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月刊 [아이러브PC방] 9월호(통권 298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올 하반기는 <메이플스토리2>와 <파이널판타지14>가 선전하면서 간만에 MMORPG가 좋은 분위기를 탔다. 좀처럼 힘을 못 쓰던 신작 MMORPG가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것도 반가운 일이지만 엔씨소프트가 아닌 게임사의 MMORPG를 만나게 된 것도 신선한 일이다.

PC방 전문 리서치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메이플스토리2>와 <파이널판타지14>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엔씨소프트의 MMORPG들은 종전의 성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는 MMORPG라는 같은 장르지만 유저층이 나뉘었다는 반증으로, PC방 업주라면 가동률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반가운 소식이 하나 더 있다. 이번 가을 비수기가 끝나는 시점에 대작 MMORPG들이 PC방에 얼굴을 내밀기 때문이다. 게이머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문명온라인>과 <블레스> 모두 연내 공개시범서비스(OBT)를 계획하고 있다.

PC방 점유율 통계에서 MMORPG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확인된 만큼 <문명온라인>과 <블레스>가 시장의 기대에 부응만 해준다면 과거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MMORPG가 누렸던 전성기가 다시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물오른 MMORPG들이 PC방을 찾아오면 찾아올수록 다른 한편으로는 걱정이 차오른다. MMORPG가 PC방에서 약세를 보이도록 만든 장본인인 ‘지피방’ 때문이다. 신작 MMORPG가 용빼는 재주가 있어 폭발적인 흥행가도를 달린다 한들 ‘지피방’이 기승을 부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게임업계 전문가들도 ‘지피방’이 기승을 부리는 현실을 타파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견이 없다. 신작 온라인게임의 흥행에 힘입어 PC방 PC 가동률이 상승한다고 해도 사실 그 상승폭은 ‘지피방’이 일정 부분을 가로챈 나머지일 뿐이라고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한다.

PC방 업계에서 ‘지피방’은 MMORPG만의 문제가 아닌 모든 장르의 온라인게임에 해당되는 문제이지만 특히 MMORPG에서 치명적인 결과로 나타난다.

우선 MMORPG는 다양한 장르의 게임 중에서 가장 풍성한 PC방 혜택을 제공하는 장르다. 콘텐츠의 분량 자체가 타 장르와 비교를 불허하기 때문에 PC방 프리미엄 혜택과 연계할 수 있는 부분도 많다.

또한 MMORPG는 긴 플레이타임을 전제로 하고 있어 PC방 업주에게 손님 한 명 한 명이 중요하다. 긴 플레이타임이라는 MMORPG의 특성은 게이머에게 “편하게 게임하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다시 말해 게이머가 PC방에서 느끼는 편안함이 집에서 느끼는 편안함보다 크지 않은 이상 단골손님으로 만들 수 없고, 그만큼 PC방 업주에게 소중한 손님인 셈이다.

과거 PC방은 ‘PC방 vs 집’이라는 대결에서 여유롭게 승리할 수 있었다. 90년대에는 고사양의 게이밍 PC를 장만하려면 금전적인 부담이 컸고, 온라인게임에 필수적이었던 빠른 인터넷 회선은 돈으로 해결할 수도 없는 부분이었다. 때문에 PC방은 집보다 불편하지만 대체 불가의 게이밍 공간이었다.

불행하게도 PC방은 게이머에게 ‘집을 놔두고 PC방에서 게임을 해야 하는 이유’를 제시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PC방은 인터넷 회선에서도 PC 사양에서도 집에게 밀리는 형편이 되었으며, 흡연이라는 믿는 구석이 있었지만 이마저도 전면금연화로 사라진지 오래다.

<리그오브레전드>로 대표되는 AOS게임은 친구와 옆자리에 앉아서 게임하는 것 자체가 PC방이 게이머에게 제공하는 가장 핵심적인 프리미엄인 반면, MMORPG는 게임사가 제공하는 게임 속 PC방 프리미엄 혜택이 게이머가 집이 아닌 PC방에서 누릴 수 있는 유일한 장점으로 남았다.

그동안 PC방은 PC방만이 가질 수 있었던 장점들을 참 다양한 방식으로 잃어버렸다. 전면금연화로 인해 ‘흡연’이라는 필승카드를 빼앗겼고 ‘지피방’은 PC방에 있어야 할 MMORPG 손님을 야금야금 빼돌렸다. 올겨울 대작 MMORPG의 출시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집객에 대한 기대감마저 빼앗길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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