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月刊 [아이러브PC방] 1월호(통권 278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난 2013년 한 해 동안 PC방 업주들 사이에서 뜨거운 화제가 됐었던 현안들 가운데 기획 PC방의 확대와 그에 대한 관심을 빼놓을 수 없다. PC방 업주들 간 오프라인 모임이 형성되면 자연스럽게 기획 PC방에 대한 정보가 회자될 정도다.

기획 PC방이란 흔히 부동산 업계에서 통용되는 ‘Real Estate Investment Trusts(REITs, 부동산투자신탁)’ 형태의 경제활동을 의미하는 것으로, 투자자들이 모여 사업에 투자하고 수익을 배분해 나눠 갖는 방식이다. 이 같은 경제활동이 PC방 업계에서 활성화되고 있다.

기획 PC방이 업주들로부터 관심을 받는 이유는 업주 혼자 2개 이상의 PC방을 운영하는 것은 부담스럽지만, 신규 PC방을 오픈하는 과정에서 투자 지분을 갖는 형태로 사업에 참여하면 굳이 PC방 운영에 관여하지 않아도 수익이 발생한다는 장점이 있다.

더구나 기획 PC방은 초대형 PC방을 오픈하는데 유리하다. 투자자들이 많고 지분 참여 규모가 높을수록 PC 보유수 300대, 400대 이상의 공룡 PC방을 탄생시킬 수 있다. PC방은 규모가 커질수록 상대적으로 수익이 높아지기 때문에 운영권을 가진 업주나 투자를 한 업주나 이해관계가 맞물린다.

하지만 수익만을 목적으로 하는 기획 PC방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크리스마스이브인 지난 2013년 12월 24일 오픈한 서울 송파구의 ‘엔탑 PC방’은 지금까지 알려져 있는 기획 PC방과는 달리 방어적인 목적과 상권모임에서의 협업이라는 실리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최근 업주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기획 PC방 중 조금은 특별한 기획 PC방인 ‘엔탑 PC방’을 살펴봤다.

상권 지키기가 목적, 상권 방어 차원에서  기획
‘엔탑 PC방’은 총 3명의 PC방 업주가 1:1:1의 비율로 지분을 투자한 기획 PC방이다. 수익배분 역시 1:1:1의 배율로 나눈다. 이들은 모두 ‘엔탑 PC방’이 위치한 상권에서 PC방을 운영하고 있다. 경쟁 관계에 있을 법한 업주들이 힘을 합친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먼저 처음 ‘엔탑 PC방’을 오픈하자는 제안을 꺼내고 주도적으로 움직여 결과물을 만들어 낸 PC방 업주는 같은 상권 내 프렌즈 PC방을 운영하고 있는 김근수 사장이다. 김근수 사장이 기획 PC방을 제안한 이유는 하나다. 신규 PC방의 입점을 방어하자는 취지다.

현재 PC방 업계에서는 시간당 500원 가량의 오픈 이벤트를 정책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일부 프랜차이즈 업체에 대한 반감이 크다. 실제 해당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오픈한 상권들은 출혈경쟁이 발생해 상권질서가 파괴된 사례도 많다.

‘엔탑 PC방’이 오픈한 현재의 자리에 악명 높은 프랜차이즈의 가맹점이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진 시점은 지난 6월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계약이 성사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PC방 커뮤니티 등에 해당 입점위치를 판매한다는 게시물이 등장했다.

결국 김근수 사장은 어떤 형태로든 해당 위치에 신규 PC방이 오픈하게 되어 상권질서가 파괴될 것으로 판단하고, 해당 자리를 선점하자는 계획을 세웠다. 인근에서 영향을 받는 같은 상권 내 PC방 업주들에게 기획 PC방을 제안한 것이다.

끈끈한 신뢰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협업
제안을 받은 업주들은 평소 김근수 사장과 친분이 두터운 업주들로, 업계 안팎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송파모임의 구성원들이었다. 지금의 ‘엔탑 PC방’과 지척에 위치한 올리브 PC방의 김영규 사장, 불과 10미터 거리에 위치한 라이온 PC방의 이호찬 사장이 제안을 받았다.

평소 인근 PC방 업주들과 안면도 있고, 출혈경쟁을 억제하기 위해 다른 PC방보다 200원 가량의 요금을 더 받는 업주들이 뭉쳤기 때문에 상권 내 저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도 나왔다.

