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月刊 [아이러브PC방] 10월호(통권 287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난 9월 15일, <파이널판타지14>의 국내 서비스 소식이 알려지면서 게임업계가 일제히 술렁였다. 일본식 RPG가 예전만큼의 인기를 구가하지 못하고 있다지만 ‘파이널판타지’라는 IP가 갖는 무게감이 남다르고, <파이널판타지14>는 출시 직후 혹평이 쏟아졌지만 리뉴얼을 단행해 이제야 본궤도에 오른 만큼 기대감이 없을 순 없었다.

 

흥행 청신호, 해외에서 먼저
<파이널판타지14>는 ‘파이널판타지’ 시리즈의 최신작이자 온라인게임으로, 지난해 글로벌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PC 외에 콘솔 기기 역시 지원하며, 각 기기로 플레이하는 유저들은 플랫폼 구분 없이 같은 환경의 서버에서 플레이할 수 있다.

또한 한국과 게임시장의 성격이 유사한 중국에서도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다. 샨다게임즈를 통해 지난 8월 25일부터 <최종환상>이란 타이틀로 정식 서비스를 시작해 동시 접속자 34만 4천 명을 유지하며 현재까지 순항 중이다.

 

   

 

특히 플레이 시간에 따라 비용이 차감되는 ‘정량제’ 방식으로 서비스되고 있으며, 이는 부분유료화의 확산으로 인해 ‘온라인게임은 무료 게임’라는 인식이 팽배해진 중국 시장에서 거둔 성공이라는 점에서 고무적 결과다.

일본 RPG를 대표하는 파판
‘파이널판타지’ 시리즈는 지난 1987년 발매된 <파이널판타지>를 시작으로, 독자적인 세계관 아래 완성도 높은 작품이 지속적으로 출시되었다. 지금까지 1억 1천만 장 이상의 패키지가 판매될 정도로 꾸준히 게이머들에게 사랑받은 JRPG 대표 IP다.

 

   


패미컴과 ‘드래곤퀘스트’가 시대를 풍미하던 당시, ‘파이널판타지’는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온 무수한 RPG 중 하나로 취급되었다. 그러나 ‘파이널판타지’는 자신만의 고유한 매력과 특징을 갖추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고, 결국 ‘드래곤퀘스트’를 뛰어넘는 판매량을 기록할 정도로 게이머들의 사랑을 받게 됐다.

 

이러한 성공의 비결은 크게 그래픽과 스토리로 압축된다. ‘파이널판타지’는 후발주자답게 첫 작품부터 출중한 그래픽 퀄리티를 자랑했다. 이는 이미 시장에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던 ‘드래곤퀘스트’를 극복하는 열쇠였고, 이러한 기조는 후속작에서도 계속 이어져 ‘파이널판타지’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았다.

한편, 스토리 또한 ‘파이널판타지’의 강점이다. WRPG는 플레이어에게 자유도를 선사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고 덕분에 몰입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전달하는데 약했다. 반면 ‘파이널판타지’는 감동이 있는 이야기를 뼈대로 해서 직선적인 게임 진행을 선보였고, 이런 특징은 게이머들의 호응으로 나타났다.

메인 스토리를 중심으로 하는 직선적 게임 진행은 ‘파이널판타지’를 포함한 모든 JRPG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파이널판타지’는 전세계 어디서나 통할 수 있는 판타지 위에 보편적인 테마를 더해 장대한 서사시를 써내려갔다. 이는 여타 JRPG들이 일본 특유의 색깔이 짙어 자국 내에서만 흥행하는 것과 달리 ‘파이널판타지’가 세계적 팬층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회심의 일격, 첫타에 치명타 뜨랴?
<파이널판타지14>는 ‘파이널판타지’ 시리즈의  두 번째 온라인게임이다.  첫 번째 온라인게임이었던 <파이널판타지11>은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이해도 및 역량 부족을 실감해야 했다.

지나치게 글로벌 서버에 집중하고 온라인게임 특유의 운영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당시 경쟁작들과 견줄만한 게임성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버그와 지속성이 없는 콘텐츠로 인한 콘텐츠 고갈, 소극적 업데이트, 로컬 서비스 부재 등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로 이어졌다.

쓴맛을 본 ‘파이널판타지’는 12~13편을 통해 콘솔 플랫폼으로 회귀하는 듯 했지만 14편을 통해 다시 한 번 MMORPG에 도전장을 던졌다. 하지만 결과는 도전하는 모습만큼 멋있지 않았고 ‘파이널판타지’ 시리즈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

이에 스퀘어에닉스는 <파이널판타지14>의 리부트를 확정하고, 2년 동안 전면 수정작업에 착수했다. 신임 디렉터 영입, 콘텐츠 및 시스템을 보강한 <파이널판타지14>는 지난 2012년 다시 세상에 나왔고, ‘렐름 리본’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완전히 새롭게 태어난 ‘파판 왕국’을 보여주고 있다.

리부트 출시 소식에 ‘파이널판타지’라는 시리즈 자체에 대한 회의감을 나타내는 분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고배를 두 번이나 마신 스퀘어에닉스는 예전의 온라인게임 초짜가 아니었다. 지적된 문제점들을 확실히 바로잡은 현재 <파이널판타지14>는 일본, 북미, 유럽에서 250만 명의 유저가 계정을 생성하는 등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으며, 최고 동시 접속자는 70만 명을 돌파하는 등 흥행 가능성 검증을 마쳤다.

PC방 안에서 <파판14>의 모습은?
PC방을 찾아오는 게이머들의 연령층은 주로 10~20대고, 이들이 <파이널판타지14>에 열광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C방 업계가 <파이널판타지14>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30~40대 게이머 때문이다.

‘파이널판타지’ 시리즈의 전성기인 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낸 게임키드들은 현재 30~40대로 성장했고, 전면금연화 이후 PC방에서 급감한 경제력을 갖춘 30~40대 고객층과 오롯이 겹친다.

일각에서는 30~40대 게이머와 금연 구역인 PC방은 이제 완전히 분리되어 버렸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으나, <디아블로3>의 확장팩 ‘영혼을 거두는 자’가 숨어있던 아저씨 게이머들을 다시 PC방으로 불러들인 전례를 감안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때문에 아저씨 게이머들은 자신들의 추억과 감성을 자극할 게임이 시장에 출시된다면 언제라도 PC방을 찾을 것으로 해석된다.

비록 <파이널판타지14>의 한국 서비스와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들은 거의 공개되지 않았지만  국내 퍼블리셔인 액토즈소프트는 10월 내에 기자간담회를 열고 플랫폼을 비롯한 세부적인 사항을 공개할 예정인 만큼 <파이널판타지14>의 PC방 흥행을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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