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月刊 [아이러브PC방] 5월호(통권 294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이스포츠는 그동안 PC방 업계에서 어떤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을까? PC방 업계에서는 국내 이스포츠 문화가 PC방 고객들을 대상으로 업주가 개최해 왔던 자체 게임대회에서부터 출발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스포츠 업계에서는 프로리그의 탄생을 시발점으로 보고 있다.
사실 1세대 PC방 업주들 중 상당수는 이스포츠 태동기에 프로게이머를 후원했다. 직접 프로게이머를 양성하기도 했다. 2000년 전후 당시에는 PC방도 유망 창업 아이템으로 무서운 성장세를 보였던 시점이며, 프로게이머 후원은 PC방 영업환경에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본격적인 프로리그가 시작되면서 이스포츠와 PC방은 큰 괴리감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PC방은 자영업종이라는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이스포츠 업계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는데 여념이 없었다. 이 같은 괴리는 오늘날 동질감을 찾을 수 없는 지경에까지 왔다.

이 때문에 언제부터인지 PC방과 이스포츠는 성격이 전혀 다른 별도의 산업군으로 취급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에서 이스포츠와 관련한 내용이 제외되고, 대신 이스포츠(전자스포츠)진흥에관한법률이 새롭게 제정되면서 분리되었다.

그러나 PC방 업계가 이스포츠를 주목해야 할 상황이 됐다. 2012년 제정된 이스포츠(전자스포츠)진흥에관한법률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가 5년마다 수립해야 하는 진흥계획에 PC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계획이 성공적으로 정착되면 PC방은 전혀 다른 영업환경을 맞이한다. PC방이라는 업종의 역사를 새로 쓰는 시점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이스포츠 진흥 계획은 지난 2014년 12월에 발표됐다. 2012년에 해당 법률이 제정된 이후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첫 번째 5개년 계획이다. 해당 계획에서 PC방은 생활체육시설로의 역할을 담당하는 계획으로 포함됐다. 그만큼의 지원정책도 담겼다. 지금부터 PC방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제시하는 이스포츠 진흥계획을 살펴본다.

 

생활체육시설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이스포츠협회가 마련한 진흥계획에는 PC방을 생활체육시설로 활용하는 방안이 담겨있다. PC방의 생활체육시설화는 그동안 업계에서 제시된 적이 없는 큰 변화 중 하나다. 이를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것이 바로 이스포츠 중장기 계획이다.

생활체육시설로 거듭나면서 큰 변화를 맞이한 업종을 꼽자면 당구장을 빼놓을 수 없다. 당구장은 해방 이후 1990년대까지 급속한 발전이 이뤄졌다. 하지만 PC방이 현재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시선을 받고 있는 것처럼 당구장 역시 부정적인 존재였다.

 

 

이런 부정적 이미지의 근원은 내기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당구장 업계는 내기당구를 통해 양적 성장을 이루었지만, 동시에 불량배나 출입하는 시설로 취급되었다. 이 같은 이미지를 개선한 계기는 1988년 당시 대한당구협회가 당구를 생활체육으로 육성하면서부터다.

생활체육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당구는 당구장을 생활체육시설로 거듭나도록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소관부처도 현재의 보건복지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로 이관되면서 진흥정책을 맞이하게 됐고, 헌법재판소로부터는 청소년 출입 제한에 대한 위헌 판결까지 얻어냈다.

현재도 당구장은 사실상 모든 자영업종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것에 반해 아직도 흡연이 허용된다. 체육시설로의 변화는 이처럼 규제보다 진흥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스포츠 진흥 중장기 계획 내용은?
이스포츠 진흥을 위한 중장기 계획은 이스포츠가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에서 분리되어 이스포츠(전자스포츠)진흥에관한법률로 제정됨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이스포츠협회가 법률에 의거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추진할 5개년 계획을 담았다.
 

 


이는 정부가 처음으로 이스포츠 진흥을 위해 마련한 5개년 계획이며, 이에 대한 효과는 당장 2015년 1월부터 나타났다. 이스포츠가 대한체육회 준가맹 경기단체로 승인받은 것이다. 대한체육회 준가맹은 상징적이다. 당구장이 이를 발판으로 스포츠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5개년 계획도 대한체육회 준가맹에서부터 출발한다. 이번 계획의 큰 뼈대는 이스포츠 프로리그의 성공적인 정착에 비해 기초적인 인프라의 부족을 개선하는 내용이다. 말 그대로 정식 체육종목으로서의 기반 인프라 구축이 5개년 계획의 핵심인 것이다.

