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6월호(통권 319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올해도 여지없이 불안한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리기 시작했다. 2010년부터 시작됐으니 벌써 7년째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 일이다. 하지만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많은 PC방 업주에게 작게는 수백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의 지출을 한 번에 요구하는 이슈다. 바로 PC방 윈도우 문제다.

지난 4월과 5월 사이 전국 상당수 PC방에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의 안내문이 날아들었다. 역시나 정품 사용 여부와 상관없이 일괄 배포됐다. MS는 이 같은 안내문들을 별도의 인력을 통해 발송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MS의 행보가 회계마감이 6월말이라 4월과 5월 사이 더욱 집중적으로 공문을 배포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지사 내 각각의 부서가 실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고소고발을 진행하며 윈도우 구매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올해는 조금 다른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사)한국인터넷PC문화협회(회장 김병수, 이하 인문협)가 5월말 서울을 시작으로 약 1개월 동안 전국 17개 도시를 순회하며 ‘PC방 보호 정책 및 윈도우 정품화 캠페인’을 진행한다. 이번 행사의 핵심적인 내용은 바로 ‘확약서’ 작성이다.

인문협은 전국을 돌며 진행하는 이번 행사를 통해 비정품 윈도우를 사용하고 있는 PC방 업주들로부터 추후 PC 교체 시 정품 윈도우를 구매하겠다는 이른바 확약서를 받고 있다. 이전과 같이 CPU나 그래픽카드 세대를 구분하지 않고 확약서를 작성하는데 특별한 조건도 없으며, 이번 캠페인이 정품 윈도우 구매 시점을 유예 받을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PC방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번 캠페인에 대한 비판 여론 또한 거세다. 인문협이 괜히 나서서 MS에게 고소고발의 정당성과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확약서를 쓰지 않으면 해당 캠페인이 끝나는 시점에 법무법인을 통해 내용증명을 받을 소지가 크고, 확약서를 쓰더라도 수시로 PC를 교체해야 하는데 윈도우 구매 비용이 너무 부담된다는 목소리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인문협은 이 같은 PC방 업주들의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PC방 단체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원칙적으로 정품 윈도우를 구비하는 것이 맞는 상황에서 윈도우 문제로 걸려오는 전화가 하루에도 수십 통에 달한다며, PC방 커뮤니티에서의 분위기와는 달리 내부적으로는 회원사를 위해 정말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결국 인문협이 얘기하는 이번 캠페인의 목적은 PC방 업주들이 언제 겪을지 모르는 MS와의 법적 분쟁을 미리 예방하고, 정품 윈도우 구매 시점을 유예 받는 것이다. 비정품 윈도우로 불안하게 지낼 것이 아니라 다음 PC 교체할 때까지는 편히 장사하라는 논리다.

인문협 김병수 회장은 “MS에 PC방 업계의 현실을 얘기하고 정품 구매 시점을 유예해달라고 요청할 것”이라며 “이번 확약서 작성이 영세한 회원사를 구제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인문협의 이 같은 주장에도 명분과 논리가 있고, 이를 강하게 비판하는 PC방 업주들도 분명 이유는 있다. 매년 반복되고 있는 윈도우 문제는 이처럼 PC방 업계를 갈등과 분열로 몰아가고 있고, 그 원인으로는 MS를 꼽을 수밖에 없다.

윈도우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수 없는 표면적인 원인은 정품 윈도우를 구매한 PC방이 적다는 것이지만, 그 이면을 살펴보면 국내 PC방에 적합한 윈도우 제품이 없기 때문이다. PC방은 개인사용자와 달리 수십에서 수백 대의 PC를 구매하고, 빠르면 1년, 늦어도 2~3년 내 PC를 교체한다. MS의 정책대로라면 PC를 바꿀 때마다 윈도우를 구매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수백에서 수천만 원을 반복해서 지출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PC방에 대한 MS의 윈도우 정책이 예고도 없이 수시로 바뀐다는 것이다. PC를 교체하더라도 문제가 없다며 MS가 직접 권장하던 FPP 라이선스는 어느새 PC방에서 사용할 수 없는 라이선스가 됐다.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 기업의 갈 길이자 의무일 것인데 PC방의 특성과 현실을 고려한 제품이나 정책은 어느 것 하나 찾아볼 수가 없다. 그저 이런 제품이 있으니 구매하던가 아니면 불법 사용자가 되라는 식이다. 독점 기업만이 누릴 수 있는 기형적 특권인 것이다.

그동안 정품 윈도우 구매자가 순식간에 불법 이용자로 분류되어 MS의 법무대리인으로부터 고발된 후 사법부로부터 ‘혐의 없음’ 판단을 받은 사례도 적지 않다. 하지만 MS는 여전히 자신들의 정책에 어긋나면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그것은 역설적으로 MS가 결정하면 그게 곧 법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니 이게 얼마나 불합리한 구조이며 난센스란 말인가.

결국 윈도우 문제가 슬기롭게 해결되기 위해서는 인문협에서 추진하고 있는 확약서와 같은 단기적 방안과 함께 MS가 장기적으로 PC방에 적합한 라이선스를 마련해야 한다. 인문협에서 주최한 캠페인 행사에서 만난 한 PC방 업주의 호소가 여전히 귓가에 맴돌고 있다. “MS는 자신들의 정책만 내세울게 아니라 PC방 스스로가 MS의 권리를 보호해 줄 수 있는 환경을 열어 달라”는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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