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月刊 [아이러브PC방] 3월호(통권 280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게임을 둘러싸고 정치권과 산업계, 문화계가 시끄럽다. ‘중독예방·관리및치료를위한법률(이하 게임중독법)’을 위시한 게임규제 때문이다. ‘게임중독법’은 게임을 중독물질로 규정하고 있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게임은 중독물질을 관리·감독하는 정부산하의 조직의 관리를 받게 된다.

 

‘게임중독법’을 찬성하는 진영에서는 ‘게임중독법’은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기본법적 성격을 갖기 때문에 규제가 아니라 일종의 혜택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산업계와 문화계 등 반대하는 진영에서는 ‘게임중독법’은 게임산업을 근본적으로 위축시키고 게임의 문화적 가치를 말살한다” 라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게임규제 움직임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계속되고 있고, 이를 사이에 두고 양측의 마찰음도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게임규제와 관련된 일련의 흐름을 살펴봤다.

 

   

 

규제법안 발의로 술렁
지난 2013년은 연초 시작부터 술렁였다. 새누리당 손인춘 의원이 발의한 ‘인터넷게임중독치유지원에관한 법률안(일명 손인춘법)’은 게임중독 예방 기금조성 및 치유센터 설립을 목적으로, 이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게임사 매출의 1%를 원천징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게임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여러 게임사들이 항의 표시로 앞다퉈 지스타2013을 보이콧한다는 입장을 내놓았고, 지스타 자체를 게임산업 전체 차원에서 거부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지스타 좌초를 막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게임사들의 참가를 독려해 파행은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게임사가 B2C가 아닌 B2B에만 참여하면서 지스타2013은 그 어느 때보다 볼거리가 없었던 게임축제로 역사에 남았다.

아울러 중·고등학교 교육과정에 게임중독의 위험성을 알리고 예방교육을 실시하는 내용을 담은 ‘인터넷게임중독예방에관한법률안’도 발의됐다. 법안은 청소년으로부터 게임을 격리시키기 위해 시범서비스 게임에 대한 청소년의 접근을 막고, 강제적 셧다운제 적용 시간도 확대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게임을 겨냥한 규제법들이 발의되자 일부 정치인과 지자체, 협단체 등에서도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마약 취급에 갈등이 폭발
게임을 둘러싼 갈등은 지난해 5월 이후부터 소강상태에 들어간다. 금융위에서 게임관련 결제에 공인인증서를 강요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규제 이슈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게임에 우호적인 움직임이 산발적으로 나타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거물급 정치인들이 이미 맹점을 드러낸 게임규제법의 개선안을 발의하거나, 게임 규제의 패러다임 변화를 모색하자는 취지의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긍정적인 징후들에 한줄기 희망을 걸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게임을 마약·술·도박과 함께 4대 중독의 하나로 지목했다. 황 대표는 “중독에서 자유로운 청정 대한민국을 건설하고 악(惡)에서 나라를 구해야 한다”고 역설했고 국회가 게임산업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마련하는데 적극 나서달라고 독려하듯이 ‘게임중독법’ 통과를 주문했다.

소식이 알려지자 게임업계는 장작더미에 불쏘시개를 쑤신 것처럼 들고 일어났다. 이번에는 PC방 업계를 포함해 산업계·문화계에서도 반대 성명을 발표하고 나섰다. 특히 PC방 업주들은 PC방의 주요 콘텐츠인 온라인게임에 대한 타격을 우려했고, PC방이라는 업종이 중독물질 유통업으로 전락할까 걱정했다.

오는 6월 국회에 시선집중
이 모든 규제의 바탕에는 게임을 중독물질 정도가 아니라 악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 확실해졌다. 이에 PC방 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와 한국인터넷PC방협동조합 등도 참여한 게임 및 문화콘텐츠 규제개혁 공동대책위원회가 발족했다. 또 ‘게임중독법’ 저지를 일차적 목표로, 문화콘텐츠 전반에 걸친 규제 개혁을 위한 활동들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반대여론을 의식한 듯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의미로 두 차례에 걸쳐 공개청문회가 열렸지만 일방적인 진행과 편파적인 주제발표, 비공개 회의 등으로 얼룩지고 말았다.

이는 ‘게임중독법’ 통과를 추진하는 쪽의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게임중독법’은 허술한 법적 정의로 인해 법학과 교수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지만 저지가 쉽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 유진룡 장관은 “정황상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때문에 ‘게임중독법’은 중요 사안들과 지방선거 등에 우선순위가 밀릴 가능성이 있다”고 발언해 지방선거가 치러진 다음에 국회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시간을 잠깐 벌은 것처럼 보이지만 게임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치열한 대결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신의진 의원은 종교단체 행사에서 지지를 당부했고, 손인춘 의원은 게임중독의 폐해를 조명하는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반대여론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의 행보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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