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月刊 [아이러브PC방] 12월호(통권 277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PC방 업계의 주요 트렌드는 운영설비에 초점이 맞춰졌다. PC방 노하드 솔루션이 도입된 원년이기도 하고, PC 하드웨어 부품 중 발전이 가장 더뎠던 SSD가 정착된 한 해였다. 또 <디아블로3>, <블레이드앤소울> 같은 게임들로 인해 PC방 O/S 환경이 윈도우 XP에서 윈도우 7으로 대대적인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대량 폐업이 발생하면서 PC방 관련 산업 자체가 위축됐다. 이처럼 위축된 PC방 운영환경의 배경으로 첫 손에 꼽히는 것이 PC방 전면금연화다. 지난해까지는 어떻게든 매출을 끌어올리는 방안들이 고민됐다면 올해는 PC방 전면금연화가 시행되면서 양극화 현상이 보다 두드러졌다.

경쟁력 약화로 폐업을 단행하는 PC방 업주들은 결국 업계를 떠나는 상황에 놓였고, 반대로 PC방 전면금연화 시행 이후에도 계속해서 PC방을 운영하겠다고 판단한 업주들은 오히려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결국 올해 PC방 트렌드는 설비가 아닌 운영환경 개선에 초점이 맞춰졌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소위 ‘PC방 고수’들의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대형 아니면 안 된다” 기획 PC방 난립
‘Real Estate Investment Trusts(REITs)’는 부동산 업계에서 통용되는 용어로 부동산투자신탁을 의미한다. 소액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한 이후 수익이 발생하면 투자자들에게 배분하게 되는데, 이와 같은 유형의 경제활동을 통칭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일명 부동산 뮤추얼펀드라고도 불린다.

   

개념은 간단하다. 어떤 사업에 대형 자본이 필요하면 투자자를 모집해 자본을 확보하고 사업을 추진한 이후 발생한 수익을 나눠 갖는다. 이와 같은 경제활동을 PC방 업계에 적용하자면 몇몇의 투자자들이 모여 대규모의 공룡 PC방을 탄생시키는 형태다.

PC 보유수가 300~400대에 달하는 공룡 PC방을 오픈하려면 자영업자에 불과한 PC방 업주가 단독으로 추진하기에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때 투자자를 모집해 자본을 확보하면 300~400대가 아니라 400~500대 규모의 초대형 공룡 PC방도 오픈할 수 있다. 투자자로 나선 업주의 입장에서는 대형 PC방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나눠 가질 수 있고, 운영권을 확보한 PC방 업주의 입장에서는 바람대로 대형 PC방을 운영할 기회를 얻는다.

각종 PC방 관련 통계들을 살펴보면 PC방의 수는 감소했지만, PC방의 PC 보유수는 증가하고 있다. 대형화 바람이 뚜렷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대형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실제 100~200대 규모의 신규 PC방이 입점한 곳은 중소형 PC방의 절반가량이 폐업했다는 이야기가 많다. 기존 PC방 업주들이 대형 PC방을 바라보는 시선은 폐업을 결심하게 할 정도로 경쟁력에서 앞선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결국 이 같은 인식이 심화되면서 부동산 업계의 REITs 시스템을 도입한 기획형 PC방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업계 안팎에서는 투자자 모집도 활발하다.

