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月刊 [아이러브PC방] 9월호(통권 286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쿼드코어와 높은 IPC 요구하는 고사양 기대작

 

한국 게임시장이 캐주얼을 필두로 한 모바일게임과 이와 분리되기 위해 고사양화되는 온라인게임으로 양분화되었다는 사실은 이제는 새로울 것도 없다. 실제 최근 시범서비스를 진행하는 게임들과 공개를 앞두고 있는 게임들은 하나같이 고사양 게임들로 만들어지고 있다. 일부 게임은 고사양까지는 아니지만 64비트 OS의 메모리 어드레싱을 활용한다든지 멀티코어를 활용하는 정도가 향상되었다든지 하는 기술적 측면의 발전은 분명히 보여지고 있어 그 발전상은 명확하다.

리테일 시장에서는 여전히 듀얼코어 CPU가 쿼드코어 CPU보다 더 많은 판매량을 보이고 있지만, PC방 시장에서는 인텔 코어프로세서 1세대 린필드 제품군이 등장한 2009년부터 쿼드코어로 전면 전환되어 있어 사실상 쿼드코어만이 공급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전부터 운영되던 듀얼코어 PC가 여전히 남아있는 경우는 있지만 그 점유율은 불과 10% 남짓에 불과하며, 이 마저도 점차 줄어들고 있어 명실상부 쿼드코어 천하라 할 수 있다.

사실 게임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멀티코어 대응은 이제는 당연할 정도로 광범위하게 적용되어 있다. 다만 이런 흐름은 PC 패키지 게임 위주이고, 온라인게임은 극히 드물다보니 온라인게임 위주로 시장이 형성되어온 한국에서는 멀티코어 게임이 익숙치 않을 뿐이다.

이러한 차이점은 유료 구매자를 대상으로 하는 PC 패키지 게임의 수익 모델과 비구매자의 접근도 유치해야하는 부분유료화 모델 기반의 온라인게임이 갖는 성격이 다르다는데 기인하고 있다.

지불 의사와 여력이 되는 대상을 목표했기에 그만큼의 시각적 혹은 기능적 가치를 준비해야 하고, 발매 시점에 이미 모든 것이 완성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 PC 패키지 게임의 태생적 특징이다. 특히 수익모델의 지속성이라는 개념이 없는 만큼 발매 시점에 플래그쉽의 성격을 갖는 것이 상당한 의미가 있기 때문에 멀티코어나 64비트 체계에 대한 도입이 유독 빨랐다.

하지만 부분유료화가 거의 대부분인 온라인게임 시장의 트렌드는 반대다. 구매자와 비구매자가 혼재되어 있으며, 대상 집중화보다는 저변확대가 중요하다. 온라인게임은 PC 패키지 게임과 달리 장기적으로 결제를 유도할 수 있는 수익모델을 갖고 있으며, 대중성을 비롯해 인게임 시장경제를 지탱해주는 역할을 하는 비구매자가 필요한 만큼 플래그쉽보다는 진입장벽을 낮추는데 초점이 맞춰지곤 한다. 사양을 낮추든, 튜토리얼을 강화하든, 연예인 마케팅을 하든 말이다. 당연히 게임은 낮은 진입장벽에 발맞춰 저사양 PC를 기준해 만들어지기 마련이었고, 결국 듀얼코어 대응에 최적화되어 개발되곤 했다. 백신 프로그램이나 관리프로그램 등을 고려하더라도 듀얼코어 혹은 트리플코어 CPU면 충분했던 셈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온라인게임의 불문율과 같던 이러한 트랜드에 변화가 생겼다. 모바일게임의 확산에 따라 캐주얼 게임 유저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시간점유이론에 충실하듯 유저들이 모바일게임에 시간을 투자하는 만큼 온라인게임은 상대적으로 이용시간이 줄어들었고, 이는 온라인게임의 수익모델을 구매자에 좀 더 초점을 맞추는 형태로 이어지도록 하는 단초가 되었다.

