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月刊 [아이러브PC방] 10월호(통권 299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PC방 선불결제기는 업계의 양적 성장이 정점에 달하던 시기에 DT2000이라는 기기가 보급되면서 유행을 탄 적이 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선불기기는 PC방 업주들로부터 외면을 받기 시작했다. 무료 PC방 관리프로그램이 크게 발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선불기기는 대부분의 PC방 시설이 상향평준화된 상황에서 다시금 유행을 타기 시작했다. 기존 PC방 관리프로그램이 불편해서 생긴 현상이 아니다. 대형화 트렌드에 따라 인건비 부담과 먹거리 강화로 인한 업무부담 해소의 목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실제로 현재 PC방 수는 각종 통계지표에서 25,000여개로 정점을 찍었던 2000년대 초반의 상황과 비교하면 반 토막이 난 상태로, 10,000개 선을 겨우 유지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조만간 10,000개 선이 무너질 것이라며 PC방 산업의 축소를 우려하고 있다.

반면에 PC 수는 크게 줄지 않았다. PC방 전문 리서치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5년 전인 2010년 전국 PC방의 평균 PC 수는 66.95대였다. 2015년 9월 현재 PC방의 평균 PC 수는 78.29대로, 5년 동안 PC방의 평균 PC 대수가 11.34대 증가하며 대형화되고 있다.

PC방 업주들이 체감하는 대형화 추세는 더 뚜렷하다. 전국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초대형 PC방이 새로 오픈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 소도시의 경우 PC 수가 200여대 전후이면 대형 PC방에 속하지만 비교적 큰 건물이 많은 수도권의 경우에는 300대 이상은 되어야 명함을 내밀 수 있다.

도심의 경쟁이 치열한 상권에서는 200여대 안팎의 PC방은 중급 규모로 취급된다. 100여대 안팎의 PC방은 중소형, 80대 이하의 PC방은 생계형 영세PC방으로 구분한다. 업계 평균이 80대 수준으로 올라섰기 때문에 평균 이하는 중소형, 평균 이상은 중형, 300대 이상이어야 대형이다.

실제 초대형 PC방은 극소수로, 중형급 PC방 창업이 훨씬 더 많은 상황이다. 하지만 중소형 PC방 업주들 입장에서는 본인의 매장보다 PC 수가 많으면 대형 PC방일 수밖에 없다. 직접적인 경쟁 상권에 대형 PC방의 출현은 기존 PC방에게는 큰 위협으로 다가온다.

대형 PC방의 영업 전략이 해당 상권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심지어 직접적인 경쟁관계라 할 수 없는 인근지역까지도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이 많다. 이는 출혈경쟁이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PC방 업주들은 대형화 추세를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정말 대형화 말고는 방법이 없는 것일까? 진정한 PC방 고수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얘기한다. 실제 몇몇 고수들은 전략적으로 중소 PC방을 여러 개 운영하면서 각각의 상권 특성에 맞는 운영전략을 연구하고 있다.

대부분의 PC방 업주들은 대형과 중소형 PC방이 경쟁 관계에 놓일 경우 과열경쟁으로 인한 피해는 중소 PC방보다 오히려 대형 PC방이 더 큰 타격을 받는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 같은 차이는 창업 비용과 매월 지출하는 고정비 규모가 다르기 때문이다.

생계형 중소 PC방 업주들이 대형 PC방에 대해 적대감을 갖기 시작한 것은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해야 하는 대형 PC방이 출혈경쟁을 주도해 왔기 때문이다. 물론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화된 중소형 PC방에서 먼저 가격을 인하하며 경쟁을 유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어쨌든 다양한 원인으로 과열경쟁이 발생하지만, 만약 어설픈 대형 PC방이 고수가 운영하는 중소형 PC방과 경쟁 관계에 놓일 경우 승자는 누가될까?

출혈경쟁 등 치킨게임이 시작됐다면 동등한 조건에서는 지출 규모가 큰 대형 PC방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투자여력이 충분하면서 업계에서 나름 고수 중 고수라고 평가받는 일부 PC방 업주들은 숨어있는 알짜배기 중소형 PC방을 적극 매입하기도 한다. 상권이나 입지는 좋은데 운영에 실패한 PC방을 찾는 것이다.

특히 이런 PC방을 복수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대형 PC방 1개를 창업할 수 있는 비용으로 알짜 PC방 2~3개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형화 트렌드는 반드시 따라가야 할 필수적인 창업 형태라고 보기는 어렵다. 일부에서는 ‘대수가 깡패’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지만 다양한 경쟁력으로 무장한 중소형 PC방도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결론을 내자면 대형화 트렌드에 따라가지 못한다고 자포자기하는 일은 절대 금물이다. 현재 시점에서 진짜 트렌드는 PC 대수가 아닌 ‘차별화된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아이러브PC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