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3월호(통권 316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PC방 및 게임 관련 정부부처와 기관 등은 인터넷컴퓨터게임시설제공업의 등록제(이하 PC방 등록제)를 전면 재검토해야한다. 게임산업의 어두운 단면 중 하나인 불법 도박장이 합법적인 시설로 둔갑하는데 PC방 등록제가 악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허술한 PC방 등록제를 이용해 창업하는 도박장이 정상적인 PC방보다 오히려 많아졌다.

 

자유업이었던 PC방은 신고제를 거쳐 등록제가 됐다. 이처럼 규제가 강화되기 시작한 가장 큰 원인은 게임의 사행성이었다. PC방 등록제가 시행된 것은 ‘바다이야기’ 사태가 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던 시점이었으며, 정부는 게임의 이 같은 부작용을 근절하기 위해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을 제정하고 PC방 등록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이는 정부의 오판이었다. 정부가 PC방 등록제 시행을 검토하던 당시 PC방 업계에서는 PC방 등록제가 ‘PC방 말살 정책’ 이라며 저항했는데, 결과적으로 PC방 업계의 주장이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PC방은 폐업률이 가장 높은 업종 중 하나가 됐고, 오히려 불법 도박장은 PC방 등록제를 발판으로 합법화, 양성화에 성공했다. 정부 정책의 완벽한 실패인 것이다.

 

도박장의 탈출구 ‘PC방 등록제’
PC방으로 등록한 불법 도박장은 전국 어디서나 쉽게 찾을 수 있다. 고스톱과 포커를 상징하는 외부 간판에 사행성을 떠올릴만한 문구의 상호를 사용하는 소규모 업소는 흔하디흔하며, 이 같은 업소들은 대부분 불법 환전을 통해 수익을 얻는다.

이미 정부와 경찰도 도박장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매년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고 있으며, 게임물관리위원회는 게임산업의 사행성을 근절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지난 2월 17일 국회에서 개최된 게임강국 프로젝트 간담회에서는 위험천만한 현장 단속 영상도 공개됐다. 그러나 도박장은 여전히 전국 곳곳에서 건재하다.

 

이에 대한 원인은 PC방 등록제에서 찾을 수 있다. 행정자치부의 전국 PC방 등록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 2016년 한 해 동안 등록된 전체 PC방 중에서 도박장으로 의심되는 업소가 절반 이상이다.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면 가히 충격적인 수준일 것이다.

지난 2016년의 신규 또는 사업자가 변경된 등록 PC방은 총 2,986개로, 이 중 PC 대수가 20대 이하인 곳, 매장 면적과 PC 대수가 확인되지 않지만 도박장으로 의심되는 상호를 사용 중인 곳을 제외한 정상 PC방은 1,418개(47%)에 불과하다. 나머지 1,568개(53%)는 도박장으로 의심되는 규모와 상호다.

일례로 70 제곱미터 미만의 면적으로 PC방을 창업하는 경우는 이제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설령 있다고 해도 극소수에 불과할 만큼 현실성이 결여된 상태다. 또 정상적인 PC방이라면 결코 사용하지 않을 바둑이, 포커 등이 포함된 상호는 도박장일 가능성이 100%에 가깝다.

PC방보다 많은 도박장, 심각한 수준 넘어 위험한 수준
PC방 등록제가 포함된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은 2006년부터 시행됐다. 게임백서에 따르면 PC방 시장 규모가 본격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한 시점도 2006년이다. 2005년 당시 22,171개에 달했던 PC방은 2006년 20,986개로 집계되면서 1,185개(5.3%) 감소했다.

2006년 이후 PC방 시장 규모는 2008년과 2009년을 제외하면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2015년 기준 전국 PC방은 12,459곳으로, PC방 등록제 시행 이후 지난 10년 동안 PC방의 시장 규모는 반 토막(40% 감소)이 났다. 그렇다면 입법취지와 같이 도박장도 감소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도박장은 PC방과 정반대로 증가 추세다. 행정자치부의 PC방 등록 현황 중 2011년도 자료를 살펴보면 2011년 당시 등록 PC방 수는 2,633개로, 그 중 도박장으로 의심되는 곳은 877개였다. 나머지 1,756개는 정상적인 PC방으로 추정된다.

2011년에 PC방으로 등록한 업소 중 도박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33% 수준인데 반해, 2016년도에는 무려 53%의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증가했다. 이는 PC방 등록제가 정상적인 PC방의 창업을 축소시킨 반면, 도박장은 오히려 양성화했다는 방증이다.

PC방 등록제, 원점부터 전면 재검토되어야
PC방 등록제의 재검토가 필요한 이유는 오로지 PC방을 뛰어 넘고 있는 도박장 수 때문만은 아니다. 법률상 인터넷컴퓨터게임시설제공업은 지나치게 제한적이다. PC방의 영업 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해나가고 있지만 법은 과거에만 머물러 있어 PC방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PC방의 법적 명칭인 인터넷컴퓨터게임시설제공업은 PC 시설 제공 외에는 그 어떤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PC 외에는 어떤 게임물도 추가 설치·운영할 수 없으며, 휴게음식점의 업종 추가도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복합유통게임제공업으로 등록해 운영 환경을 다변화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지만 이는 대안일 뿐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아니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인터넷컴퓨터게임시설제공업에 대한 등록제를 전면 재검토하는 것이다. 첫 단추부터 다시 제대로 꿰어야 하는 것이다.

마치며…
행정자치부의 PC방 등록 현황 자료에서 도박장으로 의심되는 업소를 구분하는 것은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그 수가 조금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합리적 의심이 가능한 사례로 구분한 결과에서는 PC방보다 도박장이 더 많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도출됐다.

이는 PC방 등록제의 도입 취지가 완전히 잘못됐다는 의미다. 잘못된 정책은 바로 잡아야 하고, 어차피 개선할 것이라면 시대에 맞는 현실이 적용되어야 한다. PC방 등록제는 앞으로 PC방 단체와 정부, 유관 업계 모두가 함께 원점부터 재검토해야 할 사안임이 분명하다.

아울러 아이러브PC방에서는 PC방 등록제의 문제점을 보다 면밀히 살펴보기 위해 도박장으로 의심되는 업소를 직접 찾아 실태를 살펴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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