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3월호(통권 316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난 2월은 한국 게임산업의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내다보는데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었다. 국회의원이 후원하거나 직접 주최한 게임 관련 포럼 등이 3건이나 개최되는 등 역대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현 정권에 대한 불만, 새로운 정권에 대한 기대, 혼란한 게임산업 현주소가 그대로 투영된 셈이다. 그리고 이 서로 다른 성격의 3가지 포럼은 게임사, 정치권, 유저, 언론의 시선과 관심을 여실히 확인한 자리였다. 다만, 2017년에는 어떤 흐름이 헤게모니를 쥐게 될지가 관건이다.

 

쟁점은 확률형 아이템의 과소비 조장과 사행성, 그리고 게임사의 소비자 기망 행위
현재 게임산업이 많은 규제에 억눌려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공감할 부분이다. 하지만 그 규제의 배경에 대해서는 시각이 각각 다른데, 규제의 배경이 다름 아닌 확률형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확률형 아이템이 구성 내역과 획득 확률 등의 정보를 일체 제공하지 않아 과소비를 조장하고 이내 사행성의 영역까지 치닫고 있다는 소비자 불만이 거세지자 제도권이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국회에 계류 중인 3개의 법안은 공통되게 ‘과소비 유도’, ‘사행’, ‘획득 확률 조작으로 소비자 기망’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미 벌어진 게임사의 불법적인 소비자 기망 행위가 사실로 드러나면서 불만이 거세졌고, 국민의 대표인 입법부가 이에 반응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이제 이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와 대안이 공개된 토론의 장으로 나온 것이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안 3종, 국회에 계류 중
현재 국회에는 확률형 아이템 규제안이 3개 발의되어 있다. 노웅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안은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우택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안은 종류와 구성 비율 및 획득확률 등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며, 과태료 부과 및 신고포상금 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이원욱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안은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 구성 비율 및 획득확률을 표시하고, 획득확률 10% 이하는 청소년 이용불가로 분류하는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규제의 수위는 다르지만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 일체를 의무적으로 공개토록 규정한 것은 동일하다. 그만큼 입법부가 바라보는 이번 확률형 아이템 사태의 핵심은 정보 공개가 관건이라는 의미다.

다만, 새로운 정권이 수립된다면 새로운 부처를 만들려는 의지도 엿보였다. 더불어포럼에서 ‘콘텐츠미디어부(가칭)’ 신설이 제안된 것인데, 이 행사의 후원자가 게임사 출신 김병관 의원이었다는 점에서 새로운 부서의 신설 의지가 충분하다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PC방의 경우 오래전부터 주무부처가 현재의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다른 곳으로 이관되기를 희망해왔던 만큼 이러한 흐름과 궤를 함께 하고 있다.

게임사, 사행성 캐시템 판매 막지 말아 달라
지난 2월에 진행된 3건의 게임 관련 행사에서 게임사의 입장은 규제 완화라는 이름 아래 확률형 아이템을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게임사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의원이 후원해 개최된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의 ‘건강한 게임문화 조성을 위한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강령 선포식 및 평가위원 위촉식’에서는 확률형 아이템 자율 규제를 요구했다. 한국 게임산업이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규제 강화 때문이라며, 확률형 아이템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더불어포럼 역시 “잃어버린 10년, 정부는 F학점”이라는 강도 높은 비판으로 지난 9년 간의 게임 관련 정책들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셧다운제나 4대 중독 등 사회적 합의를 벗어난 규제 의지도 있었던 반면, 각종 사회적 문제를 양산하던 고포류 보드게임에 대한 규제는 사회와 언론의 환영을 받았던, 소비자를 보호하는 올바른 규제안도 있었던 만큼 규제 완화라는 프레임 효과를 얻기 위한 유도가 엿보이는 측면도 있었다.

자율 규제안은 이미 2차례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수년의 시간을 허비했던 터라 사회의 시선은 냉랭했다. 구속력이 없어 실효성에 의구심이 든다는 기자들의 날카로운 지적에 대해 K-idea 측은 민간 기구는 강제력이 없다는 측면에서 이해해달라는 말로 사실상 자율규제안의 실효적 적용에 대한 한계만 여실히 드러낸 셈이었다.

이마저도 지금 당장이 아닌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하겠다며 성과가 나올 때까지 지켜봐달라고 요청했다. 1년의 성과 보고만 확인해보려 해도 사실상 2018년 3분기는 되어야 한다는 의미로, 결국 자율 규제안이 실효성과 규제안 도입에 대한 재논의는 2018년 4분기 이후로 미뤄지게 된다. 이는 2016년에 발의되어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확률형 아이템 규제안’들을 2년 간 방치하여 사실상 폐기 수순으로 밀어내려는 심산일 것이다.

냉철하게 접근하는 게임위 “사행 요소는 적극 개입, 그 외는 자율”
게임물과 관련해 다양한 관리 권한이 부여된 게임물관리위원회는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 입장이 간단명료하다. “사행 요소는 적극 개입해서 해결하고, 그 외는 민간의 자율과 자정에 맡기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확률형 아이템이 사행 요소로 부각되거나 한다면 적극 개입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피력함으로써 현재의 확률형 아이템 문제에 대해 경고했다.

특히 해외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통용되어 온 ‘이용자가 이용의 책임을 진다’는 책임게임시스템 도입을 제안해 사회적 신뢰를 바탕으로 이용자가 자신의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는 구조 도입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만약 이 시스템과 취지가 도입된다면 이용등급 및 출입 등에 대한 부정행위를 사업자가 아닌 해당 행위자가 책임을 지는 형태가 되기 때문에 PC방으로서는 환영할만한 제도다.

“청소년 대상 게임물은 확률형 아이템 배제해야”
여론은 게임물관리위원회만큼이나 현실적이고 실효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청소년 대상 게임물에는 확률형 아이템을 배제하거나 확률을 극도로 제한하되,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물에는 현재보다 조금 더 자유롭게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과소비 및 사행 요소 규제, 청소년 보호, 책임게임시스템, 성인의 자유 보장, 게임사에 대한 규제 완화 등에 고루 부합된다. 이미 대중은 문제의 근본을 꿰뚫어보고 해답을 오래전부터 제시해왔는데 게임사들이 매출을 위해 외면해온 셈이다.

 

게임위 여명숙 위원장의 “게임사들은 산업 정체가 규제 때문이라며 규제 완화만이 살길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유저를 위해 새로운 무엇을 창출했는지 생각해보라”는 비판은 여론과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자율 규제안이 실효를 거둘지, 확률형 아이템 규제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지, 새로운 부처 설립과 주무부처 변경이 이뤄질지 알 수 없지만 2017년에는 한국 게임산업의 미래를 결정지을 이정표가 분명히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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