기획 PC방의 가장 큰 장점은 자본이 충분하다는 점으로, 실제 임대료가 저렴한 지방에서 먼저 유행이 됐다가 점차 수도권으로 진입하는 모습을 갖추고 있다. 임대료 부담을 떨칠 수 있을 정도로 대규모 자본이 PC방 업계에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이 같은 기획 PC방의 난립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신규 PC방을 준비하고 있는 업주들 사이에서는 경쟁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수도권 진입을 기피하는 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공격적인 투자, 복합매장 운영도 늘어…
기획 PC방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는 하지만, 자본이 충분한 PC방 업주의 경우에는 다소 위험부담이 내포되어 있는 기획 PC방에 참여하는 대신 다른 PC방을 인수함으로써 복수 매장을 운영하는데 관심을 두고 있다. 아무래도 1개의 PC방을 운영해 수익을 얻기 보다는 2~3개의 PC방을 운영할 때 수익성을 더욱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점포 매매시장에 PC방 매물이 대폭 증가했다. PC방 전면금연화가 올해 4월 국회에서 사실상 부결되고, 예정대로 6월에 법안이 시행되자 PC방 매물이 급증한 것이다. 좋은 인수자를 만나 매장을 판매하면 PC방 업계를 떠날 생각을 갖춘 PC방 업주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이미 업계에서는 약 70% 가량의 PC방은 매매시장에 PC방을 내놓고 영업을 하고 있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복합매장을 고민하고 있던 PC방 업주들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되고 있다. PC방도 상권과 입지 조건에 따라 사업의 지속성에서 큰 차이가 발생하는 업종이다. 하지만 이미 PC방 업종에 적합한 상권에는 수많은 PC방이 진입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도권의 경우 이미 포화상태에 놓여 있다는 이야기도 많다. 이 때문에 기존 PC방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복합매장을 오픈하려는 PC방 업주들이 늘고 있다.

PC방을 새로 오픈해 상권에 진입하면 해당 상권의 PC방 PC 보유수가 증가한다. 해당 상권의 한정된 고객층이 분산되면 매출도 분산될 수밖에 없다. 기존 PC방 업주에게나 새로 진입하는 PC방 업주에게나 신규 PC방은 리스크를 안고 있다. 이에 복수 매장을 희망하고 있는 PC방 업주들은 인수를 통한 확장을 고민하고 있는 것이고, 올해는 매매시장에 PC방 매물이 대폭 증가함으로써 옥석 가리기에 좋은 환경이 열렸다.

더구나 복수 매장을 고민 중인 PC방 업주들은 대부분 기존 PC방을 운영하면서 PC방 사업에 대한 자신감이 있는 업주들이다. 소위 말해 ‘고수 PC방 업주’들이라는 것이다. 상권분석 및 입지조건에 대한 옥석 가리기에도 탁월한 안목을 갖추고 있다.

이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하자 1개의 PC방을 운영 중인 업주들도 덩달아 영향을 받고 있다. 이전에 비해 복수 매장을 운영하기에 좋은 환경이 열렸고, 전면금연 이후 환경에 맞춰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업주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뭉쳐야 산다” 전면금연 이후 공감대 확산
올해 PC방 업주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던 기획 PC방과 복수 매장 운영 외에도 협업에 대한 시도가 대폭 증가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서울, 인천, 광주, 경남, 대구, 부산 등 일부 지역에서는 PC방 전면금연화 시행을 전후해 전에 없었던 상권모임이 구성됐다는 지역도 많다. PC방 전면금연 시행에 따른 위기감이 상권모임을 활성화하게 한 배경이다.

   

상권모임의 목적은 최우선적으로 출혈경쟁을 자제해 공생하자는 합의를 도출하는데 있다. 그동안 왕래가 적었던 경쟁 PC방 업주들과 안면을 트고 모임을 정례화해 꾸준한 만남을 시도하면서 업무적 공유나 시너지를 구현할 수 있는 방안들을 고민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움직임이 전국에서 활발하게 진행되다 보니 성공사례들도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협업 사례를 모아보면 관리·운영적인 측면에서의 업무 공조와 실질적으로 매출과 직결되는 공동 이벤트 개최 등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먼저 관리·운영적인 측면에서의 업무 공조는 출혈경쟁을 자제하는 합의를 바탕으로 돈을 내지 않고 도망가는 일명 ‘먹튀’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또 단속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불미스러운 일들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도 큰 실효를 거두고 있다. 이와 같은 움직임이 활성화된 상권모임은 스마트폰 채팅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그룹채팅을 시도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공동 이벤트를 개최하는 성공사례도 세부적으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비수기 중 지역 상권 단위의 모든 PC방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쿠폰 등을 제작해 이용활성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또 연합 게임대회를 개최해 실질적으로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었다는 사례도 있다. 앞으로도 이와 같은 공동 이벤트는 계속해서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돼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물품에 대한 공동구매를 추진하는 상권모임도 있지만, 기존 거래처와의 관계 때문에 큰 실효를 거둔 상권모임은 적은 편이다. 하지만 일부 상권모임에서는 상권보호를 위한 신규 PC방의 유입을 차단하는 등의 조치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PC방의 입점가능성이 점쳐지면 상권 내 경쟁 PC방끼리 입점자리를 선점해 기획 PC방을 오픈하는 등 방어적인 차원의 업무공조를 추진하는 것이다. PC방 전면금연화의 계기로 관리·운영의 업무협조와 공동 이벤트, 방어적 업무협조 등은 앞으로도 다양한 사례가 증가할 전망이다.

