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회적으로 투기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가상화폐 채굴 사업이 과열되면서 전국에 채굴 작업장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문제는 우후죽순 늘어나는 신규 채굴장들이 가상화폐 채굴에 필요한 그래픽카드를 대거 사들이면서 시장에 그래픽카드 품귀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픽카드 본연의 목적인 고성능 게임에 사용하려는 PC방과 게이머들은 그래픽카드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PC방 업계에서는 업그레이드는커녕 신규 창업을 포기하는 일마저 생겨나고 있으며, 높아진 중고 가격에 시세차익을 노리고 다운그레이드에 나서는 PC방까지 등장했다. 계속되는 채굴장의 그래픽카드 사들이기가 PC방 업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보다 못한 엔비디아는 급히 디스플레이 출력 포트를 없앤 마이닝 전용 모델을 투입, 채굴 시장과 게이밍 시장을 분리함으로써 자사의 강력한 지지 기반인 게이밍 시장이 위축되는 것을 방지하고 나섰다.

국내 유통사들도 이런 비정상적인 수요가 달갑지만은 않다. 자칫 투기 거품이 빠져 채굴에 사용된 그래픽카드들이 중고 시장에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을 때, 신제품 판매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혹사당한 그래픽카드의 AS 처리 등 감당하기 어려운 폭탄이 될 가능성이 높기에 각 유통사들은 이 같은 기현상이 정상화 될 수 있도록 공급량 확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기가바이트 그래픽카드를 유통하는 제이씨현시스템은 국내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물량 확보에 분주하다. 평소보다 수요가 높은 GTX1060의 수입량을 늘렸지만, 시장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다.

GAINWARD 그래픽카드를 공급하는 디앤디컴은 구입 문의가 쇄도하고 있지만 판매할 물건이 없는 상태다. 해외로부터 들여오는 물량을 늘리려 노력하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가상화폐 열풍이 번지고 있는 까닭에 제조사로부터 배정받는 물량에 한계가 있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inno3D를 공급하는 아이노비아는 최대한 PC방이나 실제 게이머에게 물량이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열된 코인 열풍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와 더불어 일회성 구매로 그칠 마이닝 시장보다는 실제 소비자를 우선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외에도 많은 유통사들이 물량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래픽카드 품귀 현상은 해소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해외에서는 물량이 풀릴 것으로 예상되는 9월 이후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국내 주요 유통사들은 적어도 올해 말까지, 길게는 내년까지도 이상 수요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채굴 업자들이 일부 유통사에 선입금을 제시하며, 추후 입고될 그래픽카드를 선점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여전히 높은 국내 마이닝 시장 수요를 실감하게 하고 있다.

또한, 이들 가운데는 훗날 중고 매물로 되팔기가 쉬운 일반 그래픽카드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아 마이닝용 그래픽카드가 시장에 투입되더라도 일련의 사태가 쉽사리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과열된 가상화폐 시장의 폐해로 인한 그래픽카드 수급 어려움이 점점 더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향후 수개월 동안은 PC방 업계에 상당한 불편을 초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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