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1월호(통권 314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게임물 심의가 민간에 이양됐다. 오랜 기간 정부기관의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하던 시대가 저물고 민간에 의해 자율적으로 게임 등급을 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분명 한국 게임 산업이 한걸음 더 발전하고, 한층 더 성숙했다는 방증이다. 반면 게임업계 스스로 막중한 책임을 지게 되는 것으로, 기대와 기쁨 못지않게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1월 1일부터 사라지는 역차별, 온라인게임 자율심의
박주선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2017년 1월 1일부터 온라인게임도 민간 자율심의가 적용된다.

지난 2011년 ‘게임물등급위원회 vs 구글’의 대립에서 모바일게임 심의 요구는 강경 대응에 무너지게 되고, 해외 게임플랫폼홀더만 자율심의를 허가해주는 상황이 연출됐다. 2011년 4월 5일 오픈마켓에 유통되는 모바일게임의 심의 권한을 유통사에 일임하는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개정안’이 공포된 것이다. 비록 행정당국과 민간 산업계가 깊고 진지한 논의와 통찰에 의해 결과를 도출한 것이 아니라 아쉽지만, 사실상 사전검열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을 내딛은 것이다.

그 후 온라인게임도 자율심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장밋빛 미래가 예견되었으나, 게임물등급위원회의 기득권 욕심에 온라인게임 자율심의 민간 이양의 꿈은 무너졌다. 외국 기업의 편익은 고려하되 자국 기업은 규제하는 희대의 역차별 규제가 만들어진 것이다.

당시 게임물등급위원회는 관계 법령에 따라 2009년 12월 31일을 끝으로 심의 권한을 민간에 이양하고 폐쇄됐어야 하는데 2차례에 걸쳐 국고지원 연장을 받으며 잔존해있던 상황이며, 온라인게임을 자율심의에서 배제하면서 2011년 12월 31일 해산해야 했던 게임물등급위원회에 3년 국고지원연장이라는 무리수를 두게 됐다.

2011년에 ‘3년 뒤 재논의’를 전재했던 데다가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이하 K-idea)의 적극적인 요청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4년에 온라인게임 심의 민간 이양은 논의되지 못했다. 결국 의원 발의로 법안이 상정되어 통과된 후 2016년 1월 1일부로 자율심의가 시행되게 된 것이다.

게임사마다 입장 달라 기준 모호해
온라인게임에 자율심의가 도입되는 것은 분명 올바른 발전이지만, 우려도 적지 않다. 게임사마다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명 고포류 게임 서비스사는 고포류를 보드 게임의 일종으로 희석하고 싶어 하고, 확률형 아이템에 집중하던 게임사는 확률형 아이템에 관대한 입장을 갖고 있다.

심의를 맡아야할 게임문화재단의 위원회는 아직 심의 노하우가 쌓이지 않은 상태이고 무엇보다 게임사들의 등급 결정에 대한 불만과 이견을 이해시켜나가는데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민간 이양 이후에도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은 여명숙 위원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는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 심의해야 하는 만큼 두 심의 기구의 공조도 요구되고 있다.

더욱 심해지는 확률형 아이템 논란, 법률 기반의 제동장치 없어
진짜 문제는 게임물관리위원회다. 현재까지는 잘 해오고 있지만 기존 온라인게임들은 보다 자유로운 부분유료화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으로 심의를 신청한 경우가 훨씬 더 많기 때문에 게임물관리위원회에 업무가 몰릴 수밖에 없다. 전체이용가, 12세이용가, 15세이용가에 대한 모니터링 및 정정 요구 등의 업무도 과중하기는 마찬가지다.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에서 심의를 받은 것처럼 허위 날조한 불법 게임물들에 대한 사후 관리라는 복병도 있는 만큼 연초는 이래저래 긴장되는 시기임에는 분명하다.

무엇보다 자율심의와 심의 등급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확률에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원론적인 기준은 있지만 여전히 0.1%를 일반 사안으로 준용하는 등 유저들과 제도권에서 납득할 수준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모바일게임에서 확률형 아이템의 사행성 시비는 위험 수위까지 높아져 있고, 확률형 아이템 규제안이 마련되지 않는 상황에서의 자율심의로는 극명한 한계가 있음이 증명된 상태다. K-idea와 게임물관리위원회에게는 아직 사행성이 짙어진 확률형 아이템을 견제할 법률에 기반한 ’무기’가 쥐어져 있지 않다. 게임사가 아이템의 확률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다면 소비자는 여전히 사행성 여부를 판가름할 기준이 되는 정보를 열람할 수 없다는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ESRB(북미 등급분류 민간 기구)와 같이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정보 공개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의미이자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와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역할 및 책임이 더 무거워졌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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