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1월호(통권 314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최근 오픈한 PC방이나 인테리어를 리모델링한 PC방, 혹은 PC 및 주변기기를 업그레이드한 PC방 등에서는 어렵지 않게 프리미엄 게이밍존을 접할 수 있다.

프리미엄 게이밍존은 수년 전 게이밍 모니터를 통해 FPS존이라는 개념을 만든 벤큐의 XL존이 시초라 할 수 있다. 업체에서 자사 제품을 구매한 PC방이 투자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해당 제품을 설치한 공간을 다른 좌석과 차별하기 위해 프리미엄 게이밍존을 구성하도록 지원한 것이다.

벤큐의 XL존이 프리미엄 게이밍존의 시초이자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됐고, 이제는 모니터 업체들뿐만 아니라 다수의 PC 하드웨어 부품과 주변기기 업체에서도 이 같은 프리미엄 게이밍존을 지원하면서 보편화됐다.

이 때문에 프리미엄 게이밍존의 희소성이 다소 하락했고, 일부에서는 업체들의 홍보 수단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하지만 신규 PC방을 중심으로 여전히 프리미엄 게이밍존 구성이 확대되고 있고 그 형태와 규모도 발전해가고 있다.

일부 PC방에서는 업체 지원과 전혀 상관없이 자체적으로 프리미엄 게이밍존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심지어 요금도 다르고, 공간의 인테리어도 다르다. 단순히 현판을 걸고 엑스배너를 통해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공간을 나누고 차별화해 운영하고 있다. 진정한 ‘프리미엄’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업체의 도움을 받아 조성한 천편일률적인 프리미엄존과 업주가 직접 방향성을 고민해 조성한 독자적인 프리미엄존은 큰 차이가 있다.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프리미엄 게이밍존을 구성해 큰 효과를 보고 있는 압구정 로데오거리 입구의 첫 번째 PC방, 피크 PC방을 찾아가봤다.

▲ 출입구부터 특별함이 느껴지는 피크 PC방

뜻 맞는 PC방 업주들의 연합 ‘피크 PC방’
피크 PC방은 서울에서도 임대료가 비싼 편인 압구정동 로데오거리를 비롯해 논현동과 잠실 삼전동 등 3개 지역에 매장이 있다. 뜻이 맞는 PC방 업주 3명이 지분투자를 통해 피크 PC방을 창업했으며, 3명의 업주가 각각 매장을 하나씩 맡아 운영하고 있다.

피크 PC방의 콘셉트는 ‘내가 가고 싶은 PC방’이다. 그동안 PC방을 운영하며 느낀 업주 입장과 PC방 고객 입장에서 진짜 가고 싶은 PC방이 무엇인지 고민했고 그 결과를 피크 PC방에 반영했다. 피크 PC방이라는 브랜드는 연합한 PC방 업주들이 브랜드 파워를 만들겠다며 최대한 유사한 콘셉트를 유지하고 있지만, 프랜차이즈 사업을 따로 하지는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피크 PC방 3곳 모두에 프리미엄 게이밍존을 구성했다. 모든 매장의 프리미엄존은 일반 좌석과 차별화했고, ‘내가 가고 싶은 PC방’이라는 콘셉트를 집대성한 공간이다. 단순히 업체에서 LED 광고판을 설치하고, 엑스배너를 지원하는 프리미엄존이 아니라 운영 철학을 담은 공간인 것이다.

품격이 느껴지는 피크 PC방의 프리미엄 게이밍존
피크 PC방의 프리미엄 게이밍존을 살펴보기 위해 방문한 압구정점은 크게 일반석, 커플석, 프리미엄존, 3가지로 구분되어 있다.

▲ 프리미엄 게이밍존보다 사양이 낮지만 그래도 평균 이상이다.

먼저 일반석은 인텔 i5-6500에 GTX1060 기반의 PC로 구성되어 있고, 기계식 키보드를 비롯해 144Hz 게이밍 모니터, 30~40형 대화면 모니터 등으로 구성해 고객들의 취향에 따라 좌석을 고를 수 있게 했다. 일반석이라고는 하지만 최근에 오픈하는 PC방 PC와 차이가 없는 최신 사양이다.

▲ 피크 PC방에서 PC 사양이 가장 낮은(?) 커플석

커플석은 일반석에 비해 사양이 조금 떨어진다. 그래픽카드의 경우 일반석에는 GTX1060이 설치되어 있지만, 커플석에는 GTX960이 설치되어 있다. GTX960은 피크 PC방이 처음 오픈할 당시부터 사용한 것으로, 커플석의 사양이 낮은 이유는 실제 커플이 아닌 동성 친구들이 착석해 이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연인들끼리 이용하는 좌석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피크 PC방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프리미엄존은 말 그대로 일반석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우선 좌석 배치부터 일반석과 다르다. 보통 PC방의 좌석은 모니터와 모니터가 마주보는 형태로 배치되고 바로 뒤에는 다른 고객이 앉은 의자가 맞닿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피크 PC방의 프리미엄존은 그냥 벽이다. 의자를 뒤로 빼고 누워도 누가 뭐라 할 사람이 없다. 많은 공간을 할애해 독립적이고 차별화된 느낌을 강조했다.

