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月刊 [아이러브PC방] 12월호(통권 289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14년 청마의 해가 어느덧 마지막 달에 도달했다. PC방 최대 이슈였던 전면금연화가 유예기간을 마치고 본격 시행된 해이기도 하며, 흡연 단속과 흡연 문제로 인한 갈등이 PC방 업계를 할퀸 해이기도 했다.

게임을 마약보다 더 위험하다고 소리 높인 정치인들과 가톨릭대 교수가 등장해 게임사들의 해외 이전이 시행 직전까지 치닫는 위기 상황까지도 연출된 바 있다. 이런 사회적 이슈 속에도 컴퓨팅 기술은 날로 발전해 새로운 제품들이 쏟아져 나왔고, 그 때마다 어김없이 PC방 시장을 노크했다. 2014년 동안 PC방 업계에 큰 변화가 보여졌던 흐름들을 살펴보았다.

 

   

GTX 980/970 발매, GTX 970 OC 모델의 PC방 도입 확대해
 최고의 이슈는 9월에 발매된 엔비디아 지포스 GTX 980/970이었다. 5월에 발매된 인텔의 하스웰 리프레시는 많은 이에게 저전력 고성능을 인정받았지만 막상 업그레이드로 이어지는데는 소극적이었다. 올해 3분기까지는 이렇다할 업그레이드 이슈가 없다보니 메인보드와 함께 교체해야 하는 CPU의 교체는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다. 하지만 맥스웰 아키텍처가 적용된 GTX 980/970는 이전 세대보다 월등해진 성능에도 불구하고 전력소비는 오히려 줄었다. 당장 겨울시장에 고사양 기대작이 오픈을 예고하고 있는 시기적 특수도 반영되어 발매 1개월만에 수십 곳이 넘는 PC방이 도입하는 등 반응이 뜨거웠다. 통상 가격 안정화가 이뤄지는 발매 후 2개월 정도까지는 PC방 도입이 적었던 과거를 돌이켜보면 상당한 반응이 아닐 수 없다.

 

특히 GTX 970 레퍼런스가 아닌 펙토리 오버클럭 모델들이 더 선호되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3년 만에 본격적인 업그레이드 이슈가 나타난 만큼 향후 3년을 바라보고 최고의 사양을 갖추겠다는 이유와 인근 폐업 PC방 자리에 신규 PC방이 들어서는 것에 대한 선제적 방어 효과를 갖기 위한 심리가 투영된 결과였다.

결과적으로 전 세대의 그래픽카드를 통틀어 발매와 동시에 상당한 도입이 시도된 첫 사례이자 70대 모델이 사랑받은 첫 사례로 기록되었다.

 

   

모니터 트렌드, 대형화 or 고성능화
지난해까지 PC방 모니터 트렌드는 대형화였다. 24형에서 27형으로 크기가 점차 커졌으며, 또 양산 모델이 없던 37~40형 모니터를 주문제작하는 등 대형 모니터에 대한 흐름은 확연했다.

 

하지만 올해에는 39형을 필두로 한 대형화 외에도 32~34형의 고급화가 새롭게 대두되었다. 일반 소비자 시장과는 달리 PC방은 책상 크기의 제약이 따를뿐더러 이로 인한 설치 좌석수 감소라는 결정적인 핸디캡이 뒤따랐다. 지금에야 얇은 베젤로 인해 39형 모니터도 양산형 책상 가운데 일부 큰 모델에는 배치가 되지만 주문 제작으로 생산하던 당시에는 결코 쉽지 않은 문제였다.

여기에 일부 고객이 32형을 초과하는 모니터에 대해 불편을 느끼기도 해 32형을 필두로 한 고급 모델이 인기를 얻게 됐다. 대형화 대신 고급화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고급화의 유형은 주사율을 기존 60H에서 120~144Hz로 높이거나 해상도를 FHD에서 QHD로 높인 형태다. LG의 경우 아예 16:9가 아닌 21:9의 파노라마 모니터를 선보였다. 이러한 모델들은 FPS나 영화처럼 보다 빠른 반응속도와 높음 프레임 재생률을 요구하는 분야의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SSD의 성능 향상과 가격인하
SSD 기술 발전이 멈출 듯 멈춰지지 않고 있다. 낸드 플래시의 가격이 낮아지고, 중국발 저가 제품의 공세가 시작되면서 SSD 가격은 제2의 치킨레이스를 시작했다. 120/128GB 모델 가운데는 6만 원 초반대 제품이, 240/256GB 모델 역시 10만 원 초반대 제품이 판매중이다. 이제 GB당 가격이 HDD의 10배 이내로 들어온 터라 사실상 전좌석 SSD 시대가 성큼 다가왔음을 실감케 하고 있다.

