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7월호(통권 320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PC방은 시설 임대업으로 PC가 경쟁력의 핵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연하게도 시대에 따라 신제품의 등장에 따라, 또 인기 게임에 맞춰 꾸준히 업그레이드가 이뤄져왔다. 지난 몇 년간의 흐름을 되짚어보고, 최근 업그레이드에 영향을 주는 요소를 살펴봄으로써 최신의 PC방 PC 업그레이드 트렌드 방향을 살펴봤다.

1. 원포인트 업그레이드
먼 과거까지 돌아보지 않더라도 업그레이드에는 나름의 트렌드가 있다. 주로 신제품과 인기 게임에 영향을 받기 때문인데, 이러한 트렌드가 보다 명확한 흐름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2012년부터다.

 

좀 더 정확하게는 2011년 12월에 출시한 <리그오브레전드>가 2012년 7월 PC방 주간 인기순위 연속 1위 기록을 경신하면서부터다. 당시 25%를 넘나드는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던 <리그오브레전드>는 듀얼코어 CPU와 3GB 메모리에 엔비디아 지포스 GTS250 정도만으로도 완벽한 구동이 가능하다보니 사실상 PC 본체에 대한 업그레이드 필요성을 퇴색시켰다. 결국 PC는 이전과 달리 고장 나기 전에는 업그레이드가 이뤄지지 않기 시작했고, 시설 임대업의 특성상 시설 자체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PC 본체가 아닌 곳으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당시 PC방의 시선이 머문 곳은 바로 주변기기였다. 고객이 가장 먼저 보고, 가장 오래 만지게 되는 키보드, 마우스, 스피커, 헤드셋 등 주변기기가 적은 비용에도 큰 체감효과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특정 한두 가지 제품에 포인트를 준다는 의미에서 ‘원포인트 업그레이드’가 트렌드로 가닥이 잡혔다.

이런 배경에서 2012년부터 2015년까지는 키보드, 마우스, 스피커, 헤드셋 등이 주요 업그레이드 대상이 되었는데, 키보드는 기계식 키보드에서 LED 게이밍 키보드로, G1에서 게이밍 마우스로, 스피커는 USB포트와 전원 기능을 포함한 바스피커로 발전했다.

2. 대형, 그리고 144Hz 커브드 모니터와 그래픽카드
원포인트 업그레이드의 유행 뒤에는 모니터가 그 뒤를 이었다. 사실 37, 39형의 대형 모니터가 원포인트 업그이드의 일환으로 보급되기도 했지만, 책상 폭의 제약과 일부 유저들의 불편함이 걸림돌이 되었다. 하지만 소비자의 욕구는 계속 커지는 터라 대형화라는 추세 자체는 멈추지 않았고, 그 결과 과거 24, 27형이 주력이었던 데에서 현재는 32형이 대세로 자리매김했다.

 

그런데 37, 39형 대신 32형이 자리매김하면서 주사율 144Hz와 커브드라는 요소가 이를 대체하는 형태가 됐다.

두 기능이 좀 더 대중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것도 있지만, PC방에 접목된 가장 큰 배경에는 하이퍼FPS 장르를 표방한 <오버워치>가 2016년 5월 출시되자마자 흥행에 성공한 것이 주효했다. 온라인게임으로는 <검은사막> 다음으로 높은 고사양 PC를 요구하는 <오버워치>는 4년 가까이 PC방에 유행했던 원포인트 업그레이드를 말 그대로 종식시켰다.

하이퍼FPS 장르답게 60Hz 모니터 보다 144Hz 모니터가 보다 유리한 게이밍 환경이 구현되고 커브드 모니터는 좀 더 높은 몰입감을 얻을 수 있었다.

결국 <오버워치>라는 흥행작의 등장은 PC 업그레이드 트렌드를 순식간에 원포인트 업그레이드에서 모니터로 전향시켰다. 지난 한해에만 10만 대 이상의 144Hz 커브드 게이밍 모니터가 보급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144Hz 혹은 커브드 기능만 갖춰진 모니터까지 넓힌다면 30만 대 가량이 교체된 것으로 보인다.

 

144Hz 모니터가 빛을 볼 만큼 빠른 액션이 돋보이는 <오버워치>이니 당연히 고사양 PC도 필요해졌다. 다만 <오버워치>가 제법 최적화가 잘 된 편이라 CPU와 메모리 업그레이드까지 요구하지는 않았으나 그래픽카드만은 예외였다.

당장 DirectX 11을 지원하지 않으면 아무리 과거 세대의 하이엔드급이라 할지라도 구동 자체가 되지 않으며, 500시리즈까지의 x60 번대 이하 모델로는 제대로 구동하기에 버거운 면모까지 보여 졌다.

