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月刊 [아이러브PC방] 1월호(통권 278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게임 중독법이 게임사들의 해외이전을 파생시키는 단계에 접어들어 우려를 낳고 있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게임을 마약, 술, 도박과 함께 4대중독으로 규정했고 국가적 차원의 통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내 연초에 발의되었다가 중요 정치쟁점들에 미뤄졌던 게임 중독법이 급물살을 타게 되었고, 더불어 이와 연계되어 있는 게임중독치료법 등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이제까지의 게임 규제 때와는 달리 게임산업은 물론 문화계 전체가 나서면서 문제가 걷잡을 수 없게 커져버렸다. 급기야 게임사들의 해외 이전까지 거론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게임은 국수주의 통용 안되는 특수한 산업
게임은 이미 대한민국 수출 효자 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국가 전체를 놓고 보아도 최상위에 속하며, 문화산업에서는 나머지 산업 전체를 합한 것보다 게임이 더 많은 수출이 이뤄지고 있다. 물론 수익률을 감안한다면 제조업의 3배가 넘으며 최대 7배에 달하는 사례도 흔하다.

하지만 게임산업은 여느 제조업과는 달리 국수주의가 통용되지 않는다. 우선 국내 시장과 해외 시장의 규모가 10배 가까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내수시장에 대한 의존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당장 ‘중국 성공 신화’를 일군 스마일게이트의 매출 가운데  99.9%는 해외에서 발생했다.

 

 

이 말은 즉, 게임은 국내 산업 가운데 가장 글로벌화가 잘 되었다는 것이고, 다시 해석하면 해외 시장에 맞춰 사업을 펼치는 것이 더욱 수익이 높아지는 구조라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국내에서 첫발을 내딛었던 만큼 국내에 머물러 있던 것인데, 국내 규제가 강해진다면 더 이상 수익 감소를 감수해가면서까지 한류를 자처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당장 중국 정부는 한국인이 대표인 온라인게임과 일본인이 대표인 콘솔게임에는 직접 판호를 내주지 않는다. 그만큼 한국 온라인게임이 가장 위협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의미이고 이는 곧 국산 온라인게임이 한류의 한 축을 맡고 있다는 사실의 방증이다.
하지만 강한 규제는 결국 이러한 이점을 갖고 있는 국산 게임을 다른 국가에 내어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외국이 눈독 들이는 한국 게임사들, 계속되는 러브콜에 해외 이전 이점은?
상황이 이쯤 되니 외국에서 한국 게임사들에 러브콜을 보내기 시작했다. 실제 지난 지스타2013 기간에는 독일은 게임을 마약처럼 취급하는 일이 없으니 안심하고 독일로 본사를 옮기라며 보유 게임 1개당 최대 1억 5천만 원 가량의 지원금을 제공하겠다며 이주를 종용했다. 영국은 리셉션을 통해 게임사들에게 영국이 유럽 진출에 유리한 교두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우회적으로 이주를 권했다.

현재 알려진 바로는 이미 상당수 게임사들은 앞서 언급된 독일과 영국 외에도 캐나다와 홍콩 그리고 싱가폴 등의 이주 여건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게임사는 여느 산업군과 달리 해외 이전에 대해 별다른 제한이 없다. ‘게임’ 자체가 넓은 부지와 막대한 생산시설을 확보해야 하는 산업이 아닌데다가 모든 근로자가 생산시설에 집결해야만 비로서 업무가 차질없이 진행되는 산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장 자동차 산업만 봐도 특정 라인의 근로자가 파업을 하거나, 한가지의 부품이라도 수급이 안되면 생산 자체가 중단되지만, 게임은 일부 분야는 재택근무 혹은 외주 작업으로도 진행이 가능하며 한두 분야가 일시적으로 늦어져도 전체적인 서비스 오픈이 연기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결국 게임사는 핵심 기술자 일부만 확보하고 있으면 해외로 본사를 이전하더라도 나머지 분야는 현지 조달 및 아웃소싱으로 모두 해결할 수 있다. 역설적으로 핵심 기술자 역시 한국 개발스튜디오를 개별 설치하는 방식으로 인력운용이 가능해 게임업계에서 본사의 해외이전은 ‘서류 작업’ 수준에 불과할 뿐이다.

