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月刊 [아이러브PC방] 11월호(통권 300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희망, 용기, 혁신. 세 가지 키워드로 풀어보는 PC방의 미래 이야기

1999년 6월 - 창간. PC방의 유년기부터 희로애락을 함께한 아이러브PC방이 어느덧 300호를 발행하게 됐다. 커피숍과 유사한 형태에 컴퓨터를 접목한 일명 인터넷카페가 1990년대 중반부터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고 PC방의 시초가 됐다. 1998에는 카페 형태에서 벗어나 PC 사용이 주가 되고, 현재의 모습에 가까운 소규모 PC방이 등장했다, 1999년은 본격적으로 PC방 창업 붐이 일어나던 시기다. 공교롭게도 국내 경기가 얼음처럼 차가웠던 IMF 사태 직후이기도 하다.

2015년 11월- 300호. IMF를 이겨낸 아이템, 20년에 가까운 역사와 ‘PC방 종주국’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현재의 PC방은 고되고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전국의 PC방 수는 한창 때이던 2000년대 중반의 반 토막이 났으며, PC방 업계는 일선의 PC방과 PC방에서부터 시작해 커뮤니티와 커뮤니티, 단체와 단체 간의 대립과 분열로 몸살을 앓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300호 발행을 자축하기가 민망할 지경이다.

이에 편집자는 조금이라도 분위기를 바꿔보자는 취지로 PC방, 게임, 컴퓨팅을 담당하는 본지 기자들에게 각각 희망, 용기, 혁신이라는 세 개의 키워드를 던지고 재미있는 미래 이야기를 만들어보라고 주문했다. 과연 진지한 기사만 쓰던 기자들이 각자 분야에 맞는 소재에 다소 생뚱맞은 키워드 희망, 용기, 혁신을 넣어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일단 기대는 안 했다. 재미가 있는지 없는지는 독자 여러분께서 직접 판단해주시길…. <편집자 주>

희망 “그래도 PC방만한 게 있나?” - 이상혁 기자 reporter@ilovepcbang.com
매출은 감소하고 있고 영업환경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으며 주위의 동종업자 수도 점점 줄고 있다. 각종 통계자료에서는 생존율이 가장 낮은 업종, 폐업률이 가장 높은 업종으로 꼽는다. 분명히 PC방은 사양산업인 것이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위기가 아닌 업종도 없다. 우리나라 경제가 저성장 시대로 접어든 후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북극의 찬바람보다 더 매섭다. PC방이 어려운 만큼 다른 모든 산업과 자영업자들도 힘든 상황은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전국 모든 PC방이 어려운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는 PC방들이 존재하고 그 안에는 어느 자영업자보다 높은 수익을 올리며 사업을 확장해나가고 있는 업주들이 있다. 대형화, 고급화를 이끌고 있는 일명 ‘선수’들이다.

2000년대 말, 한 PC방 업주는 극심한 매출하락으로 폐업 위기에 직면했었다. 유일한 생계수단이었던 PC방의 문을 닫아야 하는 지경에 놓이자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심정으로 온라인 PC방 커뮤니티의 오프라인 모임에 무작정 참석하기 시작했다.

그가 오프라인 모임에 참여하면서 느낀 것은 그동안 자신이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것이다. 모르는 정보들이 너무 많았고, PC방이라는 업종 자체를 너무 쉽게 생각했다는 반성의 계기가 됐다. 모임 멤버들과 속 깊은 이야기까지 나누는 사이로 발전하면서 업계 안팎의 고급 정보를 빠르게 습득할 수 있었다.

그는 이러한 활동의 결과로 현재 매장을 여러 개 늘려가며 ‘PC방 사장’으로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폐업 위기의 PC방 업주에서 폐업 위기를 맞은 PC방 업주들에게 조언을 해주는 입장이 된 것이다. 현재 그 선수(?)는 한 상권의 맹주로, 다른 PC방 업주들의 롤모델이자 ‘희망’이 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또 다른 PC방 업주는 업계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적극적으로 단체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기존 단체의 부패와 부조리에 염증을 느껴 탈퇴하고 PC방 업주들의 진정한 권익을 위해 또 다른 단체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한국인터넷콘텐츠서비스협동조합의 초대 이사장이자 현재 소상공인연합회 최승재 회장의 이야기다.