 

결국 <오버워치>의 권장사양인 GTX660 이하는 사실상 고객들로부터 외면받기 일수다보니 2016년 여름성수기를 앞두고 모니터와 더불어 대대적인 그래픽카드 업그레이드로 이어지게 됐다.

실제 PC방 전문 리서치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오버워치> 론칭 1개월 만에 구형 중보급 그래픽카드 10에 1대 꼴로 업그레이드가 이뤄졌고, 출시 10주 만에 약 16만 대 가량의 그래픽카드 업그레이드가 이뤄졌다. 일부 통계에 집계되지 않은 모델까지 감안한다면 약 20만 대 가량이 업그레이드 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PC방 시장의 전체 PC 수가 약 90만 대 가량인 점을 감안한다면 가히 ‘<오버워치> 열풍’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144Hz 모니터 보급과 맞물리면서 고성능 그래픽카드의 보급은 더욱 빠르게 확산됐다.

3. 프리미엄 좌석과 <배틀그라운드>가 견인한 CPU와 RAM
<오버워치>의 전국적인 돌풍이 ‘<오버워치> 신고 사태’로 2016년 4분기부터 위축되면서 역설적으로 프리미엄 좌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오버워치>에 의한 업그레이드가 고객의 만족도를 높였다는 측면도 있지만, 2015년부터 꾸준히 하나둘 시범 도입되어 온 프리미엄 좌석이 본격적으로 고객들로부터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것이다.

 

젊은 유저 층의 새로운 문화로 떠오른 개인 인터넷 방송과 고사양 패키지게임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된 프리미엄 좌석은 그 용도를 감당하기 위해 8쓰레드 CPU가 필수다. 현재 선도적으로 프리미엄 좌석을 구획해 운영하고 있는 PC방 PC에는 여지없이 i7이 탑재되어 있다. 여기에 최근 AMD의 라이젠 시리즈 가운데 4코어 8쓰레드 및 6코어 12쓰레드 모델이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멀티 쓰레드 PC가 보급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i7-4790, i7-6700, i7-7700 등 하스웰부터 스카이레이크 계열의 i7 CPU 비중은 지난해 11월 0.17%였던 것이 올해 6월 초에는 0.57%까지 증가했다. 이는 약 5,200대에 해당하는 것으로 적은 수치로 보일 수도 있으나, 라이젠 발매 전까지만 해도 40만 원대를 호가하던 가격대를 감안한다면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규모다.

▲ 8GB를 초과하는 전체 PC 수(우)와 점유율(좌)이 크게 늘어났다.

 

여기에 블루홀의 <플레이어언노운스배틀그라운드(배틀그라운드)>가 스팀을 통해 글로벌 히트작 반열에 오르면서 고성능 PC의 요구가 높아졌다. 높은 사양을 요구함에도 불구하고 PC방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국내 게임사답게 최근 불거진 ‘PC방 클라이언트 설치 이슈’에 대해 대응 의사가 없음을 시사해 급속도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문제는 <배틀그라운드>를 원활하게 구동하기 위해서는 16GB의 메모리가 권장되고, 적어도 12GB를 갖춰야 한다는 점이다. 결국 프리미엄 좌석의 확산에 이어 <배틀그라운드>의 인기로 인해 메모리를 기존 8GB에서 16GB로 업그레이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 i7, FX8300, 라이젠 등 8스레드 CPU 점유율(좌)과 그 수(우)가 급격히 늘고 있다

 

실제 16GB 메모리의 비중은 지난해 11월 0.37%에서 올해 6월 초 0.61%로 증가했다. 이는5,550여 대에 해당하는 것으로, 증가비율만 놓고 본다면 64.87%나 증가한 것이다. 여기에 업그레이드를 통해 10GB나 12GB로 맞춘 550여 대까지 더한다면 0.06%가 늘어난다. 지난해 9월을 기점으로 메모리 가격이 이전 대비 2배에 가깝게 비싸져 8GB를 증설하는데 6만 9천 원 가량이 소요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가격 인상에 따른 구매 저항보다 필요에 의한 구매 수요가 더 커졌다는 사실이 방증된 셈이다.

결국 지난 겨울 성수기를 거치면서 8쓰레드 CPU와 16GB 메모리는 조용하지만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프리미엄 좌석의 가치와 <배틀그라운드>의 인기가 계속되는 한 지금의 8쓰레드 이상 CPU와 16GB 메모리 업그레이드 트렌드는 더욱 도드라질 것이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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