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3월호(통권 316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난 해 PC방 업계 주요 이슈 가운데 하나로 <오버워치>를 빼놓을 수 없다. 흥행 신작의 등장은 온라인게임 시장이 여전하다는 저력을 입증했고 PC방에 활력이 되어주었다. 물론 <오버워치> 신고 사태와 같은 잘못된 유행까지 야기했으나 이 또한 그만큼 사회적인 반향을 불러올 만큼 인기가 많았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많은 이가 <오버워치>가 아쉬운 점도 있지만 PC방 시장을 다시 한 번 활성화 시켰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렇다면 <오버워치>가 PC방 시장, 즉 게임 이용 시간에 얼마나 변화를 주었는지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2015년 하반기 vs 2016년 하반기
<오버워치> 출시 후 가장 큰, 가장 직접적인 영향은 게임의 총 이용시간이다. <오버워치>가 지난 해 5월 24일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PC방 점유율 1위를 차지한 것은 6월 21일이며, 주간 1위에 등극한 것은 6월 26일이었다.

<오버워치> 출시 전후를 보다 명확하게 비교해보기 위해 ‘하반기’만을 기준으로 출시 전인 2015년과 출시 후인 2016년의 인기순위 TOP 10의 총 사용시간을 비교해 봤다. 인기순위 10위까지의 점유율이 약 85%에 이르기 때문에 10위까지만 기준했다.

이용시간과 점유율 등은 PC방 전문 리서치 게임트릭스 데이터를 기준으로 했다. 게임트릭스는 전국 PC방 4,000곳의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1만 곳에 대해 환산 통계로 적용되어 있어 표본값이 전체의 40%에 달하고 실제 PC방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정확도가 높은 편이다.

2015년 하반기의 인기순위 TOP 10은 <리그오브레전드>, <서든어택>, <피파온라인3>, <스타크래프트>, <리니지>, <던전앤파이터>, <블레이드앤소울>, <아이온>, <메이플스토리>, <월드오브워크래프트>였으며, 2016년 하반기에는 <오버워치>, <리그오브레전드>, <서든어택>, <피파온라인3>, <스타크래프트>, <리니지>, <던전앤파이터>, <블레이드앤소울>, <메이플스토리>, <월드오브워크래프트>였다. <아이온>이 <오버워치>로만 교체된 형세다.

우선 2015년 하반기 TOP 10의 총 이용시간은 794,186,016시간으로 집계되었으며, 2016년 하반기는 923,954,626시간으로 집계됐다. 이는 <오버워치> 출시 전과 비교해 16.34% 증가한 것으로, 전면금연화 이후 하락세를 지속하다가 처음으로 반등한 것이다.

시선을 <오버워치>와 <리그오브레전드>로 좁혀보면 2015년 하반기는 40% 전후의 점유율을 기록하던 <리그오브레전드>가 420,542,398시간이 이용된 반면, <오버워치>와 <리그오브레전드>가 함께 서비스된 2016년 하반기는 613,526,969시간이 이용됐다. 두 게임만 비교하면 무려 45.89%나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오버워치>의 출시가 블리자드 팬덤과 휴면 유저를 대거 복귀시켜 PC방에서 게임을 즐기는 유저를 크게 늘리고 이용시간을 확대하는데 기여했다는 사실이 통계를 통해 명확히 드러난다.

다만, TOP 10 기준에서는 16.34% 증가한데 반해 <오버워치>와 <리그오브레전드>의 총 이용시간 변화 추이는 45.89% 증가했다는 것은 <오버워치>와 <리그오브레전드> 외의 게임은 상당수 총 이용시간과 점유율이 일부 하락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이용시간은 16.34%나 증가해 <오버워치>가 PC방 영업에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과 <오버워치>의 출시에도 불구하고 <리그오브레전드>의 총 이용시간은 상대적으로 적게 감소된 것을 알 수 있다.

간접적인 영향도 많아
직접적인 영향 외에 간접적인 영향도 적지 않다. 우선 온라인게임 시장에 대한 우려가 기우였다는 사실을 증명했으며, 온라인게임의 미래 방향성과 캐시 아이템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다. 또한 PC 사양에 대한 고민도 함께 내놓았다.

