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5월호(통권 318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온라인게임의 새로운 경쟁자로, PC방에 부정적인 요소로 인지되던 모바일게임이 어느덧 보조적인 게임 콘텐츠로 자리잡기 시작하는 등 시대가 급변하고 있다. 형식상으로는 앱플레이어라는 일종의 애뮬레이터 덕이지만 유저의 시각에서 접근한 그 이면에는 멀티플랫폼, 혹은 크로스플랫폼에 대한 욕구를 발견할 수 있다.  

 

게임의 미래는 멀티&크로스 하지만 더뎠던 발전
오래전부터 게임업계에서는 멀티플랫폼과 크로스플랫폼에 대한 개론이 공감을 얻어왔고, 미래에는 그렇게 될 것이라는데 이의가 없었다. 좀 더 정확하게는 그러한 시대가 현실이 되기를 꿈꿔왔다. 그만큼 멀티플랫폼과 크로스플랫폼은 게임 유저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게임 환경이다.

 

하지만 이제까지는 이러한 유저들의 바람과는 달리 멀티플랫폼과 크로스플랫폼의 발전은 더디기만 했다.

기술적으로 개발이 어려웠던 점도 있고, 다양한 하드웨어에 대한 호환성, 특히 이종 플랫폼에 대한 신뢰성 유지가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그 와중에 <판타시스타온라인>과 같은 이종 플랫폼을 아우르는 선구자적인 타이틀도 존재했다. 콘솔과 PC 유저가 하나의 서버에서 만나 채팅은 물론 함께 모험을 즐길 수 있었다. 국내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타이틀 중 하나인 <킹덤언더파이어> 시리즈가 이종 플랫폼을 지원하는 형태로 개발되어 영상으로나마 시연되기도 했다.

기술 문제 외에도 안정성, 호환성, 플랫폼에 따른 수익 문제 등 게임사에게 멀티플랫폼과 크로스플랫폼을 실현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가장 간단한 우회 방법은 게임 정보 연동이라는 기초적인 방법을 비롯해 웹게임 형식을 빌려 기술적 부담은 최소화하되 호환성을 높이는 방법이 있다.

우선 PC와 모바일 연동을 놓고 본다면 지난 2011년 엔씨소프트의 <마이트앤매직 히어로즈킹덤스>가 게임 정보 연동 형식으로 서비스됐고 <골든랜드>이 웹게임으로 PC와 모바일 연동이 이뤄졌다. 이 외 <삼국지를품다>, <환상천국> 등 다수의 게임이 웹게임 형식을 통해 PC와 모바일 플랫폼 간의 연동을 지원했다.

핀콘의 <엔젤스톤> 역시 PC와 모바일 플랫폼 모두로 플레이 가능하게 개발된 데다가, 중국에는 웹게임으로 출시하는 등 이러한 방식은 널리 애용되고 있다.

미들웨어 차원의 지원으로 발전
유저의 욕구는 명확하고 기술의 발전도 크로스플랫폼과 멀티플랫폼이 가능한 시점은 이미 지났다. 단지 결단을 내리기까지 게임사의 부담이 남아있던 것뿐이다.

 

이런 부분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준 것이 바로 에픽게임즈의 언리얼엔진4다. 언리얼엔진은 국내 온라인게임에 가장 많이 이용된 엔진으로, 언리얼엔진4에 이르러서는 획기적인 변신을 이뤄냈다.

가장 기본이 되는 PC의 윈도우, 애플 OS, 리눅스 시리즈는 물론 플레이스테이션4, Xbox ONE, 닌텐도 스위치 등 콘솔 게임기를 공식 지원한다. 여기에 안드로이드와 iOS 등 모바일 OS와 오큘러스, 플레이스테이션 VR, 바이브 포트 기어 VR 등 VR 관련 플랫폼을 전방위적으로 지원한다. 무엇보다 플랫폼홀더로 그 지위를 확고히 하고 있는 스팀까지 대응하고 있어 사실상 게임이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플랫폼이라면 모두 지원한다고 할 수 있다. 심지어 HTML5까지 지원해 플랫폼과 무관하게 웹상에서의 단일화된 호환성을 구현하고 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점이다. 기존 미들웨어들은 전 플랫폼을 모두 지원하지 못했기 때문에 특정 플랫폼, 혹은 일부 기능은 개발자가 직접 기능을 구현해야만 했다. 심지어 전작인 언리얼엔진2의 경우 국내 온라인게임 개발에 광범위하게 이용됐지만 온라인게임용으로 준비된 엔진이 아니었기에 개발자가 직접 온라인 기능을 추가해 넣기도 했다. 당연히 이런 부분에서 성능 저하나 호환성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이는 결국 멀티플랫폼 혹은 크로스플랫폼으로 가는데 발목을 잡는 큰 위험요소가 됐다.

하지만 이제는 얘기가 달라졌다. 언리얼엔진4는 어느 정도 대중적으로 알려진 플랫폼은 모두 지원한다. 단일 미들웨어에서 포괄적으로 지원하기 때문에 손쉽게 여러 플랫폼으로 전환이 가능케 된 것이며, 단일 엔진 내이기에 이종 플랫폼 간의 호환성이 매우 높아지게 된 것이다.

즉, 기존에는 멀티플랫폼만 해도 절반 이상은 다시 개발해야 하거나 아예 처음부터 새로 개발해야했기 때문에 사실상 그래픽 리소스 외에는 신작을 개발하는데 준하는 경우도 흔했지만 이제는 일부 리터칭과 디버깅 정도로만 전환이 가능해졌다.

