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月刊 [아이러브PC방] 10월호(통권 287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점점 고성능화되는 CPU, 가용할 게임이 없다?
<리그오브레전드>가 압도적인 수치로 PC방 점유율 1위를 차지한 이래 PC방은 업그레이드 압박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졌다. 신규 창업의 경우를 제외하면 사실상 업그레이드 자체가 없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극단적으로 감소했다. 대신 주변기기 및 모니터 등 고객이 직접 보고 체감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유행은 돌고 돈다고 했던가. 최근에는 다시금 업그레이드 이슈가 급격하게 수면 위로 떠올랐다.

 

돌고도는 유행, 원포인트 업그레이드 다음은?
CPU의 발전 속도가 빨라 온라인게임을 주요 콘텐츠로 활용하고 있는 PC방에서는 CPU에 대한 원포인트 업그레이드 비중은 낮은 편이었다. 무엇보다 2세대 이상 차이가 날 경우 메인보드까지 함께 교체해야 하며, 이 경우 윈도우 라이선스 문제까지 야기될 소지가 있기에 <리그오브레전드>에 대한 집중은 더욱 공고해졌다.

사실 다양한 컨셉이 시도되고 고유한 유저풀을 갖고 있는 PC 패키지게임은 플래그쉽 성격이 짙은 고사양 게임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당장 <배틀필드4>, <크라이시스3>, <와치독스>, <스카이림> 등은 발매 당시 최고 사양의 PC를 요구하는 작품이었으며, 현재도 서비스 중인 온라인게임들보다 월등히 높은 PC 사양을 요구하고 있다. <툼레이더 리부트>와 같은 경우에는 트레셔FX 등 특정 기술에 특화된 면모를 보이는 등 PC 사양에 민감한 개발 트렌드를 보이고 있다.

과거의 온라인게임, 대중화 위해 저사양 유행
온라인게임은 온라인이라는 대중성과 부분유료화라는 유저풀 확대가 결합되면서 저사양화가 필수가 되었다. PC방에서는 업그레이드 이슈가 없어진다는 잇점도 있지만 반대로 가정의 PC와 차별화가 사라진다는 단점도 있어 양날의 칼이다.

결국 CPU의 빠른 발전 속도는 PC방에게 잉여 리소스로 인식되었고 실제 거의 대부분의 온라인게임은 대중적 확산과 개발 편의 차원에서 듀얼코어에 최적화되도록 개발했고, 결국 듀얼코어에서 많아도 트리플코어면 필요충족분을 만족시켰다.

시대에 따라 게임과 함께 변화해온 PC 사양
이러한 CPU의 잉여 리소스는 곧 한계에 달했다. 2011년 6월에 론칭한 <블레이드앤소울>과 2012년 1월에 론칭한 <아키에이지> 등이 PC패키지 게임에 준하는 PC 사양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온라인게임 고사양화에는 캐주얼은 모바일로, 온라인은 대작으로 양분화되는 추세도 한몫 했다.

 

 

돌아보면 온라인게임 시장에서도  PC의 고사양화를 견인하거나 적어도 업그레이드 이슈를 불러온 게임은 꾸준히 있긴 했다. 2007년에는 <아바>가 Core 2 듀얼코어 시대를 견인했고, 2008년에는 <아이온>이 쿼드코어의 필요성을 각인시키며 이듬해 발매된 쿼드코어의 대명사격인 린필드 i5의 PC방 정착을 이끌었다. 이후 <테라>와 <블레이드앤소울> 그리고 <아키에이지>는 샌디브릿지와 아이비브릿지로의 업그레이드 소요를 제기했다.

