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月刊 [아이러브PC방] 5월호(통권 282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대한민국 헌법은 ‘셧다운제’ 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4월 24일, 헌법재판소(소장 박한철)는 16세 미만 청소년에게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인터넷게임의 제공을 금지하는 이른바 ‘강제적 셧다운제’를 정한 청소년보호법 조항의 위헌 여부에 관한 헌법소원에 대하여 합헌 판결을 내렸다.

이번 합헌 판결로 ‘셧다운제’를 두고 첨예한 갈등을 보였던 문화콘텐츠 업계와 여성가족부의 대결에서 여성가족부가 승리를 거둔 셈이다. 하지만 ‘셧다운제’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여전한 만큼, 이번 합헌 판결은 갈등국면의 종지부라기보다는 2차전의 시발점으로 보인다.

‘셧다운제’가 합헌 판결을 받기까지의 흐름을 짚어보고 앞으로의 파장을 전망해봤다.

게임할 권리 vs 잠 잘 권리
게임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은 지난 2011년 11월, ‘셧다운제’가 시행되면서 최고조에 달했다. 문화연대와 게임사는 각각 ‘셧다운제’가 청소년과 부모의 권리를 침해하고, 제도의 부당함을 강조하면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소원 청구 소식이 알려지자 여성가족부는 즉각 성명을 발표하고 청소년의 건강을 위해 수면권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셧다운제’는 과잉규제가 아니라고 맞섰다. 또한 헌법재판소가 2개의 헌법소원을 하나로 병합하면서, 문화연대와 게임사를 위시로 한 게임옹호 진영과 여성가족부로 대표되는 게임규제 진영의 전면전 양상을 띠게 되었다.

소원 청구부터 합헌 판결까지 나오기까지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양측의 신경전은 살벌하게 진행됐다. ‘셧다운제’를 반대하는 쪽과 찬성하는 쪽은 각각 토론회, 기자간담회, 세미나 등을 개최하면서 자신들의 정당함을 홍보하고 나섰다.

헌법재판소의 의사봉이 합헌이냐 위헌이냐를 가르면 이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는 피할 수 없는 대결이 시작된 것이다.

불패의 논리 ‘청소년보호’
그리고 지난 4월 24일, 헌법배판소의 의사봉은 철퇴가 되어 ‘셧다운제’ 반대 진영을 때려눕혔다. 재판관 9명 중 합헌 7 대 반대 2 의견으로 ‘셧다운제’에 대해 합헌 결정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셧다운제’의 합헌 이유를 ‘인터넷게임의 제공자는 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인터넷게임을 제공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금지조항과 ‘이를 위반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처벌조항으로 나누어 설명했다.

먼저 처벌조항의 경우는 “처벌조항은 그 자체의 고유한 위헌성을 다투는 것이 아니라 전제되는 이 사건 금지조항이 위헌이라는 취지이므로, 이러한 경우 별도로 규정된 벌칙조항에 대해서는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라며 각하했다.

다음으로 금지조항에 대해서는 “청소년의 인터넷게임 이용률 및 중독성이 강한 인터넷게임의 특징을 고려할 때, 중독을 예방하기 위하여 16세 미만 청소년에 한하여 심야시간대만 제공을 금지하는 것이 청소년의 일반적 행동자유권, 부모의 자녀교육권 및 인터넷게임 제공자의 직업수행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라고 기각했다.

도무지 좁혀지지 않는 시각차
합헌 판결에도 불구하고 ‘셧다운제’에 대한 입장은 여전히 열렬한 환영과 냉담한 거부로 나뉘고 있다. 문화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합헌의 근거가 객관성이 부족하다. 헌법재판소는 인터넷게임 자체는 유해하지 않다고 인정하면서도 이용률 및 중독성 강한 인터넷게임의 특징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과학적,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중독성’을 들어 과잉규제를 정당화했다”며 우려를 표했다.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는 “정부가 규제를 개혁하고 게임 산업을 창조경제의 핵심으로 거론하고 있는 시점이었고, ‘셧다운제’ 폐지가 논의되는 상황에서 이번 판결은 굉장히 아쉽다”며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게임개발자연대 또한 “비통한 소식이며, 동의할 수 없다. 국가가 청소년의 자기 의사 결정권을 무시하고, 게임 산업에 대한 일방적 규제를 인정했다. 게임에 대한 몰이해의 결과이자, 청소년의 인생을 강제적으로 통제해야 한다는 구시대적 발상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반면, 입법 당사자인 여성가족부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환영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여성가족부는 “이번 판결을 통해 청소년을 보호하는 헌법이념, 공공의 가치를 확인했다. 게임 산업을 선한 산업으로 만들겠다”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또한 “최근 청소년의 인터넷게임과 스마트폰 등 과다이용으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다는 국민의 판결”이라며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과 보호를 지향하는 헌법이념과 공공의 가치를 재차 확인한 것으로 사료된다”고 전해 입장차를 극명히 드러냈다.

게임규제, 앞으로 더 삼엄해지지만
이번 판결은 게임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셧다운제’에만 국한된 판결이 아니라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게임규제에 탄력을 더할 것이 명백한 가운데, 이에 따라 게임옹호 진영의 반발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합헌 의견을 제시한 7명의 재판관은 “인터넷게임은 오락 및 여가활동의 일종으로 부정적으로 볼 수 없으나, 우리나라 청소년의 높은 게임 이용률과 과몰입 및 중독으로 인한 부정적 결과물, 그리고 자발적 중단이 쉽지 않은 특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는 여가문화로써의 게임을 인정하면서도 ‘중독성’으로 인해 폐해는 막아야 한다는 논리다. ‘중독’에 대한 부실한 근거를 제시하면서도 ‘청소년 보호’라는 의도를 통해 법안의 정당성을 확보하려 했던 ‘중독예방관리및치료를위한법률’과 ‘인터넷게임중독치유지원에관한법률’이 교차하는 지점이다.

‘셧다운제’의 적용 연령을 16세에서 19세로 확대하는 내용의 ‘인터넷게임중독예방에관한법률안’은 현행 ‘셧다운제’의 실효성이 낮다는 이유로 국회통과가 어려워졌지만 이제는 낮은 실효성을 무기 삼아 ‘헌재가 인정한 청소년 중독의 위험’을 역설할 수 있게 됐다.

한편, 게임개발자연대는 성명을 통해 “앞으로 게이머 및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게임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사업’ 등을 전개해 나갈 것이며, 또한 게임 개발자 및 사업자는 게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고 부정적인 인식을 걷어내는 데 노력하겠다”라며 대응 방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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