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月刊 [아이러브PC방] 11월호(통권 288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1996년 PC방의 시초라 할 수 있는 넷카페가 등장한 이래 잠깐의 부흥기를 거친 PC방은 최근까지 꾸준하게 영업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2006년, PC방 수가 25,000개로 정점을 찍었으나 요금과 매출 현황 등을 들여다보면 이전만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PC방 IP 판매(VPN) 문제가 게임산업과 PC방 영업환경을 은밀하게 유린했지만 2012년부터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등 대형 게임사가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사실상 그 위력을 잃었다. 적어도 이제 PC방 점유율 20위권 내 게임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우니 PC방의 영업환경을 해할 가능성은 그나마 줄어든 것이다.

안도의 한숨도 잠시일 뿐. 한동안 잠잠했던 유료게임 중복실행 문제가 최근 심각한 상황까지 이르렀다. 이번에는 과거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더욱 정교해진 해킹툴이 급속도로, 그것도 매우 은밀하게 퍼져나가고 있다. 초중고생 사이에서 게임 여러 개를 동시에 실행시키는 성공 비법이 인기리에 회자될 정도다. 더욱이 청소년이라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수법은 더욱 대담해지고 있다.

청소년들이 죄의식 없이 PC방 이벤트에 참여하면서도 다른 여러 게임에서 동시에 PC방 프리미엄 혜택을 받으려는 행위를 계획적으로 공모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게임 중복실행 문제는 영업방해이자 해킹에 해당되며, 원론적으로 PC방 업주의 재산권 침해 혹은 절도에 해당될 소지가 다분하다. PC방 프리미엄 혜택은 기본적으로 업주가 포인트 등을 사전 결제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유가증권의 성격을 갖기 때문이다.

VPN의 경우 매출 감소의 문제였으나 게임 중복실행은 지출이 늘어나 상대적으로 더 심각한 문제다. 사회 전반에 걸친 경기침체와 PC방 전면금연화 그리고 신작 기근으로 고객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지출이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인 것이다.

미디어웹(피카), 엔미디어플랫폼(게토), 리더스소프트(멀티샵) 등 PC방 관리프로그램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근본적인 차단은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해킹툴을 차단목록에 추가하고 가상 데스크톱 프로그램 등을 차단해도 머지않아 새로운 버전으로 관리프로그램의 해당 기능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말 그대로 창과 방패의 공격과 방어가 번갈아가며 이뤄지고 있지만 항상 창이 먼저 방패를 뚫는 것이 이치다.

이러한 악재에 대한 PC방 업계의 대응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될 것이다.

첫째는 PC방 관리프로그램 업체들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과 해당 기능의 구동 차단 등을 연구해 적용해나가야 한다. 물론 또 다른 해킹툴과 새로운 기법이 나타나겠지만, 적어도 그 주기는 길어질 것이고 확산 정도도 크게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관리프로그램 업체의 지속적인 관심과 대응이 필요하다.

둘째는 PC방 업계의 고질적인 병폐의 근절이자 생존권 확보 차원의 문제인데, 바로 요금 현실화다. PC방 업종이 태동한 1996~1997년경에는 1시간당 이용요금이 2,000~3,000원 이었다. 20년 가까이 지난 현재, 물가는 두 배 이상 뛰어 올랐지만 PC방 평균 이용요금은 3분의 1토막으로 줄어들었다. 어떤 서비스 업종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사례다.

결국 점점 다양해지고 치밀해지는 해킹툴과 기법에 의해 지출이 늘어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면 요금 현실화를 통해 늘어난 지출을 극복하는 방법밖에 없다. 손님이 PC에 앉아 게임을 두 개 또는 세 개를 실행해도 손해 보지 않는 요금제를 만들면 되는 것이다.

다양한 먹거리나 숍인숍 등은 훌륭한 부가수입원이 될 수 있으나, 결코 주 수입원이 되어서는 안 된다. PC방은 어디까지나 PC 임대사업자이므로 그 본래의 역할에 충실할 때 비로써 바로설 수 있는 기반을 갖게 된다.

보다 나은 영업환경을 만들어나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경제적 체력 확보가 선행되어야 한다. 지금 이 순간 기억해야 할 것은 “가장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라는 유명한 격언과 ‘요금 현실화’라는 전략이다. 그 외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 알려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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