여기에 고객에 대한 중요 마케팅은 상당부분 온라인 상에서 이뤄진다는 점 또한 게임사가 손쉽게 해외로 이전할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다.

정치권과 정부가 서둘러 게임사를 잡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설픈 규제로 ‘약쟁이’ 취급을 받을 바에야 간단한 절차만으로 해외로 이전해 ‘산업 역군’ 대접을 받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아닌가. 절차나 과정도 간단하니 결심으로 이어지기는 더욱 쉬운 상황이다.

게임사의 해외 이전시 국내 산업 피해는?
게임사의 해외 이전은 국내 산업의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반대로 국내 게임사가 국내 산업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에 대한 지표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의 국내총생산(GDP)는 2012년 1조1,635억 달러(한화 약 1,232조 원)였으며, 같은 해 게임산업 규모는 9조7,525억 원이었다. 대한민국 경제의 약 0.9%는 게임산업이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수출액 역시 2012년 26억3,891만 달러를 기록해 대한민국 총수출액 5,479억 달러의 0.48%를 차지했다.

 

게임산업의 본격적인 성장은 10여 년 정도밖에 안되는 비교적 신흥 산업으로, 성장이 둔화된 기성 산업에 비해 매년 최소 11% 이상의 고속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현 증가세대로라면 2013년 게임산업 규모는 12조 원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2013년 GDP가 4.09%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1조2,110억 달러(한화 약 1,2831조 원)의 1% 가량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또한 수출액 역시 2013년에 30억 달러로 추정되고 있어, 5,500억 달러로 추정되는 2013년 총수출액의 0.55%를 차지하며 그 비중을 높일 것으로 보여진다.

이뿐만 아니다. 제조업의 수익률이 8~11%인데 반해 게임산업은 20~50%의 수익률을 내고 있기 때문에 제조업에 비해 3~6배 가량 부가가치가 높다.

특히 게임 중독법으로 인해 해외 이전이 우려되고 있는 온라인게임의 경우 세계시장의 28.6%를 점하고 있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국내 게임사 가운데 상위 매출 기업 2~3곳만 해외로 이전해도 국내 GDP의 0.4% 정도가 사라지게 되는 셈이며, 장기적으로는 1% 가까운 GDP가 사라질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게임산업의 규모는 고스란히 세수 문제와 직결된다. 우선 한국의 법인세는 과세표준 구간에 따라 2억 원 이하 10%, 200억 원 이하 20%, 200억 원 초과 22%로 나뉜다. 현재 국내 게임사 가운데 넥슨, 엔씨소프트, NHN엔터테인먼트, 네오위즈게임즈, CJ E&M 넷마블,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등 전체 게임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상위 게임사들은 22% 구간에 해당되고 있다. 그 외 엔트리브소프트, 조이시티, 게임빌, 라이브플렉스, 썬데이토즈 등 대부분 게임사들도 20% 구간에 해당하고 있다.

당장 엔씨소프트의 경우 2012년 당기순이익은 1,019억 원이었으며, 올해는 이보다 20% 가량 증가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상위 기업의 올해 당기순이익은 대체로 1천억 원을 넘어서는데, 당기순이익만 놓고 본다면 100대 기업 내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넥슨의 경우는 50대 기업에 준하는 당기순이익을 기록하고 있다.

OECD 통계자료에 따르면 각종 세금을 합하면 한국 기업의 종합 평균 세율은 25.9%에 달한다. 업종간 차이는 있지만 제조업에 비해 제세 및 절세 항목이 상대적으로 적은 게임산업의 세율은 OECD가 발표한 한국 평균 세율을 크게 웃돌 수밖에 없다. 게임산업의 규모를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세원임은 분명하다.

이외 소득세 또한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국가들과 비교해보면, 한국의 소득세는 6~38%이나, 홍콩 0~15%, 싱가폴 3.5~20% 등 유리하다. 독일과 캐나다는 각 15~42%와 20.06~43.7%로 같거나 조금 높은 정도다.

법인세만 놓고 보아도 해외 이전 유혹 커
앞서 언급한 법인세만 놓고 보아도 해외 이전의 유혹은 크다. 당장 국내 게임사들은 대부분 22%나 20% 구간 대상이다. 한국 게임사들이 알아보고 있는 캐나다와 홍콩은 16.5%의 표준세율을 적용하고 있으며, 싱가폴은 최대 17%이나 과세 구간과 여러 혜택을 고려하면 이점은 더 많아진다. 당장 미국만 해도 15~35%에 걸쳐 8단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국내와 비슷하거나 다소 낮은 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는 구조다.

