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月刊 [아이러브PC방] 6월호(통권 295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PC방 일 매출의 대부분은 초중고교생이 하교하는 오후 2시부터 청소년의 출입이 제한되는 오후 10시 사이에서 발생한다. 즉 PC방 매출이 상승하려면 나머지 18시간 동안 중고등학생이 아닌 손님을 잡아야한다. 다시 말해 성인 고객이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까지 어느 정도 좌석을 메워줘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PC방 업계는 성인 고객을 붙잡는데 성공적이지 못했다.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성인들의 지갑이 닫힌 것도 있지만 전면금연까지 시행되면서 흡연자에게 매력적인 게이밍 공간이라는 매력도 상실했다.

특히 주력 콘텐츠인 게임쪽도 PC방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현재 PC방에서 30대 중반 이상의 일명 ‘아저씨’들에게 어필하는 가장 강력한 게임은 다름 아닌 <리니지(1998)>와 <스타크래프트(1998)>다. 경쟁작이나 대체재가 없는 상황에서 이 게임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아저씨 게이머가 PC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미 30대 중반 이상 게이머의 상당수는 온라인게임에서 웹게임으로 넘어간 상황이다. 웹게임은 이들이 생업전선과 게이밍을 둘 다 취할 수 있는 최적의 플랫폼이다.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 모니터 앞에 있어야 하는 시간도 짧고, 클라이언트 설치도 요구하지 않아 간편하다. 때문에 웹게임은 모바일게임이나 온라인게임처럼 주목받진 않아도 나름의 시장을 공고히 형성하고 있다.

더욱이 캐시아이템의 효과가 즉각적이고 크기 때문에 지갑이 두둑한 이들에게 웹게임은 더욱 매력적이다. 실제로 웹게임 커뮤니티에서는 종종 일부 게이머가 공개한 수천만 원대의 결제내역이 화제가 되기도 한다. 웹게임 업체들이 이들을 겨냥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실시하고 고가의 이벤트 상품을 내거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PC방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는 또 다른 고객층은 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의 게이머들이다. PC방 상위권 게임 흡수율이 높은 20대 초반 게이머와 달리 이들은 상대적으로 온라인게임에 대한 관심이 시들하다. 심지어 온라인게임에 흥미가 있어도 PC방에 가기가 쉽지 않다.

사회초년생의 경우 주말이 아닌 다음에야 PC 앞에 앉아 오랫동안 플레이해야 하는 온라인게임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오히려 짬짬이 즐길 수 있는 모바일게임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 실제로 인기 모바일게임들의 핵심 유저층이 바로 이 세대다. 더구나 이 연령층에 잔뜩 포진해있는 취업준비생들은 팍팍한 현실과 싸우기도 힘겨운 판국에 PC방에서 온라인게임을 즐길 여유는 생각할 수조차 없다.

결국 성인 게이머 인구는 전혀 줄지 않았고 이들이 PC방이 아닌 다른 곳에서 온라인게임 아닌 다른 게임을 했다는 결론이 난다. 뻔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냉혹한 결론이 나온 가운데, PC방 업주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잠재고객을 고객으로 전환하는 체질개선 뿐이다.

‘2015 대통령배 전국아마추어 이스포츠대회(KeG)’ PC방 지역 예선 1주차는 이러한 체질개선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점유율 순위 50위권대의 <하스스톤>은 평소 PC방 업계의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KeG 1주차에서는 참가신청자가 <리그오브레전드>보다 많은 이변을 연출했다. 그리고 대회 참가자 대다수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대학생들과 넥타이부대였다는 사실은 PC방 업계의 폐부를 찔렀다.

그동안 PC방 업계는 집객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왔다. 인테리어는 눈부실 정도로 세련되게 변했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PC 사양은 필요 이상으로 높아졌다. 덕분에 10대에서 20대 초반 손님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고 PC방을 향하고 있다.

PC방의 예전 모습을 떠올려보면 구석 자리에는 아저씨들이 담배를 피우며 게임을 즐기고 있고, 출입문 근처에는 동네 꼬마 애들로 시끌벅적했다. 나이에 구애 받지 않고 누구나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시설과 서비스 차원이 더 높아진 최근의 PC방에는 애들만이 남아있다.

PC방이 젊은 층을 위한 공간으로 변해가면서 구수한 맛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또 아저씨들의 뇌리에 PC방은 애들이나 가는 곳이라는 이미지를 심어 놓고 있는 것은 아닌지 찬찬히 곱씹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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