하지만 지분투자 형태의 동업은 불안요소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제안을 하는 입장인 김 사장도 주변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많이 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안을 받은 김영규 사장과 이호찬 사장의 고민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다만, 평소 가족 간의 왕래까지 빈번한 두터운 친분이 불안요소를 감수하고라도 손을 맞잡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김영규 사장은 “고민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제안에 대해 절대적인 공감이 있었고 평소 송파모임을 주도적으로 움직이며 형성된 신뢰가 원동력이 됐다”고 밝혔다. 또 이호찬 사장은 “이전에도 동업 경험이 있었지만 결과가 좋지 못했다”며 “평소 알고 지내며 쌓인 신뢰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전했다.

일반적인 기획 PC방과 다른 운영 형태

1:1:1의 비율로 투자금을 모아 ‘엔탑 PC방’을 오픈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업주마다 평소 PC방을 운영하는 스타일도 다르고 선호하는 시설물 등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굵직한 결정보다는 오히려 사소한 부분들에서 의견이 갈려 논쟁이 발생했다.

이러한 분쟁은 철저한 역할 부담을 통해 극복했다. 프렌즈 PC방 김근수 사장은 실질적인 ‘엔탑 PC방’의 운영·관리를 맡았고, 올리브 PC방 김영규 사장은 기업체와의 협력관계 유지 및 수익배분을 맡았다. 라이온 PC방 이호찬 사장은 그 안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문제들에 언제든지 개입해 일손을 돕기로 했다.

사실 일반적인 기획 PC방은 운영권을 확보하고 있는 업주가 운영·관리를 독점하고, 투자자들은 어떤 형태로든 운영·관리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엔탑 PC방’은 운영·관리적인 측면에서도 일반적인 기획 PC방과는 다르다. 업주 개개인이 가장 특화된 부분들을 담당해 분업화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방식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김근수 사장은 “사실 기획 PC방이라기 보다 협업을 위한 PC방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며 “방어적인 차원의 목적도 있지만, 업주마다 특화된 장점을 전담하는 분업화로 PC방의 어려운 영업환경을 개선해 나가자는 취지도 한 몫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근수 사장은 주위에서 일반적인 기획 PC방에 대한 제안도 많이 받지만, 모든 제안을 뿌리치고 새로운 형태를 접목한 ‘엔탑 PC방’을 오픈하기로 결정했다.

기존 PC방 업주들의 노하우 집대성

새로운 시도가 접목된 ‘엔탑 PC방’은 아무래도 기존 PC방 업주들이 각종 노하우들을 접목했기 때문에 최신 트렌드가 집대성되어 있다. 특히 눈에 띠는 점은 모든 좌석에 37형 모니터를 도입키로 결정했다는 점이다. PC방 업주들 사이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이 37형 모니터지만, 경쟁력에서 앞선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37형 모니터를 선택했다.

비록 오픈 당시 37형 패널 부족으로 전국에 37형 모니터의 물량이 25대 밖에 남아 있지 않아 25대 밖에 도입되지 못했지만 총 99대의 PC 중 나머지 74대도 추후 37형 모니터가 추가 생산되면 모두 교체한다는 방침이다.

‘엔탑 PC방’은 모든 좌석에 37형 모니터를 도입할 계획이기 때문에 클라이언트 PC 좌석이 상대적으로 넓다. 양 옆 자리의 다른 고객들과 거리감이 있어 1인 전용 좌석과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고, 통로 역시 넓어 쾌적한 느낌이 강조됐다.

37형 모니터로 인한 차별화된 특징 뿐 아니라 ‘엔탑 PC방’은 빈티지 스타일의 인테리어, 커피전문점 수준의 음료와 먹거리, 노하드 솔루션과 무인 결제 시스템 도입 등 최신 PC방 트렌드가 집대성되어 있다. PC 역시 최신 사양으로 PC 주변기기들도 가격대 성능비가 우수하다고 알려진 부품들이 도입되는 등 시설적인 측면에서는 나무랄 곳이 없었다.

마치며…
보통 기획 PC방이라고 하면 반감을 지니고 있는 PC방 업주들이 많다. 아무래도 대규모 자본이 형성되기 때문에 초대형 PC방으로 오픈되는 경우가 많고, 이 같은 기획 PC방이 오픈한 상권에서는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낮은 중·소형 PC방이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로 기획 PC방에 참여를 희망하는 업주들도 많다. 복수매장을 운영하는 분위기가 만연한 상황에서 기획 PC방은 직접 운영을 하지 않고도 투자만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기획 PC방은 업계의 뜨거운 감자다.

하지만 ‘엔탑 PC방’이 기획 PC방에 대한 또 다른 형태의 대안을 제시했다. 단순 자본 논리가 아니라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기획 PC방에 대한 정의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엔탑 PC방’과 같이 방어적, 협업적 기획 PC방이 증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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