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月刊 아이러브PC방 6월호(통권 307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PC방은 어디일까? 사이버인터넷역사박물관에 따르면 영업시설로 PC를 사용하기 시작한 업종은 1988년에 등장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통신 클럽이었던 엠팔(EMPAL)의 멤버 안상수씨와 금누리씨가 홍대 상권에서 창업한 일렉트로닉 카페(전자 카페)다. 당시 전자카페에는 16비트 PC 2대에 전화선을 연결해 PC 통신을 즐길 수 있었다.

이후 인터넷카페로 불리던 곳이 1994년 처음 등장했다. 당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BNC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으며, 이를 우리나라 최초의 인터넷카페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인터넷카페가 주요 상권에서 하나 둘씩 오픈하기 시작하면서 모뎀카페, 네트워크카페, 사이버카페 등으로 불리기 시작했고 바둑 등 간단한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1988년부터 1994년 사이에 등장한 이 같은 업종들은 엄밀히 말하자면 지금의 PC방과 거리가 멀었다. PC를 이용하기 보다는 커피나 음료를 즐기며 사교 공간으로의 활용도가 컸기 때문이다. PC를 전면에 내세워 오늘날과 같이 PC 이용 요금을 주요 수입원으로 하는 업종은 1996년부터 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로 인한 대량 실직 사태와 <스타크래프트>라는 걸출한 게임이 등장하면서 PC방은 창업시장을 이끌면서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90년대 말 전혀 새로운 업종으로 탄생한 PC방, 안타깝게도 2000년 이전의 PC방 통계 자료는 턱없이 부족하다. 게임백서에서 조차 2000년 이전의 PC방에 대한 자료는 없다. 다만 1998년과 2000년 사이 <스타크래프트>의 인기와 함께 전국에서 2만여 개의 PC방이 창업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실제 게임백서에는 2000년 전국의 PC방 수를 21,460개로 기술하고 있다.

PC방에 대한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시점부터 PC방은 2만개가 넘었다. 한집 건너 한집이 PC방이라는 말까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수가 반 토막으로 줄었다. 원인은 무엇이며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창간 17주년을 맞아 PC방 업계의 지난날을 돌이켜봤다.

PC방의 현재 시장 규모는?
사실 PC방에 대한 정확한 통계지표는 턱 없이 부족하다. 많은 언론매체에서 인용하고 있는 게임백서는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집필 의뢰를 받고 (사)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에서 PC방 현황에 대해 기술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인문협에서는 통신사 자료, 정부 등록 자료, 게임사 가맹 자료 등을 토대로 PC방 규모를 추산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통신사 자료와 정부 등록 자료, 게임사 가맹 자료도 정확하다고 할 수 없다.

통신사에서는 불법 사행성 게임장을 구분하지 않고 인터넷 설비를 제공하고 있고, 게임사 가맹 자료는 VPN 업체나 작업장 등을 걸러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 등록 자료 또한 복합유통게임제공업으로 등록한 PC방이 빠져있고, 불법 게임장과 성인물을 제공하는 업소 등이 대거 포함되어 있어 신뢰지수가 높지 못하다.

그나마 가장 현실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최근 발표된 국세청 자료다. 지난 2015년 10월에 발표된 전국 사업자 등록 통계에 따르면 PC방은 전국에 10,842개가 영업 중이다. 이는 세무당국의 발표 자료이기 때문에 실제와 가장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로는 서울 1,922개, 경기 2,270개, 부산 806개, 인천 535개, 대전 366개, 대구 589개, 광주 494개, 울산 311개, 세종 30개, 강원 390개, 충북 364개, 충남 413개, 전북 521개, 전남 423개, 경북 576개, 경남 639개, 제주 193개다.

하지만 국세청 자료 또한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다. 불법 사행성 도박장이 다수 포함되어 있을 수 있고, 복합유통게임제공업으로 등록한 PC방은 집계 대상이 아니었다. 다만 지금까지 발표된 전국 PC방 현황 중에는 가장 현실에 근접한 자료라 하겠다.

게임백서로 살펴보는 PC방의 흥망성쇠
PC방 사료 중 가장 오랜 기간 집계되어 온 데이터는 게임백서다. 2015 게임백서를 통해 그동안 PC방 시장의 규모를 살펴보면 2000년(21,460개)부터 2014년(13,146개)까지 PC방 수는 38.74% 감소했다. 15년 동안 창업과 폐업이 반복되면서 10분의 6으로 줄어든 것이다.

 

PC방 수의 변화를 연도별로 살펴보면 가장 많은 수가 집계된 시점은 2001년이며, 가장 많이 감소한 것은 2011년이다.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인 것은 2010년 이후 현재까지이며, PC방 수가 가장 많이 줄어든 시점과 맞물린다.

그렇다면 2001년과 2010년은 무엇이 달랐던 것일까? 우선 2001년 당시는 <스타크래프트>의 인기가 정점을 달리던 시점이며, IMF 사태 이후 명예퇴직자들이 대거 창업 전선에 뛰어들면서 제1의 창업 붐이 일었던 시점이기도 하다. 당시에는 <스타크래프트>뿐만 아니라 <리니지>도 최고의 흥행작으로 떠오르던 시기다.