크로스플랫폼도 한결 수월해졌다. 기존에는 열에 여덟을 개발자가 수작업으로 호환되게 만들어내야만 가능했다면 이제는 미들웨어 단에서 상당 부분을 준비할 수 있도록 변한 것이다.

모바일게임도 품어버린 미들웨어
언리얼엔진은 안드로이드와 iOS 등을 지원하면서 모바일게임 개발에 최적화된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아무래도 멀티플랫폼과 크로스플랫폼의 흐름이 모바일게임의 발전을 따라 온라인게임 - 모바일게임이 주축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 개발의 연결고리가 된 것은 유니티가 좀 더 앞서 시작했고, 그래서 이제까지는 유니티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게임이 많이 소개됐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래픽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상위 영역과 다중 플랫폼에 대한 지원 범위는 언리얼엔진4가 앞선다. 유니티가 유니티6에서 한층 더 성장하기 전까지 언리얼엔진4가 우위를 점하는 상황이다.

 

당장 언리얼엔진으로 개발된 <리니지2 레볼루션>만 해도 중견급 온라인게임에 버금가는 퀄리티와 안정성을 보여줬는데 에픽게임즈는 미디어 간담회를 통해 랜드스케이프와 월드컴포지션 기능 개발이 완성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리니지2 레볼루션>은 PC - 모바일 디바이스는 아니지만 안드로이드와 iOS로 출시되어 안정적으로 서비스되는 등 우수한 멀티플랫폼 사례를 만들었다.

비록 넷마블게임즈의 정책 상 <리니지2 레볼루션>이 PC 플랫폼으로 출시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앱플레이어를 통해 PC방에서도 적지 않게 이용되고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철권7> 그리고 <파이널판타지7 리메이크>
6월에 론칭할 <철권7>은 그 의미가 좀 각별하다. 단순히 히트작이라서가 아니라 이종 플랫폼 다수에 동시 발매한다는 점이다. 현재 론칭 플랫폼은 플레이스테이션4와 Xbox ONE, 그리고 PC이지만 PC는 스팀을 통해 서비스되는 만큼 윈도우, 맥OS X, 스팀OS, 리눅스를 포괄적으로 대응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전에도 여러 플랫폼으로 동일 타이틀이 출시된 경우는 있다. 그렇지만 <철권7>과 같이 많은 플랫폼과 OS를 지원한 경우는 많지 않았으며, 해당 플랫폼들로 동시 발매되는 경우는 더욱 드물다. 이는 멀티플랫폼 기술이 발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올드팬의 시계를 20년 전으로 돌려놓을 <파이널판타지7 리메이크>도 눈길을 끈다. 비록 멀티플랫폼과는 상관없는 리메이크 타이틀이지만 플랫폼 전환 등 리메이크가 쉬워진다는 점에서 추억의 명작들이 리메이크판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커졌다는데 의의가 있다. 여기에 모바일게임들과의 콜라보도 선보여진다.

멀티플랫폼 기술의 발전은 신작의 멀티플랫폼 뿐만 아니라 추억의 명작을 다시 만나볼 수 있게 도와주는 효과도 창출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

HTML5로 웹게임을 크로스플랫폼으로
사실 크로스플랫폼에 있어서 모바일 디바이스는 자유롭지 못하다. 하드웨어 사양의 한계는 물론 2차전지의 에너지밀도라는 장벽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리니지2 레볼루션>과 같이 상당히 발전된 모바일게임이 선보이는 수준이 되었지만 여전히 <오버워치>, <블레이드앤소울>, <배틀필드1>과 같은 게임들은 구현이 불가능하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웹게임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앞서 언급된 몇몇 타이틀처럼 웹게임 형태로 개발되면 PC와 모바일 디바이스 모두에서 자연스레 구동될 수 있다. 그간 이런 유형이 자주 시도되었지만 헤게모니를 잡지 못한 것은 PC에서의 체험성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모바일게임의 발전으로 인해 PC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높은 퀄리티와 체험성을 강조하는 형태로 발전하기 시작했고, 이런 흐름은 웹게임과는 괴리감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HTML5이 이런 한계를 일정 부분 극복할 수 있게 해준다.

2014년에 기술표준이 발표된 HTML5는 인터넷 브라우저 상에서 화려한 그래픽 효과를 구현할 수 있으며, 음악이나 동영상 재생 기능도 더 우수해졌다. 언리얼엔진4가 HTML5를 지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모든 모바일 디바이스가 고사양이 아닐뿐더러 플랫폼 디바이스에 대한 장벽을 가장 효과적으로 허물 수 있는 것이 웹, 즉 HTML5를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HTML5 기반으로 잘 만들어진 웹게임은 기존의 웹게임들과는 다른 수준으로, 모바일게임 가운데 어지간한 공장형 MMORPG 못지않은 수준을 구현해낼 수 있다. 여전히 PC에서는 다소 부족해보이겠지만 기존의 웹게임들보다는 한층 완성도가 높아진다는 점에서 스펙트럼이 넓어지는 효과는 분명하다.

현실로 다가온 멀티플랫폼과 크로스플랫폼
우리가 꿈꾸는 유비쿼터스와 같은 크로스플랫폼 시대는 아직 멀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보다 손쉽게 이종 플랫폼으로의 컨버전 출시가 가능해졌고, 크로스플랫폼도 완전히 새로운 개발이 아닌 수준으로 끌어올려졌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한 걸음 더 다가선 것이다. 사실 멀티플랫폼이나 크로스플랫폼이라는 개론에만 부합된다면 스트리밍 게임 등 그 유형은 매우 다양해진다. 적어도 이제 어떤 형태로든 크로스플랫폼 효과를 제공하는 게임들이 서비스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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