 

특히 성능은 대기업 제품과 중소기업 제품의 차이가 사실상 5% 미만으로 좁혀졌으며, 저가 제품 조차 읽기 속도가 7,200rpm HDD의 5배에 근접할 정도로 상향평준화가 이뤄졌다.

다만, 캐싱을 활용한 신기술은 꾸준히 발전, 접목되고 있다. 기존 1GB 이내 데이터에만 적용이 가능했던 것이 이제는 5GB의 데이터에도 적용될 수 있을 만큼 발전되었고, 실제 기록대신 가상화를 통해 속도와 수명을 연장하는 기술도 등장한 상태다.

주목할 점은 M.2 규격의 제품이 정식 출시되었다는 점이다. SATA3가 6Gb/s인데 반해 M.2는 10Gb/s라 월등히 빠른 반면, 120/128GB 제품은 8~9만 원대, 240/256GB 모델은 13~16만 원대에 출시되어 높은 가성비를 갖췄다. 한동안 SSD의 가격 하향평준화와 성능 상향평준화는 계속될 전망이다.

 

   

하드웨어 시장 ‘큰 손’ 된 PC방
PC방 업계 외적인 이슈로 인해 PC방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확산으로 인해 전세계 PC 출하량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으며, 외장 그래픽카드 출하량은 더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인텔 CPU의 내장 그래픽 발전으로 사무용 PC에서 저가형 그래픽카드가 사라지기 시작했고, 아예 중저가 그래픽카드 시장은 AMD의 APU로 인해 크게 위축됐다. 당연히 고가의 그래픽카드 시장 역시 감소세를 피할 수 없었다.

 

이런 외적인 시장 감소세에 반해 PC방 업계의 전체 PC수는 약 110만 대로 대동소이하게 유지되고 있어 PC방 PC, 그래픽카드 시장의 비중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그래픽카드 분야의 경우 지난 2분기 출하량이 1,150만 개(JPR 자료 기준)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 PC방이 8% 이상 차지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GTX 760의 가격인하,  PC방 주력 모델 등극
GTX 900시리즈의 발매가 의외로 바로 전 세대의 중보급형인 GTX 760의 흥행으로 이어졌다. 엔비디아가 GTX 980/970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GTX 960/950의 발매마저 늦춰지자 대응카드로 꺼내든 것이 GTX 760이었다.

 

GTX 900 시리즈의 등장으로 낮아진 가성비를 보정하기 위해 공식 가격을 최대 30달러까지 낮추는 한편, 현지 유통사들이 개별 프로모션을 기획하는 등 판촉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결국 올겨울 성수기 대비 PC방 PC 업그레이드의 그래픽카드 부문은 GTX 760이 주력으로 떠올랐다. 실제 GTX 760은 GTX 980/970이 발매된 9월을 기점으로 가격이 3만 원 전후 인하되었으며, 장패드가 1대 1로 지급되거나 종이컵, 현수막이 지원되는 등 PC방으로서는 도입하기 최적의 여건이 갖춰졌다.

성능, 가격, 가성비, 이벤트 등을 고루 살펴보면 올겨울이 끝나는 시점까지 GTX 760의 흥행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스웰 리프레시 발매, 인텔 코어프로세서 i5-4690
인텔에서 하스웰의 개선판인 하스웰 리프레시를 선보였다. PC방에 적합한 모델인 인텔 코어프로세서 i5-4690은 이전 모델인 i5-4670 대비 작동속도가 100MHz 향상됐다. 전력소비는 린필드나 샌디브릿지 대비 11W 낮아 저전력 고성능이라는 수식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성능이 4% 가량 향상된 데에 기인한 유휴 성능으로 인해 실제 전력소비는 11~15W가량 낮은 것으로 측정되기도 했다.