▲ 좌석 뒤에 또 다른 좌석이 없도록 배치한 피크 PC방의 프리미엄 게이밍존

가장 큰 차이는 단연 PC 사양이다. 인텔 i7-6700과 GTX1080을 기반으로 하는 최고 사양으로 구성했다. 여기에 모니터는 165Hz 주사율에 2,560×1,440(WQHD) 해상도, 엔비디아 G-Sync를 지원하는 에이수스 PG279Q 등을 메인으로 세로 모니터를 추가해 듀얼모니터로 꾸몄으며, 주변기기도 고급형 게이밍 기어를 대거 도입했다. 업주가 얘기한 “아무나 착석할 수 없다” 는 말에 수긍이 가는 수준이다.

피크 PC방의 프리미엄존이 특별한 이유
피크 PC방 압구정점은 현재 프리미엄존을 프로모션 기간으로 설정해 운영하고 있다. 원래는 일반석보다 비싼 요금이 책정되어 있지만, 프리미엄존이라는 개념을 PC방 고객들에게 홍보하기 위해 당분간 일반석과 동일한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피크 PC방 논현점은 이미 프리미엄존에 대한 홍보가 끝나 실제로 요금을 차등해 운영하고 있다. 선불이나 후불 요금제가 아닌 정액 요금제 형태로 일반 클라이언트 좌석과 구분해 운영하고 있으며, 정액 요금제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석보다 20~30% 이상 비싸다.

피크 PC방 압구정점은 아직 프로모션 기간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아무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아니다. <리그오브레전드> 등 PC 사양을 타지 않는 게임을 이용하는 고객은 일반석으로 안내하고, 고사양 게임을 이용하거나 프리미엄존을 체험하기 위해 먼 지역에서 방문하는 고객들을 위해 항상 여유 좌석을 남겨두고 있다.

▲ ▲강남 상권에 있는 또 다른 피크 PC방을 안내하고 있다

또한 학생 고객들은 프리미엄존을 이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어 주로 이용하는 고객은 요금을 더 지불하더라도 편안하게 PC를 이용하겠다는 성인 고객과 고사양 PC 패키지게임을 이용하는 헤비 유저들이다.

“프리미엄존의 성공 가능성은 상권”
피크 PC방의 프리미엄 게이밍존은 기본적으로 요금이 비싸지만 이용률이 높아 PC 이용요금만으로도 상당한 수익이 발생하고, 구매력이 높은 성인 고객들이 이용하기 때문에 프리미엄존에서 발생하는 먹거리 매출도 상당하다.

무엇보다 프리미엄존의 가장 큰 효과는 매장 홍보다. 피크 PC방 압구정점의 운영을 맡고 있는 김정주 사장은 블로그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현존하는 최고의 PC 사양이라는 점 때문에 블로그 마케팅이 큰 효과를 거두며 지방에서도 프리미엄존을 이용하기 위해 피크 PC방을 찾을 정도다.

▲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ATM기와 휴식 공간을 조성했다

하지만 프리미엄 게이밍존이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김 사장은 모든 상권에서 모든 PC방이 모두 프리미엄존을 도입해 성공하는 것은 어렵다고 봤다. 김 사장은 “압구정 로데오거리는 주로 유학생들이 많이 찾는데, 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게임은 스팀에서 서비스하는 PC패키지게임”이라며 “금전적인 부담을 느끼지 않는 고객들이 많기 때문에 프리미엄존이 성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여자 화장실의 럭셔리한 인테리어. 여성 고객 비중이 30%에 달해 과감히 투자했다

또 김 사장은 “학생 고객이 많거나 문화생활 지출이 적은 지역의 PC방은 투자 대비 손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압구정점도 프리미엄존이 자리를 잡는데 1년 6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홍보를 하고 있기 때문에 프리미엄존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수요예측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치며…
피크 PC방의 프리미엄 게이밍존 좌석 수는 12자리다. 이 12자리를 구성하기 위해 업주들은 수천만 원 이상을 추가로 투자했다. 피크 PC방이 과감하게 프리미엄존을 구성할 수 있었던 것은 동업 형태로 PC방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 개인이 이처럼 과감한 투자를 하기에는 경제적, 심리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피크 PC방의 프리미엄 게이밍존은 PC방 업주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조성한 공간이기 때문에 확실하게 차별화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천편일률적인 홍보 마케팅의 수단으로 전락한 현재의 PC방 프리미엄 게이밍존. 누구나 도입할 수 있지만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진정한 의미의 프리미엄 게이밍존이 앞으로 더 확대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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