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月刊 [아이러브PC방] 9월호(통권 286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역대 이런 성수기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올여름 성수기는 얕고 짧게 지나쳐갔다. PC방 업계가 가장 흥했던 때로부터 불과 몇년 흐르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징검다리 연휴 등 각 학교의 재량휴업일이 많아진 탓에 올해 여름방학은 유독 짧았다. 당연히 자영업자들이 느끼는 여름 성수기 기간 또한 짧아진 것이다. 속된 말로 시작된 줄도 몰랐는데 끝난 꼴이다.

여름 성수기가 유야무야된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설상가상으로 올해는 PC방 전면금연의 피해가 고스란히 반영된 터라 더욱 성수기 효과가 미미했다.

소상공인 중 열에 여섯은 전면금연화로 인한 매출 감소를 체감하고 있다고 하니 이러한 어려움이 어디 PC방만의 얘기겠는가. 고객 감소에 매출 하락뿐만 아니라 업종 내, 상권 내 반목마저 깊어져 상생의 기틀마저 흔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PC방의 대형화 추세 역시 PC방 업계의 상생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큰 자본과 작은 자본이 함께 공생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는데도 승자승 원칙에 따라 상권 내 경쟁이 치열해지고만 있다. 경쟁자가 대형이면 이러한 경쟁은 십중팔구 치열한 과정을 거쳐 치명적인 결과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대형화 자체가 기술적 발전과 산업적 확대 차원의 성과도 있다곤 하지만 다양성이 사라진다는 측면과 필요 이상의 과도한 경쟁에 의해 업종 내 종사자 수를 감소시킨다는 점은 업종의 퇴보를 의미한다.

흥진비래도 이런 흥진비래가 없다. 마치 사양 업종의 전철을 밟고 있는 듯하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아직 여지는 충분하다는 것이다. 어떻게 활용하고 어떻게 대응할지에 따라서 얼마든지 활로를 개척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PC방은 기나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는 얘기다.

지분투자 방식 PC방이 새로운 대형화의 예고로 보는 시선도 있지만, 폐업 직전의 PC방에게는 재활의 기회를 만들어주기도 하고 뜻이 맞는 종사자들 간의 협업을 늘려나가는 단초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폐업을 고민하던 PC방이 지분투자 형태로 전환한 사례가 다수 있다. 기존 업주는 폐업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피할 수 있었기에 재기의 기회를 얻은 셈이다.

뿐만 아니라 특정 상권모임에서는 친분이 두터워지자 기존 PC방 외에 지분투자 방식의 PC방을 새로 개업해 노하우와 친분을 더욱 견고히 하고 있다. 물론 이익 창출이 커졌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이점이다.

물론 지분투자 PC방이 상권 내 화합을 저해하거나 출혈경쟁의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 경쟁력 있는 구조가 역으로 위험한 칼날이 되는 순간이다. 강력한 경쟁력의 지분투자 PC방은 더 강력한 경쟁력의 지분투자 PC방을 자석처럼 끌어당긴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결국 상권 내 활발한 교류가 이 지분투자 PC방에게도 생존의 해법임에는 변함이 없는 셈이다.

먹거리나 숍인숍 등에 대한 견해도 양분화 되기는 마찬가지다. 어느새 먹거리는 PC방의 부가수입원으로 자리매김을 했다. 따지고 보면 먹거리 때문에 PC방 요금이 출혈경쟁으로 치닫게 된 형세도 있다. 물론 먹거리가 출혈경쟁의 원인은 아니지만 먹거리라는 부가수입원이 있기에 PC방 요금 자체를 원가에 가깝게 하향할 수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PC방은 PC를 대여하는 사업장이지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니라며 그럴 바에는 차라리 음식점을 차리지 왜 PC방으로 창업했냐고 반문하곤 한다. 일견 타당한 얘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거리는 여전히 PC방에 주요한 부가수입원임에는 틀림없다. 고객 입장에서 아무것도 안 먹고 놀기만 하라고 하면 그 또한 설득력이 부족하기는 매한가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먹거리를 다변화하는 것이 뭔가 어패가 있어 보이더라도 시도해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소비자가 그것을 원하고 있고 또 이미 트렌드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실 PC방에서 취급할 수 있는 간편식 종류만 해도 수십, 수백 가지에 이른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격언처럼 고객이 먹거리를 찾는다면 좀 더 과감히 사업화를 하는 것도 방법이다. 거창한 기계를 들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며, 고객들의 소비 패턴을 분석해 적합한 품목을 선정, 간편식의 종류를 확대하는 작은 노력이 곧 매출로 이어질 수 있다. 팔 만한 물건이 없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너무 다양한 가운데 진주를 찾는 것이 힘들 것이다.

고민할 거리와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아직은 희망적이다. 조금만 다잡고, 초심과 도전 정신으로 다가선다면 분명 활로는 열릴 것이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지금도 고민하고 도전한다는 사실도 간과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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