더욱이 국내는 ‘투자촉진을 위한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외국인 지분이 10% 이상인 외국인 투자기업은 7년간 전액, 이후 3년간은 50%가 삭감된다. 게임사가 해외 이전 후 국내에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사무소를 개소할 경우 절세 규모는 더욱 확대될 수 있다.

청년 고용 확대는 어찌해야 하나
박근혜 정권의 핵심 기조 가운데 하나가 청년고용 확대다. 국내 게임산업 종사자는 10만 명 규모다. 업종의 특수성상 다른 업종에 비해 매우 젊다. 특히 온라인게임 업계의 경우 대부분 30대에 CTO가 되며, COO 역시 30대에 시작되곤 한다. 기성 제조업에 비해 20여 년 가까이 젊은 것이다.

실제 핵심 개발자 및 마케터들은 통계학상의 청년에 해당하는 연령대에 포진되어 있어 청년실업 해소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2년 경제활동인구 통계에 따르면 청년 경제활동인구는 379만 명이며 취업자는 352만 명이다. 게임백서2013 통계에 따르면 게임산업 종사자의 33%가 29세 이하로 집계된 만큼 국내 전체 청년고용의 0.87%는 게임산업이 책임지고 있다.

이를 39세 이하까지 확대하면 고용률은 더욱 확대된다. 게임산업 종사자의 92.3%가 39세 이하이기 때문이다. 39세 이하 경제활동인구와 취업자는 각 971만 명과 927만 명으로 집계되어 약 1%의 고용을 책임지고 있다.

게임업계 고용 상위 기업 가운데 2곳만 해외로 이전해도 20~30대 실업률은 0.5%포인트나 급증하게 된다. 0.5%포인트가 얼핏 적은 변화 같아도 2.7%가 3.2%가 되는 것이니 실제로는 엄청난 변화다. 물론 이러한 대상이 되는 근로자들은 게임 개발에 있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 고급인력이다.

“정부와 정치권 도움없이 이만큼 컸다”
대한민국 게임대상 2013에서 세계 최초의 온라인게임을 개발한 바 있는 엑스엘게임즈 송재경 대표가 수상소감으로 “지금까지 정부와 정치권 도움없이 이만큼 성장했다”며 규제보다는 진흥을 해달라는 뼈있는 말을 남겼다.

정부가 ‘유치한 업종’ 취급하며 외면하는 사이 게임인들이 자발적으로 전세계 온라인게임 시장의 28.6%를 점하고, 한국 문화산업 수출액의 60%를 차지하도록 산업화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와 새누리당은 진흥 대신 소위 ‘약쟁이’ 취급하며 규제와 기금 납부를 강제하겠다는데 대한 강한 불만을 표명한 것이다.

그간 게임에 대한 많은 규제가 쏟아져 나와 성장세가 감소하는데도 게임업계가 조용했던 것은 대응방안이 없어서가 아니라 꿈을 쫓는 이상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부모와 자식에게 “마약과 같은 중독물질을 만들고 또 전세계에 확산시키는 자식이자 부모”라고 소개해야 할 슬픈 상황에 처해졌다.

“게임 중독법 때문에 해외 이전을 알아보는 게임사가 늘어나고 있는데, 귀사는 어떤가”라는 질문에 “돈을 벌고자 사업을 하는 것이라지만, 돈 보다 더 중요한 가족들에게 상처를 남기면서까지 남아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는 게임업계 종사자들의 답변에는 이미 해답이 담겨져 있다.

국가 재정이 녹록치 않아 연간 수천억 원대의 기금을 필요로 한다는데는 일견 이해는 가지만, ‘사회를 위해 희생을 좀 해주면 고맙겠다’가 아니라 ‘너희는 4대악의 하나이니 가진 것을 내놔라’는 논리나 방법은 인정될 수 없다.

이번 게임 중독법 후폭풍은 어떠한 형태가 되었든 ‘말’로만 끝나지는 않을 성 싶다. 그저 상호 대화를 통한 현실적인 절충점을 찾고 자율규제와 상호 존중이 바탕되어야만 미래지향적인 해법이 도출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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