최승재 회장이 콘텐츠조합을 설립할 당시에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만큼 업계 상황이 열악했다. 최 회장은 PC방 업주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동분서주하며 몸을 아끼지 않는 투혼을 보여줬다. 그를 지켜보던 많은 PC방 업주들이 조합원으로 가입했고, 그런 활약상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으로 선출돼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최승재 회장은 현재 콘텐츠조합을 떠난 상황이지만 2기 임순희 이사장 체제의 콘텐츠조합은 최근 워크숍을 통해 변치 않은 조직력을 보여줬다. 최 회장은 PC방 업계에 콘텐츠조합이라는 큰 희망을 남겼고, 이제는 우리나라 소상공인 전체를 대표하는 중책을 맡아 소상공인 전체의 희망이 되고 있다.

PC방 업계에는 이 외에도 수 없이 많은 성공 사례가 있으며, 그 누구도 이런 영웅담의 주인공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을 허투루 흘리지 말자. 우리 주변에는 아직 손에 잡히지 않은 가까이 있는 ‘희망’이 가득하다.

용기, <스타크래프트> 신화의 시작 - 문승현 기자 press@ilovepcbang.com
PC방은 9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거칠 것이 없었다. 다양한 악재로 인해 잔뜩 위축되어 있는 요즘 PC방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다. PC방 업주들이 아련한 표정으로 이때를 회상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일부 업주들은 “<스타크래프트>라는 걸출한 게임이 있었기 때문에 PC방이 황금기를 구가할 수 있었다”고 얘기한다. <스타크래프트>는 학생과 직장인 모두에게 사랑을 받으면서 게이머 층을 두텁게 확장시켰고, 갓 태어난 PC방 업종에 자양분 역할을 했다.
<스타크래프트>는 게임 역사의 한 페이지를 가뿐히 채우고도 남을 명작이지만, PC방 업주들에게 갖는 의미는 더욱 특별하다. 그러나 이런 <스타크래프트>도 처음부터 성공적이지 않았다.

개발과정에서 커다란 좌절을 경험했고, 세간의 비웃음 속에 정식출시 여부조차 불투명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가 없었다면 <스타크래프트>의 흥행도 PC방 신화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때는 1995년.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워크래프트>와 그 후속작이 성공을 거뒀고, <디아블로>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으니 행복한 고민에 빠졌을 것이라 예상했다면 오산이다.

차기작으로 야심차게 준비했던 <스타크래프트>가 세계 최대 게임쇼 E3에서 톡톡히 망신을 당했기 때문이다. <워크래프트>와 다른 점은 우주가 배경이라는 것 외에 없다며 평단에서는 혹평을 쏟아냈고 대중들은 외면했다.

핀치에 몰린 블리자드는 중대한 선택을 해야 했다. 이 천덕꾸러기에 끌려가느냐 아니면 처음부터 다시 개발하느냐 둘 중 하나였다. 바꿔 말하자면 현실에 맞춰 타협하느냐 아니며 실적 악화를 감수하느냐를 택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블리자드의 선택은 후자였다. 당초 기획했던 우주를 무대로 한 SF게임, 자신들의 강점이었던 RTS를 포기할 수 없었다. <스타크래프트>는 그 후 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어두운 터널을 걸어야 했다.

하지만 터널을 빠져나온 <스타크래프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또 한 번의 좌절이었다. 한 발 먼저 세상에 나온 <토탈어니힐레이션>의 화려한 3D 그래픽에 비하면 <스타크래프트>의 비주얼은 볼품이 없었다.