 

 

이러한 저전력 고성능에도 불구하고 올해 3분기까지는 이렇다할 업그레이드 이슈가 없다보니 메인보드와 함께 교체해야 하는 CPU의 교체는 그리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오히려 고사양 기대작의 오픈이 예고되어 있는 겨울 시장을 대비한 업그레이드에서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당장 <검은사막>, <블레스>, <문명온라인> 등은 i5 계열 CPU 가운데 린필드와 샌디브릿지로는 원활한 구동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스웰 리프레시는 이슈는 발매 시점에, 판매는 6개월이 지난 시점에 활발해진 형태가 되었다.

 

   

저전력·소형화 트렌드
올해 출시된 PC 주요 부품을 살펴보면 핵심 키워드는 성능 향상을 기본으로 저전력과 소형화로 축약된다. 하스웰 리프레시, 맥스웰 아키텍처의 GTX 980/970과 GTX 750 Ti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특히 그래픽카드들은 저전력화 덕에 방열판과 쿨러 크기를 줄일 수 있게 되었고, GTX 750 Ti의 경우 OC 모델이 LP타입으로 출시되기도 했고, GTX 970이 ITX 슬림 규격으로 출시되기에 이르렀다.

이런 흐름이 반영되어 케이스 역시 소형화되었다. PC방 업계의 불황으로 인해 PC방용 케이스 신제품은 크게 줄었으나, 선보여진 신제품들은 이전 제품들 대비 크기가 작아졌다. PC방 케이스 전문 업체 가운데는 아예 미니타워 제품을 출시해 소형화 흐름을 여실히 보여줬다.

한편, CPU와 그래픽카드의 저전력화와 노하드 솔루션의 보급으로 인해 파워서플라이 역시 출력이 하향되고 있다. 과거 600~650W 제품이 주를 이루었던데 반해 올 한해는 400~550W 제품이 주전 자리를 꿰찼다. PC 주요 부품의 저전력화가 가져온 변화다.

 

   

고성능 게이밍기어 확대
지난해는 게이밍 키보드 20만 대 공급 돌파가 이슈가 됐다. 이전에 저가형 키보드가 주류를 이뤘던 반면 3만 원 전후의 게이밍 키보드가 대량으로 공급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었는데, 이는 전면금연화와 PC업그레이드 지연이 낳은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해에 이어 이러한 원포인트 업그레이드 경향이 더욱 짙어졌고, 5만 원대를 넘어서는 게이밍 키보드가 10만 대 가까이 공급되는 한편, 10만 원 전후의 기계식 키보드 조차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원포인트 업그레이드에 따른 체감적 경쟁력 확보라는 측면이 주요했지만, 방수기능이 없는 기계식 키보드의 도입은 전면금연화의 부산물로 해석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PC방 공간의 절반까지는 흡연 구역으로 운영할 수 있었던 만큼 담뱃불에 의한 훼손이 빈번해 고가의 키보드를 도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올해 1월 1일부터 PC방이 본격적으로 전면금연화를 받아들이면서 담뱃불에 의한 훼손이 사라져 고가의 키보드를 도입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이는 마우스에도 적용되는 얘기다. 마우스 유통사들은 지난해 PC방에 많이 공급된 모델들의 가격대와 유사한 제품을 올해의 전략 모델로 내세웠지만, 현실은 달랐다. 1만 원 후반대에서 2만 원 중반대 사이의 주력 모델의 자리를 3~5만 원대 제품들이 꿰찬 것이다.

고가의 게이밍 기기의 확산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복잡하다. 주변기기마저 출혈경쟁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가 하면, 이를 토대로 가정 내 PC와 더욱 차별화해 요금현실화의 계기로 삼자는 긍정적인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2014년을 돌아보며
올 한해를 돌아보면 PC방 업계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었지만, 역으로 PC방의 입지는 더욱 커지는 형세였다. 올겨울에는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제품 구매를 이끌어나가는 한편, 이를 토대로 요금 현실화를 이뤄내는 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저작권자 © 아이러브PC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