대한체육회 준가맹 경기단체로서 확정된 대회도 많다. 대통령배 아마추어 이스포츠 대회를 시작으로, 전국체전이 준비 중이며, 전국학교 스포츠클럽 대회와 대학리그도 준비 중이다. 이는 이스포츠를 학원체육화하겠다는 계획으로, 이미 교육부와 논의 중에 있는 내용이다.

결과적으로 5년 이내에 전국 중고등학교에 교내 이스포츠클럽 활동을 활성화시키겠다는 계획이며, 대학에서는 이스포츠 관련 학과 개설, 교과목 신설 등이 추진된다.

5개년 계획에서의 PC방 역할은?
정부가 발표한 5개년 계획에서는 PC방을 활용하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지는 않지만, 5개년 계획을 추진하는 한국이스포츠협회가 PC방을 이스포츠의 기반 인프라로 활용하는 방안들을 적극적으로 시행 중이다. 이미 4월부터 시작된 대통령배 대회에서부터 반영되어 추진되고 있다.

한국이스포츠협회에서는 전국에 분포되어 있는 PC방을 이스포츠 경기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대통령배 대회는 그 가능성을 엿보는 실험의 장이다. 다만, PC방이 자영업종이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현실적인 방법이 논의되고 있다.

우선 모든 PC방을 이스포츠 경기장으로 활용하는 것은 아니다. 이스포츠에 관심이 많고 적극적으로 대회를 유치하는 PC방을 우선적으로 선정해 시범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참여한 PC방은 정부 공인 이스포츠 경기장으로서 다양한 정책지원이 이뤄진다.

 

 

지원 내용은 다양하게 검토되고 있다. 선수용 PC 주변기기 도입 지원, 이스포츠 종목사에 해당하는 게임사의 마케팅 지원, 정부의 금전적, 행정적 지원, 한국이스포츠협회의 대회 운영 지원, 지역사회(학교, 지역 이스포츠 기관 등) 연계 지원 등이 그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이스포츠협회는 PC방을 활용하는 방법에 있어 궁극적인 목표는 이스포츠 경기장으로 지정된 PC방을 찾는 시민들이 해당 PC방에서 끊임없이 이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존재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PC방 업주 입장에서는 경쟁력 강화, 고객의 입장에서는 이스포츠 문화 소비, 산업에서는 이스포츠의 생활체육화가 밑그림이다.

PC방의 체육시설화에 대한 전망은?
PC방이 문화시설에서 체육시설로 진화하면 다양한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 첫 번째 변화는 부정적인 이미지의 개선이다. 중고등학교에서의 이스포츠 클럽 활성화, 대학에서의 학과개설 및 교과목 지정 등이 동반되면 게임방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다.

 

   

 

두 번째 변화는 규제의 대상에서 진흥의 대상으로 변모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마련한 조건을 충족한 PC방 중 공인 이스포츠 경기장으로 거듭난 PC방은 게임방이라는 이미지를 벗는 효과를 보게 되고, 이는 진흥의 대상이 되는 정부의 인식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세 번째 변화는 규제완화다. 부정적인 이미지 개선, 진흥의 대상으로 거듭난 PC방은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과 이스포츠(전자스포츠)진흥에관한법률에서 모두 관리되는 시설로 거듭날 전망이며, PC방의 역할이 늘어남에 따라 정부와 기관의 지원 및 사실상의 규제완화 정책이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법률 개정에 이르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다만, 이 같은 긍정적인 전망은 당장 소수의 PC방에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스포츠협회는 공인 이스포츠 경기장으로 선정하는 기준을 마련 중이다. 해당 기준을 통과해야 정부의 지원정책을 받을 수 있다. 더 많은 PC방이 이스포츠의 기반 시설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마치며…
이스포츠 진흥 정책에서 PC방 활용 방안이 등장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지금까지 PC방 업종을 위한 이렇다 할 정부 지원정책이 없었다. 이 때문에 정부로부터 가장 천대받는 업종 중 하나가 PC방이라는 말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앞으로 이스포츠 진흥 정책이 시행되면 PC방 업주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 상당한 정책적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스포츠 산업이 아닌 PC방 산업에서도 긍정적이다. 콘텐츠 부족, 경쟁력 약화, 규제완화 등의 문제점을 개선하는데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이스포츠 진흥 정책에서 PC방 업계의 기회는 상실될 수 있다. PC방 업계가 이번에 발표된 이스포츠 진흥 정책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PC방 업주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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