결국 <스타크래프트>는 그래픽 퀄리티를 업그레이드하는데 1년을 더 쏟아 부은 다음에야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개발자 스스로가 게임의 완성도에 만족할 때까지 발매일 연기를 불사하는 블리자드 특유의 기개도 여기서 비롯됐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스타크래프트> 신화는 이처럼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는 용기를 머리말로 삼고 있다. 국어사전에서는 ‘용기’라는 단어를 씩씩하고 굳센 기운 또는 사물을 겁내지 아니하는 기개라고 정의한다. 악화되는 영업환경을 극복하고 다시 약동하는 PC방 신화가 쓰일 수 있다면 이 역시도 머리말은 용기일 것이다.
                                                               
엔터테인먼트의 혁신 ‘가상현실’ - 김종수 기자 itman@ilovepcbang.com
최근 IT산업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사는 단연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이다.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을 이용한 플레이스테이션VR을 발표했으며, 밸브코퍼레이션은 스팀VR을 개발해 기존 자사 게임 플랫폼인 스팀과 연동을 준비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홀로렌즈란 이름의 증강현실(AR) 장치를 선보였으며, 구글과 삼성을 비롯해 IT 및 게임업계의 공룡들은 가상현실 시장에 대한 대중들의 뜨거운 관심만큼이나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페이스북이 미화 20억 달러(한화 약 2조3천억 원)를 들여 인수한 원조 가상현실기기 업체 오큘러스리프트는 내년 1분기부터 소비자용 버전을 정식 판매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에 따라 내년부터 VR 기기의 보급이 빠르게 확산될 전망이다.

이렇듯 뜨거운 감자인 VR을 두고 PC방 업계 내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PC방에 새로운 콘텐츠로서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고 PC방이라는 오픈된 공간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부정적인 견해도 있다. 물론 새롭게 등장할 VR 플랫폼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아직까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VR의 등장을 무작정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 VR이라는 플랫폼은 혁신적인 게임이 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마련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PC방 창업 열풍을 일으킨 <스타크래프트> 역시 그 바탕이 되는 윈도우95라는 혁신적인 토대가 없었다면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과거 IBM과 애플이 경쟁적으로 보급했던 PC(Personal Computer) 시장에서 IBM 진영의 보편적인 운영체제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도스(DOS)였다. 도스는 콘솔 명령어 기반의 운영체제로 구조가 단순하지만 명령어를 모르면 사용이 어려웠던 만큼 대중화에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새롭게 등장한 윈도우95라는 GUI(Graphic User Interface) 기반의 혁신적인 운영체제는 PC와 사람을 마우스로 이어지게 만들어 컴퓨터의 세계적인 대중화를 이끌었다.

또한 하드웨어를 직접 제어해야만했던 불편한 게임 개발 환경을 크게 개선시킨 통합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다이렉트X를 함께 제공해 많은 게임들이 개발될 수 있는 생태계를 일궈냈다.

이로 인해 수많은 사용자가 손쉽게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런 대중화는 많은 게임사들이 윈도우 게임 개발에 적극 도전하는 계기가 됐다.

훗날 출시된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 역시 이러한 기술 혁신이 선행되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러한 배경으로 새로운 게이밍 콘텐츠 시장을 열어줄 VR플랫폼 또한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VR이 PC방의 미래에 긍정적인 이유는 또 있다. 새로운 경험에 목마른 대중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가장 좋은 콘텐츠가 게임이기 때문이다. 콘솔게임기와 모바일 등 다양한 게이밍 플랫폼이 있지만 사용자가 상호 소통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한 3D 가상공간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하드웨어 성능이 요구될 것이며, 여기에 가장 부합하는 플랫폼인 PC야말로 VR게임의 정점이 될 것이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VR이 PC방 업계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 것인지는 아직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VR 플랫폼이 차세대 엔터테인먼트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게이밍 플랫폼 혁신의 구심점이 될 것은 분명하다. PC방에도 혁신을 불러올 가능성이 충분한 수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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