실제 최근 론칭했거나 공개를 앞둔 게임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고사양 게임이다. <에오스>는 저사양도 잘 지원하지만 고사양 PC에서 더욱 빛을 발하고, 아예 <이카루스>는 저사양 PC에서는 많은 것을 포기해야만 했다. 하반기에 오픈할 <검은사막>과 <블레스> 그리고 내년을 목표하고 있는 <애스커> 등은 역대 최고 사양을 요구하고 있어 이제는 듀얼코어나 낮은 IPC 성능의 CPU는 아예 대응이 어려운 수준이다.

이전에도 고사양 온라인게임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시기적으로 모바일게임의 확산에 따른 고사양화 트랜드가 접목되던 시점만 놓고 본다면 <블레이드앤소울>과 <아키에이지>를 시초로 봐도 무방할 듯하다. 본격적으로 쿼드코어 이상 멀티코어에 대응하는 시기에 접어든 것이다. 사실 다차원적인 게임시스템과 늘어나는 환경값을 보다 빠르고 다양하게 구현하기 위해서는 멀티쓰레드로 떼우기 보다는 제대로 된 멀티코어가 대응되는 것이 좋다.

 

   

 

당장 <블레이드앤소울>과 <아키에이지>만 해도 당대 최고 요구사양을 자랑하는 고사양 게임이었고, 지금도 CPU와 그래픽카드의 게이밍 성능 테스트의 지표로 활용되고 있을 정도다. <블레이드앤소울> 듀얼코어와 쿼드코어에서의 체감 성능 차이가 나타나며, 64비트 체계가 아니면 사실상 정상적인 플레이가 불가능하도록 고사양화되었다. <아키에이지>는 32비트 체계에서도 어느 정도 정상적인 플레이가 보장되기는 하지만 64비트 체계 기반에서의 성능 차이가 분명하며, <블레이드앤소울> 보다 멀티코어에 더욱 잘 대응했다.

<블레이드앤소울>과 <아키에이지>의 경우, 인텔 코어프로세서 i5-750 기준으로 각 코어의 점유율은 솔로잉에서 80%에 육박하며, 파티플레이시 풀로드로도 역부족인 모습을 보인다. 인텔 코어프로세서 i5-4690 기준으로는 솔로잉에서 48% 전후, 파티플레이시 70%에 근접하는 점유율을 보인다. 결국 아이비브릿지나 하스웰 계열 쿼드코어를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고사양화는 <검은사막>, <블레스>, <애스커> 등도 이어받고 있다. <검은사막>과 <블레스>는 아예 32비트 체계가 정상 지원되지 않으며, 1, 2차 비공개시범서비스 당시 하스웰 CPU인 i5-4670의 점유율은 60%를 넘나들었다. 본격적인 PvE 콘텐츠 등이 공개된다면 80%를 초과할 것은 기정사실인 셈이기에 하스웰이나 하스웰리프레시가 아니면 사실상 대응이 어렵다고 봐야한다.

온라인게임의 고사양화, 그 주축인 멀티코어 대응과 64비트 체계는 이제 현실이 되었다. 모바일게임의 확산으로 더 이상 넓은 저변이 담보되지 않는 한국 게임시장에서 온라인게임은 고사양화라는 특화가 활로로 지목된 이상, 앞으로 더욱 고사양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마치 PC 패키지 게임처럼 말이다.

온라인게임 유저가 줄었다고는 하나 없어진 것은 아니며, PC방 고객이 줄었다고는 하나 이벤트 하나에 다시금 돌아오는 것도 확인되었다. 할 게임이 없다는 푸념이 오래되었지만, 올 하반기에는 기대작들이 대거 포진되어 있다. 다만 이 기대작들의 대부분이 게임사의 생존을 위해 고사양을 내세우며 데뷔만을 기다리고 있다. 멀티코어에 본격적으로 대응하는 온라인게임들이 기존과 다른 게임환경을 구축해 나가는 모습이 자못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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