반대로 2010년은 PC방에 대한 다양한 규제로 업주들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으며, PC방 전면금연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되던 때다. 더구나 2010년에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 7 출시 후 본격적으로 저작권 활동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럽게 수천만 원의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대량 폐업 사태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2011년 PC방 수는 -16.8% 성장했다. 폐업 PC방이 가장 많았던 것이다. 또 2012년 -6.5%, 2013년 -6.7%, 2014년 -4.7%의 감소세를 나타내는 등 PC방 시장 규모는 2010년과 2011년을 전후해 큰 전환점을 맞이했다.

PC방은 줄었지만 오히려 PC 수는 증가
2000년부터 2014년까지 PC방 수가 40% 가량 감소했지만, PC방의 평균 PC 보유수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PC방 전문 리서치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PC 가동률 집계를 시작한 2008년 당시 PC방의 평균 PC 대수는 63.16대였다. 하지만 2015년에는 78.51대로 늘었다. 8년 동안 평균 PC 대수가 15.35대, 24% 증가한 것이다. 이 같은 통계는 PC방의 대형화가 뚜렷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실 PC 300~400대의 초대형 PC방은 수도권보다 임대료가 저렴한 지방에서 먼저 출현했다.

 

하지만 2010년경 서울에 400대 PC방이 등장하면서 수도권에서도 초대형 PC방의 가능성을 열었고 이듬해 인천 부평과 부천 지역 등에서 잇따라 300~400대 규모의 PC방이 문을 열었다. 최근에는 100~200대 규모는 평균, 200~300대 PC방이 수도권의 주요 상권마다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대형화 현상은 PC방 시장이 축소됐다고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매장 수는 감소했지만 고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클라이언트 PC의 수는 크게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PC방 시장이 축소됐다고 보기보다 PC방 수만 줄었다고 할 수 있으며, 이는 사회적 현상인 양극화와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그대로 PC방 업계에 투영된 것이라 하겠다.

매출 감소 시점은 전면금연 시행 후
일각에서는 PC방 수가 크게 감소하고 PC 대수가 증가한 것을 PC방 업계의 구조조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실제 중소형 PC방은 감소했지만 대형 PC방의 신규 창업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고, 이제는 생계형 PC방보다는 한 명의 PC방 업주가 여러 PC방을 동시에 운영하거나 대형 PC방을 오픈하는 과정에 지분을 투자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전반적인 PC방 매출 규모도 게임백서의 PC방 현황과는 다르다. 연평균 PC 가동률을 살펴보면 2009년과 2010년이 가장 낮고, 2012년과 2013년이 가장 높다. PC방 수가 가장 많이 감소한 시점이 2010년과 2011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며 높은 폐업률이 다른 업종과 같이 매출감소로 인한 경영악화가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2012년과 2013년은 PC방 업계의 상황이 나쁘지 않았던 때다. <디아블로3>, <블레이드앤소울>, <리그오브레전드> 등이 큰 인기를 누렸고 <피파온라인3>도 시동을 거는 시기였다. 하지만 2013년 가장 높은 PC 점유율을 기록한 후 2014년과 2015년에는 가동률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는 정확히 PC방 전면금연화 시점과 맞물린다. 당초 정부는 PC방 전면금연화 시행을 앞두고 금연 고객 확대로 오히려 매출이 증가할 수 있다고 예상했지만, 거의 대부분의 통계 지표에서는 PC방 전면금연화 시행 이후 PC방 업계는 경영악화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PC방 수 감소는 경영악화의 원인보다는 앞으로의 전망을 어둡게 보고 경쟁력이 약화된 PC방 업주들을 중심으로 업에서 손을 떼기 시작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

앞으로의 PC방은?
PC방 시장 축소는 업계 내에서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정부와 각 지자체에서 발표하고 있는 각종 자영업 통계에서는 PC방의 폐업률이 가장 높고, 생존율이 가장 낮은 업종으로 꼽혔다. 이 때문에 PC방 창업 시장이 과거보다 크게 감소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활발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기도 하다. 특히 PC 주변기기 시장이 PC방을 중심으로 크게 성장했다. 상당수 PC방 업주들이 PC 교체보다 디스플레이와 PC 주변기기에 대한 투자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이는 PC방 시장이 축소됐다고 하더라도 아직까지 데스크톱 PC 시장을 주도할 만큼 PC방의 시장성이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에 앞으로 데스크톱 PC와 관련된 하드웨어 업체들과 주변기기 업체들에게는 PC방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 게임사 입장에서도 여전히 PC방에서 보유하고 있는 클라이언트 PC의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에 PC방 시장을 소홀히 볼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게임 흥행 여부가 PC방에서 판가름 난다는 점도 PC방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결과적으로 PC방 관련 산업에서 PC방 시장의 가치는 여전히 높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PC방 시장의 축소를 야기한 각종 규제는 앞으로 PC방 업계가 풀어야 할 숙제다. 또 저작권 관련 분쟁의 완전한 해결과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앞으로 PC방 업계가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높은 폐업률의 원인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업계 차원의 대비책 마련이 관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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