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月刊 [아이러브PC방] 8월호(통권 297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PC방 업계에는 전통적으로 PC 업그레이드는 성수기를 앞두고 진행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넓게 퍼져있었으나 지난해부터 이런 인식이 많이 희석된 것이 사실이다. 이런 분위기는 최근까지 이어져 이번 여름 성수기에도 PC방 업주들 사이에 업그레이드 이슈는 미지근했다.
신작 게임들이 계속해서 PC방 흥행에 성공하지 못하면서 전국 PC방의 평균 PC 사양은 이미 ‘PC방 빅3’로 불리는 <리그오브레전드>, <서든어택>, <피파온라인3>를 구동하기에 무리가 없는 수준이 됐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요즘 PC방의 PC 사양은 온라인게임들에 과분할 정도로 고성능이 된지 오래다. 덕분에 ‘PC 사양 인플레이션’ 이 심화되었고, PC방의 업그레이드 트렌드는 PC가 아닌 주변기기로 흐르는 추세다.
 
오죽하면 요즘 PC방 업계에서는 ‘업그레이드’라는 단어 앞에 ‘PC’나 ‘게이밍 기기’라는 수식어를 따로 붙이지 않으면 의미전달이 어려울 지경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라고 해도 PC 업그레이드에 관심을 끊고 마냥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 또 PC방 업주의 입장이다. 손님들 입에서 “옆 동네 PC방은 CPU가 하스웰이다”, “그래픽카드는 960이다” 등의 소리가 나오면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다. 이는 PC를 통해 게이밍 경험을 판매하는 PC방 업종의 특성상 벗어날 수 없는 숙명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최근 PC방 PC 업그레이드에 필요한 덕목은 ‘PC방 빅3’를 원활하게 구동하면서도, 매장을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최신 사양의 PC임을 어필할 수 있는 수준의 균형 감각이다. 물론 가격과 A/S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기본 중 기본이다.

최근 PC 업그레이드를 단행했다는 대구 골드문 PC방을 찾아 요즘 PC방 업그레이드의 맥락을 짚어봤다.

죽어가던 PC방, 골드문의 새출발
대구 북구에 자리 잡은 골드문 PC방은 120대 규모의 중형 매장으로, 여름 성수기 시즌에 맞춰 인테리어를 새로 하고 PC 업그레이드도 단행했다. 김홍재 사장은 “올 여름에는 신작 게임들이 다수 출시되고, 겨울에도 대작들이 OBT를 시작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업그레이드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홍재 사장은 자신을 올해 PC방 업계에 투신한 신참 사장으로 소개하면서, 이제 막 나만의 매장을 꾸려가기 시작했으니 업그레이드를 포함한 모든 부분에 의욕적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여기저기서 PC방은 사양사업이라고 하지만 굳이 PC방을 인수한 배경에 대해서도 말문을 열었다. 그는 원래 위층에서 독서실을 운영했으며, 온라인게임을 좋아해 손님으로 PC방을 자주 찾았다고 한다.

골드문 PC방이 위치한 자리는 인근에 대학교 2곳을 끼고 있고 아파트와 원룸촌 등 폭넓은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는 상권인데 매물로 나오자 처음엔 의아했다고 한다. 자리가 좋다는 결론이 나자 인수를 결정했고, 서울에서 잘 나간다는 PC방 여러 곳을 답사하면서 골드문 PC방의 윤곽을 그려나갔다고 소개했다.

이상과 현실, 성능과 가격 사이
PC 업그레이드도 이러한 그림을 구체적으로 그려나가는 과정의 일부였다. 다양한 손님을 확보할 수 있는 상권임에도 고사양 게임을 즐기는 손님들의 비중이 낮은 편이었는데 그 이유는 매장 PC 절반 정도가 원활한 게이밍이 어려울 정도로 낙후되었기 때문이라는 판단이 섰다.

업그레이드 단행으로 마음을 굳혔으니 이제 남은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CPU와 그래픽카드를 얼마나 구매할 것인지 결정할 차례였다. 골드문 PC방의 상황은 이미 인테리어 재시공에 목돈이 들어간 상황이라 매장 전체 PC를 ‘통갈이’하는 것은 부담이 컸고, 매장 내 고사양 PC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또 그래픽카드는 지포스 GTX 760을 사용 중인데 이보다 더 고급 제품을 써야할 정도로 인기 있는 고사양 게임은 없었다. 일부 PC의 CPU만을 교체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는 결론이었다.

CPU를 선택하는 과정 역시 절충의 연속이었다. 김홍재 사장은 자신이 PC 하드웨어에 대한 내공이 부족해 현재 PC방 업계에서 통하는 상위급 CPU 인텔 5세대 코어프로세서 하스웰 i5-4670/4570을 염두에 두기도 했지만 이런 제품의 성능이 십분 발휘되는 고사양 게임이 없다는 점이 걸렸다.

관련 정보를 수집하면 수집할수록, 인기 게임들의 권장 사양을 살펴보면 살펴볼수록 필요 이상의 고사양은 필요 없겠다는 생각이 강해졌고, 여전히 많은 PC방이 샌디브릿지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제품 가격까지 챙기게 되었다고 한다.

손님들이 만족하면 나도 만족
그러던 차에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 AMD의 PC방 대상 업그레이드 프로모션이었다. A/S 기간이 이미 끝났거나 종료 시점이 임박한 CPU를 저렴한 가격에 AMD FX 8300 비쉐라로 교체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처음엔 AMD가 발열과 호환성 등의 이유로 PC방에서 점유율이 낮은 회사라 망설였다. 하지만 이번 프로모션을 통하면 저렴한 가격에 꼭 필요한 수준의 CPU를 마련할 수 있었고, 3년 무상 A/S 및 냉각으로 유명한 잘만쿨러 등의 옵션이라면 나쁘지 않은 기회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번 업그레이드를 단행하면서 가장 걱정스러웠던 부분은 안정성인데, 다른 PC방 사장님들의 우려와 달리 퍼포먼스 부분에서 기대 이상이라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김홍재 사장은 “대구 손님들은 진짜 게이머다. PC방의 먹거리나 매장의 분위기 등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게임이다. ‘PC방=게임방’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지역인데 게이밍 퍼포먼스가 기대치에 미달했다면 곤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전체적으로 만족한다. 일단 업그레이드 비용이 부담이었는데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크게 절약할 수 있었다. 덕분에 향후 매장을 운영할 자금에도 다소 여유를 갖게 됐다. 남은 예산으로는 주변기기에 투자해 손님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개선된 게이밍 환경을 만들 계획”이라며 크게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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