 것은 실로 오랜만이라고 한다.

△ VRIZ에서 강조하는 것 중에 하나인 고성능 PC. 성능 뿐만 아니라 감성 튜닝에도 충실해 눈길을 끈다

“통계보다 재방문률 높아”
최근 넥슨컴퓨터박물관에서 공개한 VR/AR/MR 인식 조사에 따르면, 올해 VR을 3회 이상 이용한 응답자는 27%였으며, 아예 이용하지 않은 응답자는 26%였다. VR에 대한 뜨거운 관심에 비해서는 턱없이 낮은 현황으로 아직 자주 이용하지는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VRIZ에 따르면 1호점은 가족 단위 고객으로 재방문이, 3호점은 인근 직장인들의 재방문이, 2호점은 친구가 친구를 데리고 오는 형태로 재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오픈 1개월이 갓 지난 2호점에 5번을 넘게 방문한 고객들도 있다고 한다.

△ 직장인들의 VR 이용률이 높은 VRIZ 3호점(종로점)

VRIZ는 런처로 이용을 편리하게 해 진입장벽을 낮추고, 상권에 따라 전체 혹은 일부만 VR을 도입하는 유연성을 가졌다. 여기에 새로운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늘려 재방문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것이 큰 몫을 한 것으로 풀이했다.

VRIZ는 1호점 오픈 초기에는 분명 좌충우돌하는 측면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여러 지역에서 여러 형태로 매장을 운영하면서 현재로서는 가장 많은 노하우를 축적한 VR/PC방이 되었다. 한창영 팀장을 통해 VRIZ VR/PC방의 미래를, 또 한국 VR과 PC방의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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