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月刊 [아이러브PC방] 7월호(통권 296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가 한국에 상륙한지 한 달이 넘었고,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들 하지만 아직도 여파가 남아 어수선하고 뒤숭숭한 분위기다. 특히 미흡한 초동 대처가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은 보건당국의 위신에 큰 흉터를 남겼다.

메르스는 서민경제에도 상처를 냈다. 메르스 공포는 사람이 모이는 장소 자체를 꺼리도록 만들어 불특정다수가 이용하는 다중이용업소의 매출하락으로 직결됐다. 중소기업청이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서비스업 종사자 75.9%가 메르스 발생 이후 체감경기가 악화됐다고 응답했다.

PC방도 예외는 아니었다. 예년 같으면 3월부터 5월까지 기승을 부리던 봄철 비수기가 6월 들어서부터는 누그러졌겠지만 6월초에 최고조에 달했던 메르스의 확산세는 PC방 PC 가동률을 할퀴고 지나갔다.

PC방 전문 리서치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6월 초입부터 중순까지의 PC방 주간 가동률은 20%를 간신히 방어했을 정도다. 5월 말 가동률이 22%를 상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PC방 업주들이 피부로 느꼈을 가동률 하락세는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대다수의 PC방 업주들이 이번 메르스 사태가 창업 이후 최대 위기라고 평가했고, 업계 전체가 가동률 방어에 총력을 다 했다. 영등포구에 자리잡은 조이팝 PC방도 메르스 때문에 휘청거렸던 PC방 중 하나로, 매출이 평소의 절반으로 떨어지는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다.

만신창이가 된 매출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 악전고투했던 조이팝 PC방의 지난 한 달 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메르스, 매장의 존폐가 달린 위기
서울시 영등포구에 자리 잡은 조이팝 PC방은 박지영 사장이 같은 자리에서 10년 넘게 운영해오고 있는 60대 규모의 매장으로, 성인 고객과 청소년 고객이 적당한 비율로 나뉜, 그야말로 평범한 동네 PC방이다.

매장 근처에는 대형 PC방이 두 곳, 70대 규모의 매장 2곳이 인접해 있는 등 경쟁이 심한 상권에 위치해 있지만 탄탄한 단골고객을 기반으로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영업을 이어올 수 있었다.

 

   

 

하지만 10년 전통에 빛나는 조이팝 PC방이라고 해서 메르스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히어로즈오브더스톰> 출시와 맞물려 서서히 상승하던 가동률이 5월 말부터 감소세로 돌아서더니 6월에 들어서자마자 급감하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온라인게임들의 PC방 이벤트도 잇달아 중단되면서 상황은 나빠졌다. 지난 4월, 큰돈을 들여가며 매장의 사활을 걸고 인테리어를 다시 한 입장에서는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갔다.

박지영 사장은 그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고 말한다. 박지영 사장은 “이곳은 재개발로 묶여 있는 곳이라 권리금도 못 받는다. 그래서 인테리어를 새로 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만류했지만 장기적인 계획 하에 시공에 들어간 것인데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이팝 PC방의 시련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곧 잠잠해지겠지 하고 기대했던 메르스가 진정되기는커녕 악화일로를 걸었고, 아니나 다를까 6월 둘째 주 매출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자구책 마련이 필요한 시기였다. 박지영 업주는 “가만히 손 놓고 있을 수 없어 매장을 살리기 위한 액션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고객들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는 일이었다.

 

 

메르스 이슈가 부상한 이후 간간히 찾아온 손님들의 화장실 이용이 증가했는데 그 이유는 손을 씻기 위해서였다. 화장실을 이용하는 손님 열에 아홉이 손을 씻는 모습은 메르스 사태 이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광경이었고, 고객들의 변화에 맞춰 비누와 핸드타올을 교체하고, 강도 높은 화장실 청소도 병행했다.

메르스로부터 매장을 지켜내려는 노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PC방 키보드와 마우스의 위생 상태를 불신하는 사람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아이템들을 공수해 매장 곳곳에 비치했다.

 


고객들이 양껏 이용할 수 있는 손세정제와 액상형태의 탈취살균수를 눈에 잘 띄는 곳에 마련해 놓았다. 또한 개인용 물티슈와 소독젤도 이용할 수 있게끔 함으로써 청결하고 위생적인 매장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또한 PC 이용을 마친 손님이 자리에서 일어나면 살균 스프레이로 청소를 마무리하고, 해충방제 및 생활위생 전문 기업의 인증서를 카운터 전면에 부착했다. 위생적인 공기질 관리를 손님들의 뇌리에 각인시키기 위한 작업이었다.

 

 

심지어 심하게 기침하는 손님은 다음에 찾아와 달라며 퇴실 요청하는 등의 강수도 마다하지 않았다. 시국이 시국이니 만큼 잦은 기침은 다른 손님들의 불안감을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위생 및 청결 제고의 기회로 삼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는 즉각적이지는 않아도 서서히 나타났다. 박지영 사장은 “가동률은 6월 셋째 주부터 약간 올라오더니 넷째 주에는 확연한 상승세를 보였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위생과 청결함이 PC방에서 차지하는 중요도를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하면서, 아르바이트 근무자들이 청소 상황을 공유하는 표도 만들어 매장의 상태를 계속 유지해나간다는 계획이다.

 

 

박지영 사장은 이 같은 노력의 원동력으로 PC방이라는 업종에 대한 자부심과 매장을 찾아와주는 손님들에 대한 애정을 꼽았다. 단순히 가동률만을 걱정했다면 메르스와 정면승부하기 보다는 다른 극단적인 방법이 더 손쉬웠을 것이라고 했다.

박지영 사장은 “한 곳에서 10년 넘게 장사를 하다보면 단골손님들과 함께 인생을 살아간다는 느낌이 있고 지역사회에 대한 소속감을 느끼게 된다. 만약 메르스 감염자의 이동경로에서 PC방이나 우리 매장이 발각된다면 그보다 더한 손해는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진정 힘들었던 부분은 매출 감소가 아니라 PC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우리 매장보다 위생에 더 신경 쓰는 PC방도 부지기수다. PC방이라는 업종 자체가 위생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메르스 사태에서 PC방이 위생의 사각지대고 메르스 감염 위험이 높은 곳이라는 식의 시선을 실감해 고군분투를 더 외롭게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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