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6월호(통권 319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최근 AMD의 ‘라이젠’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잘 만들어지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은 바람처럼 빠르게 소문이 났고,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기존 AMD 제품에 새겨졌던 주홍글씨를 불과 수개월 만에 지워버린 것이다.

 

지난 3월 4일 라이젠이 발매되기 전까지만 해도, 즉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각종 커뮤니티나 포털사이트에 AMD에 대해 얘기를 꺼내면 열이면 열이 “AMD는 쓰는 게 아니래요” 라고 할 만큼 한국에서 AMD는 멸종위기의 희귀종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라이젠 잘 나왔어요. 취향대로 선택하세요” 라고 답할 만큼 네티즌의 인식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이제는 혁신의 아이콘으로 라이젠을 얘기하고,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본보기로 언급된다.

우스갯소리로 외계인 의혹을 받고 있는 짐 캘러와 AMD 엔지니어들이 잘 만든 것이 가장 큰 이유지만, AMD 불모지에서 뿌리를 내리고 꽃까지 피우는 데는 시종일관 동분서주한 세일즈 파트의 숨은 노고가 있었다.

출시 8주 만에 다나와 기준 판매금액 점유율을 기존 0.8%에서 24.8%로 무려 31배나 증가시킨 AMD CPU 세일즈 고춘일 총괄로부터 최근 PC 시장의 흐름과 PC방의 미래 비전을 들어보았다.

고 총괄이 PC 콤퍼넌트 업계에 발을 들인 것은 지금으로부터 29년 전인 1988년으로, 한국 PC 시장의 성장과 함께 해온 산 증인이라 할 수 있다. 당연하게도 PC방 시장과도 오랜 인연을 맺어왔는데 “PC방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본 사람 중 한 명”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만큼 PC방과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함께 걸어가고자 하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가 FX-8300으로 PC방에 유용한 프로모션을 기획했던 것도, 이번 라이젠을 PC방에 소개하려는 이유도 이런 배경이 녹아든 공생의 의지에서다.

그래서일까. 규모가 다소 감소한 PC방 업계에 대해서 낙관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노트북과 스마트폰의 성장, 그리고 태블릿 PC의 출현 등 많은 변화가 일고 있는 가운데, 국내 PC 수요는 과거 600만 대에서 현재 500만 대 중반으로 감소폭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PC는 여전히 IT의 중심에 있고, IT 산업의 다양화와 고성능 데스크톱 PC의 요구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은 게임산업과 문화의 발전이 빠른 만큼 높은 체험성과 멀티태스킹이 꾸준히 요구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PC방에도 같은 견해를 보였다. PC방은 한국 인터넷 보급의 첨병이었고, 게임산업과 이스포츠 발전의 토양이 되어줬다는 점을 지목하며 PC방이 소비자 트렌드에 맞춰 조금씩 변해간다면 PC방은 여전히 한국 IT 산업의 주요 중심축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앱플레이어와 높은 체험성을 제공하는 게임의 등장에 주목하고 있다. 게임산업의 한 축으로 성장한 모바일게임을 외면하기 보다는 그 헤게모니를 PC방 멀티태스킹으로 잡아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배틀그라운드>와 같이 글로벌 게임시장에서 성공한 고사양 인기 게임들에도 주목했다.

고 총괄은 “게임을 즐기는 사람은 그대로인데, 게임 플랫폼만 다양해진 것”이라며 이렇게 다변화된 플랫폼을 고루 포용해 PC방 콘텐츠로 재 탄생시켜야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소위 모바일 시대에 접어들면서 하이엔드 유저를 제외하면 PC 업그레이드 주기가 길어지면서 평균 PC 사양은 낮아지는 추세인데 역설적으로 높은 체험성을 강조하는, 혹은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서는 고사양 PC를 갖춘 PC방에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최근 그는 두 가지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하나는 지난 5년간 마음에 담아두고 있던 PC방의 이미지 쇄신 및 저변 확대 방안이고, 다른 하나는 신규 콘텐츠 플랫폼 접목이다.

오랫동안 PC방과 인연을 맺어온 때문인지 PC방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서 밝은 장소로 인식시키는 일을 하고 싶어 했다. 이를 위한 핵심으로 ‘정부’를 꼽았다. 정부가 PC방에 대해 잘 이해하고, 어떻게 함께 할 것인가를 고민하도록 유도한다면 비로소 PC방의 순기능을 직시하고 지역사회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인식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PC방 규제를 내놓은 것도 정부요, PC방 규제 완화에 반대 입장을 내놓은 것도 정부다. 심지어 문화체육관광부 설립 이래 일반 PC방과 불법사행성도박장, 그리고 성인 전화방을 구분할 수 있는 담당 공무원이 전무할 정도다.

그런 까닭에 5년 전 정부와 게임사에 제안했던 치매 방지 게임 개발과 노년층의 IT 교육을 위한 PC방 실버존 구축을 다시 시도해보겠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결코 쉽지 않아 보이지만 고객층 및 저변 확대에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는 일이다.

신규 콘텐츠 플랫폼 확대는 앞서 언급한 모바일게임의 접목으로, 앱플레이어 영역을 키워서 모바일게임에 대한 활용성을 높이는 것이다. 그는 현재 PC방에서 앱플레이어를 이용하는 유저가 일평균 50만 명을 크게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며, 향후 100만 명을 넘어설 즈음에는 PC방의 역할과 유저층이 크게 달라져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를 위해 “현재로서는 다중 클라이언트 구동이 수월해지도록 기술지원을 하는 정도지만, 향후 다양한 프로모션이나 제휴를 통해 보다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하겠다” 고 밝혔다.

고춘일 총괄은 PC방의 핵심 가치는 온가족이 함께 찾는, 편하게 방문해서 여가를 즐기다가 갈 수 있는, 고성능 작업을 위해 찾아와야 하는 공간에 있다는 지론을 펼쳤다. 즉, 게이머라는 특정 계층만을 수요자로 한정할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휴식 공간, 필요한 장소, 동네 IT의 중심으로서의 역할을 만들고 또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시설임대업으로, IT 산업의 첨병으로, 게임문화를 넘어 놀이문화의 중심 공간으로 다시 한 번 우뚝 설 수 있기를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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