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4월호(통권 317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법률과 제도는 PC방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아울러 게임사의 PC방 정책이나 소프트웨어 저작권자의 정책들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법과 제도, 그리고 기업의 정책들은 PC방 운영에 직접적이고도 큰 영향을 미치지만 현재 PC방 업계는 대부분을 조용히(?) 수용하고 있다.

과거에는 그래도 조금 달랐다. 위기를 가져올 수 있는 정책들이 나오면 저항했다. PC방 단체의 태생부터도 여기에서 출발했다. 1세대 PC방 업주들이 <스타크래프트> 청소년이용불가 결정에 맞서 뜻을 모아 출발한 것이 현재 PC방 단체의 시초다.

이런 PC방 단체의 존재감은 이슈가 터질 때 나타난다. 최근에는 <오버워치> 신고 사태가 그랬다. 영업정지와 벌금형의 위기에 처하자 PC방 단체를 찾고 교통정리를 바라는 PC방 업주들이 나타났다. 스스로의 해결 능력에 한계를 느끼고 도움을 청한 것이다.

결국 법과 제도를 PC방 운영에 유리하도록 바꾸는 것이나, 기업의 잘못된 정책에 이의를 제기하고 합리적인 조건을 이끌어 내는 것은 단체의 역할이라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안타깝지만 PC방 업주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C방 단체에 힘을 실어주지 않는 원인은 그동안 단체들이 제 역할을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잘 해왔다면 관심을 갖고 참여하겠지만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실패한 사례들이 누적되면서 희망고문에 대한 피로를 호소하는 목소리도 높다. PC방 단체가 나선다 해도 어차피 실패할 것이라는 선입견도 적지 않다. 이 같은 PC방 단체에 대한 불신을 토대로 대부분의 PC방은 정말 착한 예스맨이 됐다. 거의 대부분을 고스란히 수용하는 자세가 된 것이다.

이 같은 불신은 이제 PC방 단체가 정말 순수한 뜻으로 저항 운동을 전개해도 PC방 업주들로부터 외면을 받는 상황을 만들었다. 이런 악순환과 PC방 단체에 대한 거부감은 착한 PC방을 만든 근본적인 원인이다.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구심점이 사라진 것이다.

그렇다면 PC방은 계속 이런 상태에 머물러야 할까? 당장 윈도우 문제만 해도 MS의 일방적인 입장 변경을 통보 받는 상황이다. RR의 도입과 무료화가 그러했고 얼마 전까지 권장하던 FPP를 갑작스레 사용할 수 없다고 번복했다. 막대한 변화가 야기되는 사안이지만 저항은 없었다. 이대로라면 앞으로도 윈도우 정책은 언제나 그대로 수용해야 한다.

한 때 PC방 업계에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게임사의 PC방 과금 순서 변경 정책 역시 점차 많은 게임들로 확대되고 있다. 지금 되돌아보면 매출은 줄었는데 게임비 결제액은 늘어나 있는 현상의 원인일 것이다.

PC방 말살 정책이라던 PC방 등록제는 실패한 정책으로 판명이 났다. PC방보다 사행성도박장이 더 많이 이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PC방 업주들에게 많은 비용과 시간적 부담을 안긴 등록제는 앞으로도 사행성도박장을 위한 제도적 안전장치로 남고 PC방은 행정적 피해만 떠안아야 할 수 있다. 또 청소년 출입 기준의 혼란과 <오버워치> 신고 사태도 아직 진행형이다.

VPN과 지피방 등의 문제도 근본적인 한계를 경험하고 있다. 넥슨을 필두로 한 여러 게임사들의 노력으로 VPN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제재하고 있지만, 반대로 몇몇 게임사는 PC방 프리미엄 혜택과 거의 같은 내용의 캐시 아이템을 판매하거나 이벤트를 진행하는데 현재로서는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게임산업 전체로 보더라도 많은 게임사들이 퇴출을 위해 노력하는 지피방을 한 쪽에서는 보란 듯이 직접 서비스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 PC방의 현주소다.

이 같은 모든 문제들은 구심점 없이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다. 또 그대로 수용하고 있는 현안 들이 쌓이면 러시안 룰렛이 된다. 어떤 PC방은 수많은 허들을 운 좋게 피해 없이 지나가고, 또 어떤 PC방은 운 나쁘게 모든 문제들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언제 터질지 모른다.

러시안 룰렛이 되고 있는 심각한 국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싫든 좋은 구심점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역할은 PC방 단체가 맡아야 한다. 이제 PC방 업주들은 착한 PC방으로 남아 소위 호구로 전락할 것인지, 구심점을 찾아 할 말은 하며 권익을 되찾을지 선택해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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