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月刊 [아이러브PC방] 11월호(통권 300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PC방이라는 업종은 이렇다 할 경쟁 업종이 없다. 앞 PC방, 뒤 PC방, 옆 PC방 등 동종업자인 인근 PC방과 치열하게 경쟁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이 같은 태생적 한계로 20년 전 PC방의 시초가 된 인터넷카페가 등장한 이후부터 PC방의 평균 이용요금은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같은 기간 대부분의 서비스 업종 요금이 물가 상승률과 비례해 꾸준히 인상된 것과 비교된다. 지역별, 상권별로 다소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형 PC방들의 공격적인 요금인하가 발단이 되어 중소 PC방은 운영이 어려울 지경까지 요금이 하락했다. 음식점이나 여타 다른 서비스 업종과 다르게 차별화 요소가 많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최근에는 시간당 PC 이용요금이 100원인 PC방까지 등장했다. 물론 유료게임 요금을 별도로 받고 있지만 만연한 출혈경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이 같이 웃지 못 할 상황이 벌어지는 이유는 같은 상권 내 위치한 또 다른 PC방의 고객을 유입하기 위함으로,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요금을 인하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곧 감정싸움으로 이어지며 상권 전체로 번진다.

이렇듯 PC방 업계에 만연한 출혈경쟁 현상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최근 그 현상이 더욱 심화되면서 PC방 업계 전체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PC방과 PC방의 갈등이 상권과 상권의 갈등으로, 더 나아가 PC방 업주들의 소통 창구라 할 수 있는 커뮤니티와 커뮤니티로 확산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커뮤니티 간의 갈등은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업주들 간의 갈등으로 번지고, 일부 소모임에서는 내부 갈등으로 인해 파벌이 나뉘고, 이 같은 파벌은 다시 커뮤니티와 협단체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런 분열과 갈등 현상이 등록제나 전면 금연화보다 더 큰 위기를 자초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소통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양보도 없고 이해도 없다. 절대 악과 절대 선의 대결처럼 소통에 앞서 양보와 이해의 여지를 두지 않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 같은 분위기가 지속되면 업계 질서가 파괴되고, 업계 질서가 무너지면 산업이 도태된다. 산업이 도태되면 결국 그 업종은 몰락의 길을 갈 것이다.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상대의 입장을 들어보려는 시도가 있어야 한다. 먼저 손을 뻗는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만 얘기하지 말고 상대방의 얘기를 들어주는 것도 필요하다. 지금 당장 옆 PC방, 옆 커뮤니티, 타 단체에 전화를 걸어 안부부터 물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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