속속 공개되는 기대작들의 높은 요구 사양
2014년 기대작으로 주목을 받던 MMORPG 가운데 먼저 파이널테스트로 론칭 직전에 도달한 <검은사막>이 막대한 고사양을 요구하면서 또다시 업그레이드 이슈를 화두로 끄집어냈다. 체험 PC방을 통해 PC방 업계에도 사실상 공개가 된 <검은사막>은 i5-2500 샌디브릿지와 4GB 메모리 그리고 GTX 560으로 구동이 쉽지 않다. 한적한 곳에서 솔로잉 플레이는 문제없지만 유저가 밀집하는 곳 등에서는 프레임이 급격하게 감소하는 상황이다.

 

 

현재 다양한 환경에서 원활한 프레임이 유지되는 사양은 인텔 4세대 코어프로세서 i5-4690 하스웰 리프레시, 8GB 메모리, GTX 660 정도다. 좀 더 최적화가 이뤄지고 서버가 확충된다면 다소 사양이 하향되겠지만, 신규 콘텐츠가 업데이트될 때마다 사양이 소폭 상향되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원활한 프레임이 유지되는 사양이 곧 서비스 1년 뒤까지 포용할 수 있는 사양으로 보는 것이 맞다.

<검은사막>에 이어 1분기 정도 뒤에 오픈될 것으로 예상되는 <블레스> 역시 만만찮은 사양을 요구하고 있다. 1차 비공개시범서비스 당시 인텔 4세대 코어프로세서 i5-4670, 4GB 메모리, GTX 660에서 초당 평균 43프레임으로 측정된 바 있다. 반면, i5-750, 4GB 메모리, GTX 460으로는 초당 평균 21.8프레임에 불과해 사실상 원활한 플레이가 불가능했다.

결국 최적화가 이뤄진다고 해도 하스웰 리프레시나 아이비브릿지 급의 CPU와 GTX 750 Ti 급의 그래픽카드가 필요한 셈이다.

 

 

올해 지스타2014에서 선보여질 엔씨소프트의 기대작 <리니지이터널> 역시 만만찮은 사양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스타2011에서 공개한 프로모션 영상만 보더라도 최소 <블레이드앤소울> 이상의 사양이 필요해 보인다.

싱글 던전 플레이시에는 얼핏 <디아블로3>에 준하는 사양으로 보여지나 대규모 전장에서는 수백에서 수천의 캐릭터가 맞붙는데다가, 그 속에서 캐릭터의 활동에 따른 전황 변화를 실시간으로 나타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연산력과 메모리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라면 그래픽 옵션을 낮추는 것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며, 개인 PC가 아닌 영업용 PC라는 차원에서 적절한 대책이 될 수 없다.

고인 물은 썩는 법, 차별화와 강력한 콘텐츠 없이는 도태된다
결국 시장의 흐름에 따라 3년 가까이 PC 사양은 필요충족분을 과잉초과한 상황이 유지되면서 업그레이드 이슈는 없었다. 하지만 올 겨울시장을 노리고 있는 대작 온라인게임들이 최소 아이비브릿지급 CPU와 GTX 750 Ti급 그래픽카드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하스웰과 최대 64%의 성능차이를 보이는 린필드로는 더 이상 원활한 영업이 어려울 것이 자명한 상황이다. 특히 업그레이드가 정체된 지난 3년은 가정용 PC와의 차별화마저 퇴색되는 결과로 이어져 PC방에 대한 매리트가 옅어지고 있다.

혹자는 압도적인 점유율의 <리그오브레전드>에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견해를 내놓기도 하는데, <리그오브레전드>와 고사양 MMORPG 유저층은 엄연히 다르다. 연령대도, 이용시간대도 다르다. <리그오브레전드>가 청소년을 비롯한 젊은 고객층을 저녁시간에 집객시키는데 주요하다면, 고사양 MMORPG는 야간과 새벽 시간에 성인 고객층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고객이 감소하고 가동률이 낮아져 매출이 점차 줄어드는 요즘, 성인 고객층과 야간 영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정체되었던 PC 업그레이드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할 때이다.

저작권자 © 아이러브PC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