흡연실 설치로 PC방 인테리어 변화
올해는 PC방 인테리어에도 변화가 있다. 흡연실 설치로 인한 공간 활용과 기존 인테리어와의 조화가 맹점이 되어 PC방 업주들이 선호하는 인테리어에도 많은 변화가 있는 상황이다. 특히 2~3년 전 유행했던 모던풍의 인테리어보다는 목재를 주로 활용하는 빈티지 스타일이 유행하고 있는 상황이며, 흡연실로 인해 PC 배치도 이전과 달라지고 있다.

   

특히 흡연실이 원인이 되어 리모델링을 단행하는 PC방도 늘었다. 투자를 꺼리는 PC방의 경우에는 특별히 소방관련 업무를 따로 진행하지 않아도 되는 부스형태의 흡연실을 설치하고 있다. 최대한 투자를 아끼고 전면금연화를 대비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반대로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PC방은 이번 기회에 흡연실을 제작하면서 리모델링을 단행하고 있다. 흡연실 설치를 터닝포인트로 삼는 PC방 업주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앙에 설치하는 경우와 벽면에 설치하는 경우로 나뉘고 있는데, 중앙에 흡연실을 설치하는 PC방은 주로 고객들의 이동거리를 계산해 모든 좌석에서 접근이 용이한 중앙에 흡연실을 제작하고 있는 상황이고, 벽면에 흡연실을 설치하는 PC방 업주들은 이동거리를 모두 충족하기 보다는 2개 이상의 흡연실을 설치해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향을 선호하고 있다.

또한 흡연실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리모델링을 단행한 PC방을 중심으로는 매장 중간에 금연차단막을 완전히 배제하는 PC방이 늘고 있다. 냉·난방기기의 효율을 극대화하고 쾌적한 환경을 더욱 강조하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올해 PC방 업계의 인테리어 흐름은 빈티지 스타일을 기반으로 금연차단막 철거와 흡연실 설치에 따른 배치 변화로 국한되고 있다.

다만, 창고를 활용해 흡연실을 설치하는 PC방의 경우에는 전혀 다른 스타일을 구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간적 변화가 없고 투자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창고를 활용해 흡연실을 설치한 PC방은 다른 업주들에게 부러움을 사고 있다.

마치며…
PC방 업계의 대형화 바람은 내년에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기획 PC방이라는 방법론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 PC방을 운영하는데 있어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했던 많은 부분들이 각종 신기술이 개발되면서도 해소되고 있다. 노하드 솔루션이나 선불 결제 기계 등 대형 PC방 운영에 유리한 설비를 중심으로 개발력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PC방 전면금연화 계도기간이 종료되는 내년부터는 PC방을 이용하는 흡연고객들이 흡연실에만 의존하거나 PC방 외부에서 흡연욕구를 해소해야 한다. 이 같은 번거로운 과정이 PC방 운영에 어떤 영향을 미치냐에 따라 많은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내년에는 PC방 업계에 또 어떤 형태의 흐름이 발생할지, PC방 전면금연화에 적응하는 고객들의 이용형태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PC방 업계 안팎의 관심이 업계 트렌드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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