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13일에 20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총선이 치러진다. 19대 국회에서 발의되었던 법안은 총선이 종료되고 20대 국회가 구성됨과 동시에 자동 폐기된다. PC방 업계 입장에서는 대표적인 규제완화 법안 중 하나인 청소년 출입기준 통일 법안이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청소년 출입 기준 통일 법안은 정치적 쟁점 사안도 아니고, 국회의 검토보고서도 긍정적으로 발표됐기 때문에 입법절차만 진행됐다면 무난하게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는 법안이었다. 하지만 이해당사자인 PC방뿐만 아니라 국회, 정부의 무관심 속에 4년 동안 방치됐다.

이는 명백한 PC방 업계의 손실이다. 지금까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PC방 업계의 의견이 적극 반영된 규제 완화 법안이 폐기되기 때문이다. 20대 국회에서 재입법 절차를 밟거나 정부가 직접 법안 개정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또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필자는 매년 해가 바뀌는 날이면 청소년 출입 기준을 정리하는 기사를 썼다. 햇수로 7~8년이라는 시간 동안 거의 매년 이 문제를 다뤄왔고, 법안이 발의되고 폐기되는 순간까지 모두 지켜봤다. 이 같은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원인을 분석하고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법안 폐기의 가장 큰 문제점은 PC방 업계의 정치적 입지가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PC방 업계의 정치적 입지를 키우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협회나 시민단체 등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정치적인 입지를 키워왔고 숙원 사업들을 이뤄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슈퍼마켓 단체다. 슈퍼마켓 조합은 일명 ‘슈퍼 슈퍼마켓(SSM)’ 문제를 사회적 이슈로 만들었고, 골목상권보호라는 대명제도 정립했다. 동반성장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이끌어낸 끝에 대형마트의 영업제한, 출자제한, 입점제한, 골목상권과의 거리 제한 등의 법안이 국회에서 처리되는 결과를 얻어 냈다.

더 멀리는 지금의 PC방 업계와 같이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이미지에 쌓여있던 당구장이 있다. 당구장은 과거 ‘건달들이 내기를 일삼는 곳’이라는 매우 부정적인 인식을 받아 왔지만, 업계 단체의 노력으로 스포츠화에 성공해 지금은 생활체육시설로서 정부로부터 다양한 지원책을 이끌어 내는 업종으로 진화했다.

또 소상공인연합회라는 단체도 누가 만들어준 것이 아니다. 중소기업중앙회에서 활동해 왔던 많은 소상공인 관련 단체장들이 정부로부터 다양한 지원정책을 이끌어 내기 위해 끊임없이 국회를 설득한 끝에 어렵게 법정단체라는 지위를 얻어 냈다. 지금까지 나열한 사례 중 어느 것 하나 정치적이지 않은 것이 없다.

사실 PC방 업계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은 있었다. 특히 현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인 최승재 전 한국인터넷콘텐츠서비스협동조합 이사장은 PC방 업계의 정치참여를 주도적으로 추진해온 인물이다. 최 회장은 PC방 전면금연화가 국회에서 논의될 당시 유예기간을 연장하는 결과를 만들었고, 청소년 기준 통일 법안이 국회에 발의되는데도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최승재 전 이사장은 소상공인 전체를 대변하기 위해 자리를 비웠다. PC방 업계의 정치참여를 주도했던 인물이 자리를 비우니 사실상 PC방 업계와 정치의 거리는 더 멀어졌다. 이는 청소년 출입 기준 통일 법안이 폐기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앞으로 이 같은 부정적인 결과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PC방 업주들이 단체에 힘을 실어주고 단체는 업주들의 의견이 정치권에 전달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단체의 정치참여는 해당 업종의 흥망성쇠를 좌우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단순히 규제완화 법안이 발의되고 통과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국정감사 등에서 업계 문제가 다뤄질 경우 불합리한 관행들이 개선되어 왔다는 사례로 정치참여의 중요성이 증명됐다. 이에 앞서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업계 차원의 정치참여에 개인적인 정치 성향은 배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4.13 총선 이후 20대 국회에서는 PC방 업계가 정치적 입지를 키우는데 보다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반복적으로 다뤄 온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점들이 20대 국회에서는 해결 국면으로 접어들기를 희망해 본다.

저작권자 © 아이러브PC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