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6월호(통권 319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이스포츠’가 PC방 업계에서 재조명 되고 있다. 일부 PC방 업주들이 크고 작은 규모의 자체대회를 진행하던 것에서 나아가 (사)한국인터넷PC문화협회(회장 김병수, 이하 인문협)와 한국인터넷콘텐츠서비스협동조합(이사장 최윤식, 이하 콘텐츠조합)이 전면에 나서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PC방 양 단체가 각자의 이스포츠 리그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아마추어 대회를 개최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의미가 있다. 이스포츠에 대한 지금까지의 소극적인 태도에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부분이며, 무엇보다 단순히 대회를 유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들도 포함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미 국회에는 이동섭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스포츠진흥에관한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입법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 해당 법안에는 일부 PC방을 생활이스포츠시설로 지정해 정부가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PC방의 이미지 쇄신에도 긍정정인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PC방에서 이스포츠를 적극 수용하면 어떤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

 

이스포츠 만남은 필연
한동안 PC방 업계는 이스포츠와 동떨어져 있었다. 네트워크 대전의 인프라를 갖추고 온라인 대전으로 발전시켰으며, 이스포츠 태동기에 선수를 배출하는 등 실질적이고도 중요한 역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발전하는 이스포츠 중심에서 밀려나있던 것이다.

이스포츠의 뿌리 역할을 한 PC방은 정작 이스포츠가 한참 성장할 무렵 대기업들의 이스포츠팀 창단과 게임 전문 방송국 등장 등으로 존재감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거대해진 산업의 규모 때문만이 아니라 이스포츠에 대한 PC방 업주들의 관심 부족도 한몫했다.

이러한 PC방 업계의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이른 바 송파모임이라고 불리는 PC방 업주들의 오프라인 모임이 대규모 게임대회를 연합해 개최하면서부터다.

▲ 200여 명의 PC방 업주들이 참여했던 ‘상생으로 가는 PC방 게임대회’ 설명회 현장

송파모임의 게임대회는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 송파구 내 친분이 두터운 PC방 업주들이 모여 자체 게임대회를 진행하던 것이 전국 PC방이 연합해 게임대회를 개최하는 형태로 발전했다. 규모가 커지면서 게임대회를 위한 워크숍 자리에는 전국에서 200여 명의 PC방 업주들이 모일 정도로 성장했다. 이 정도 규모는 PC방 단체의 연례행사에서나 접하던 규모다.

추후 ‘상생으로 가는 PC방 게임대회’라고 명칭을 바꾼 이 게임대회는 PC방 업계에 큰 가능성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철저하게 PC방 업주들이 중심이 된 게임대회는 매출에 상당한 도움이 됐고, 전국 각지의 많은 PC방이 연합하면서 게임사는 물론, PC 하드웨어 업체를 비롯한 많은 PC방 관련 업체들이 후원을 위해 모여들었다. 또 게임 전문 방송국까지 참여하면서 전문 캐스터와 유명 해설위원이 출연하는 방송이 편성되기도 했다.

이스포츠의 가능성과 효과
이 같은 대규모 게임대회는 PC방과 이스포츠가 엄청난 시너지를 구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지만,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급격하게 규모가 커졌다는 점, 공신력이 부족한 한계를 드러냈다는 점, 투명성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지 못한 점 등이 촉발점이 되어 순식간에 와해됐다.

당시 이런 형태의 게임대회를 PC방 단체 이름으로 진행하지 못한 것은 후원을 약속했던 업체들의 소극적인 자세도 원인이었다. 업체들은 양 단체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어느 한 쪽에만 대회 지원을 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이 때문에 일부 PC방 업주들이 많은 업무량을 감당하며 희생해야 하는 일이 발생했고, PC방 단체 또한 적극적이지 않았다.

‘상생으로 가는 PC방 게임대회’의 성공사례는 아직까지도 많은 곳에 흔적이 남아 있다. 먼저 해당 대회를 지원했었던 일부 게임사들은 PC방 업주들이 자체적으로 개최하는 게임대회를 아직도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임사는 넥슨과 블리자드다. 양사는 일부 게임에 대해 당시 PC방 업들이 주도했던 게임대회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와 활용하고 있다.

제도 변화의 가능성도 한국e스포츠협회를 통해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중장기 이스포츠 진흥 계획의 일환으로 PC방을 국내 이스포츠 산업의 인프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전국에서 공인이스포츠PC클럽 선정 작업을 마치고 실질적인 대회를 진행 중이며, 추후 다양한 지원을 한다는 계획이다.

PC방 단체의 이스포츠 진출
그동안 PC방 단체에서는 일부 지부가 한국e스포츠협회의 일부 지역 지부 역할을 하며 이스포츠 사업에 관여했던 것이 전부다. 더구나 한국e스포츠협회가 PC방을 인프라로 활용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해당 사업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e스포츠협회에서 추진한 공인이스포츠PC클럽의 근본은 PC방 업주들이 다수의 게임대회를 진행하며 정립했던 대회의 구성과 룰을 대부분 차용하고 있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공인이스포츠PC클럽 출범 이전부터 PC방 업주들과 활발히 교류해왔고, 공인이스포츠PC클럽에 선정된 PC방 업주 중 상당수가 그동안 스스로 게임대회를 치르며 경험을 쌓은 베테랑들이다. 공인이스포츠PC클럽 사업의 원동력이 바로 이 PC방들에서 나왔다고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인문협과 콘텐츠조합 등 PC방 양 단체 모두 아마추어 이스포츠 리그를 만들겠다고 발표하면서 상황이 조금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e스포츠협회가 공인이스포츠PC클럽 사업을 추진하는 것에 자극을 받은 것도 없지 않을 것이다. 외부에서는 자칫 이스포츠에 대한 주도권 경쟁으로 비쳐질 수 있지만, 해당 사업의 핵심이 PC방이라는 점에서 PC방 단체가 나서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모습이라 해야 할 것이다. 공인이스포츠PC클럽 사업의 성공 여부와는 별개로 PC방에서 진행하는 이스포츠 대회는 PC방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 것이 맞다.

PC방 단체가 주도하는 이스포츠 리그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철저한 준비와 기획, 그 다음은 강력한 추진력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PC방 업주들이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최근 규제를 완화하는 정부 정책과 국회 입법이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모처럼 맞은 이 같은 분위기에 이스포츠라는 긍정적 아이템을 결합한다면 PC방 업계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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