<오버워치>의 흥행은 그간 모바일게임의 고속성장과 그 그늘에 가려져 몰락이 우려되던 온라인게임의 미래에 대한 명쾌한 답을 내줬다. 모바일게임 유저와 온라인게임 유저가 서로 다르지 않다는 점과 온라인게임의 침체는 재미있는 신작의 부재가 문제였을 뿐 재미있는 신작이 등장하면 언제든 폭발적으로 집객이 이뤄진다는 사실을 몸소 증명했다. 이는 기존 온라인게임을 서비스해오던 게임사들에게 좋은 반면교사가 되었고 유저들에게도 새로운 활력소가 되어줬다. 이를 토양으로 하는 PC방 역시 덩달아 활력을 얻고 있다.

고사양 온라인게임에 대한 니즈 확인시켜
<오버워치>의 흥행은 온라인게임의 미래 방향성이 PC만의 고유한 높은 체험성을 강조한 게임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심지어 기술적으로 더 뛰어난 효과가 적용되고 더 많은 것이 구현되도록 과감히 DirectX 11 이상만 지원하도록 만든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엔비디아 지포스 400 시리즈와 AMD 라데온 HD5000 시리즈 이후 모델만 지원하기 때문에 온라인게임의 미덕이라 할 수 있는 낮은 진입장벽을 스스로 무너뜨려 흥행의 걸림돌이 될 여지를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저들은 CPU, 그래픽카드, 램 등을 업그레이드하면서까지 <오버워치>를 즐겼고, 이내 PC 시장의 흥행마저도 견인하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유저들은 여전히 잘 만들어진, 재미있는 온라인게임을 기다리고 있었고, 그런 온라인게임을 위해서는 PC를 업그레이드해서라도 언제든 네트워크 세계로 뛰어들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사실이 증명됐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의미는 크다.

페이투윈 거부, 게임에 영향을 주지 않는 캐시아이템으로도 대박 입증
한국 모바일게임 시장은 가히 페이투윈 아니면 발붙일 틈도 없다. 온라인게임 역시 이러한 양상이 투영되어 과금 수단이 강화되고 있다. 유저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지만 딱히 대체 놀이 수단이 없다보니 게임사들의 페이투윈 강화 정책은 더욱 기세등등해지고 있다.

그런데 <오버워치>는 경기 결과에 그 어떤 영향도 주지 않는 스킨과 음성 등으로만 구성된 랜덤박스를 판매해 큰 매출을 기록했다. 블리자드액티비전은 지난해 66억 1천만 달러(한화 약 7조 1천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그 원동력으로 <오버워치>와 <월드오브워크래프트: 군단>을 꼽았다.

게임에 영향을 주지 않는 캐시 아이템으로 충분히 사업 영위가 가능하다는 좋은 사례다. 이는 필수 허들과 주요 아이템에 집중적으로 배치해 사실상 페이투윈을 추구하는 한국 게임시장의 캐시아이템 풍조에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다.

‘오버워치 PC’ 등 고사양 PC에 대한 저변 확대
사실 이 부분은 PC방에 부정적 요인이다. 통상 PC방 PC는 가정용 PC보다 게임하기 좋다는 인식이 대중적인데, 고사양의 ‘오버워치 PC’가 가정에 대량 공급된 터라 PC방은 이보다 더 높은 사양의 PC를 갖춰야만 유저들의 통념에 부합할 수 있게 된다는 부담이 생긴 것이다.

서울 용산전자상가에서는 인텔 i5급 CPU와 GTX1050급 이상의 그래픽카드를 장착한 조립 PC가 ‘오버워치 PC’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이제는 앱플레이어의 확대로 8쓰레드 CPU를 탑재한 조립 PC가 ‘고성능 오버워치 PC’로 자리매김한 터다.

이러한 고사양 PC가 일반 대중의 가정용 PC로 보편화되면 PC방은 이와 같거나 더 나은 사양의 PC를 갖춰야만 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이는 시설제공업의 특수성으로 인해 피할 수 없는 투자 환경이 조성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PC방 경쟁력의 지표가 될 수 있고, 실제 최근 프리미엄 좌석을 위시한 고급화 PC방이 새로운 트렌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다시 활성화된 온라인게임
<오버워치>의 흥행은 과도한 업그레이드 경쟁과 <오버워치> 신고 사태와 같은 부작용도 양산했지만 한동안 침체되었던 온라인게임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온라인게임 유저를 PC방으로 발길을 돌리는데 한 몫 했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가정용 PC 사양을 상향하며 PC방 PC의 사양을 크게 업그레이드 시켰다는 점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선이 있을 수 있겠지만 신작에 대한 기대와 만족, 그리고 또 다른 신작에 대한 가능성이 대중에 확산됐다는 점은 분명히 긍정적이다.

이제 바통은 게임사의 적극적인 소통과 관리, PC방의 역할론 재정립으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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