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月刊 [아이러브PC방] 7월호(통권 296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PC방 업주 김씨(42. 남)는 신규 PC방을 창업한지 2개월 밖에 지나지 않은 업계 신참 PC방 업주다. 김씨는 창업 과정에서 비용적인 부담을 해소하고자 PC 판매 업체를 백방으로 수소문한 끝에 다른 업체에서 제시한 가격보다 약 10~20% 저렴한 비용으로 PC를 구매했다.

 

하지만 2개월 만에 문제가 터졌다. PC에 고장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A/S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김씨가 새 제품으로 알고 구매한 PC는 사실 중고PC였고, A/S 기간이 끝난 상태였다. 심지어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고 구매를 유도했던 업체는 문을 닫은 상태다. 결과적으로 김씨는 중고 PC를 오히려 비싸게 구매하고 수리비용까지 부담을 떠 안게 됐다.

 

   

김씨의 사례는 PC방 업계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일이다. 비슷한 사례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고 피해 금액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중고PC 판매업자들은 PC방 업주를 겁박하거나 물리적인 위해까지 가하며 중고 PC를 헐값에 매입해 논란을 만들기도 한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폐업 PC방이 증가하면서 중고PC 물량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중고PC 업자들은 폐업 PC방에서 PC를 저렴하게 매입한 후 일반 소비자나 PC방에 되팔아 수익을 챙기고 있다.

이 때문에 중고PC를 구입해 활용하려는 신규 PC방이나 저렴하게 PC를 업그레이드하려는 기존 PC방 업주들은 각별히 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고 PC 구매, 무엇이 문제인가?
사실 중고PC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은 PC방 운영에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최근처럼 업그레이드 이슈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노후된 PC로 영업하고 있는 PC방은 업그레이드 비용을 최소화하는데 오래되지 않은 중고PC를 활용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많은 중고PC가 시장에 쏟아지면서 각종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한마디로 중고PC를 활용하기 적합한 시국이 아닌 것이다. 수요보다 공급이 배 이상 늘어나면서 중고PC 업체들 간 경쟁이 치열해져 속고 속이는 일이 다반사다.

사실 중고PC를 구매하는 것은 중고차를 구매하는 것과 비슷하다. 중고차와 마찬가지로 중고 PC를 매입하는 업체에서는 최소한의 비용을 들여 새것처럼 보이도록 한다. 중고차의 경우는 정비 이력으로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지만 PC는 그마저도 어렵다.

육안으로 확인하는 방법밖에 없으며 더구나 많은 PC를 짧은 시간 내에 파악해야 한다는 점이 문제다. 부품들이 새것처럼 세척되어 있기 때문에 장시간 구동 시에 발생하는 문제점 등은 사실상 파악이 불가능하다. 테스트 과정에서 문제가 없더라도 PC방과 같은 가혹한 환경에서 사용했을 때 갑자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확률이 높은 것이 중고PC다.

중고 PC가 품은 다양한 문제점들
현재 PC방 시장에 풀린 중고PC들은 폐업한 PC방에서 사용하던 PC가 많다. PC방처럼 가혹한 환경에서 장시간 사용했던 PC들은 아무래도 새 제품들로 구성된 PC와 비교했을 때 부품들의 노후로 발열이 심하거나 제 성능을 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A/S를 받기도 쉽지 않다. 중고PC 업체에서 어느 정도 새것처럼 세팅을 했다고 해도 1개월 후, 3개월 후, 6개월 후부터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문제가 발생한 시점에 부속들의 일부가 A/S 기간이 끝났을 경우에는 과도한 수리비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현재로서는 중고PC를 선택하는 것이 불리할 수 있다. <문명온라인> 등 흥행이 기대되는 고사양 게임들이 연내 출시되기 때문이다. 또 데스크톱용 브로드웰과 차세대 제품인 스카이레이크의 출시도 다가오고 있다. 투자부담 해소를 위해 당장 중고PC를 구매할 경우 빠른 시일 내 PC의 성능에서 경쟁력이 약화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는 것이다.

더구나 최근 하드웨어 부품사들의 트렌드를 살펴보면 신제품들을 대상으로 펌웨어 업그레이드 등을 통해 더 높은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중고PC의 경우에는 이 같은 업그레이드 지원 대상에서도 제외되어 장기적으로 볼 때 불리할 수 있다.

마치며…
장기 불황으로 폐업이 늘어나면서 중고PC가 쏟아져 나오고, PC방 PC 납품 업체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고PC로 인한 불미스러운 일들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의 중고PC 도입은 고사양 게임들의 출시와 차세대 CPU 출시가 맞물려 PC 성능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는 상황이다.

물론, PC가 너무 오래되고 투자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면 중고PC가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생명력이 짧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

장기적인 면에서는 오히려 최신 제품을 구매한 이후 실제 PC 업그레이드 시점이 도래했을 때 높은 가격으로 중고PC를 처분하고 새 제품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전략적일 수 있다.

실제 항상 최신 PC 사양을 유지하는 일부 PC방 업주들의 경우에는 CPU에서부터 그래픽카드까지 새로운 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기존 제품을 중고로 처분해 새 제품의 구매 비용을 저렴하게 가져가고 있다. 오히려 교체 주기를 당겨 중고 가격을 높게 받는 것이다.

최신 PC 사양을 유지하면서도 재투자비용을 저렴하게 가져가는 이 같은 전략이 현재 중고PC 시장이 처한 환경에 가장 적합한 전략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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